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섹스 피스톨스 Sex Pistols의 유일한 정규앨범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EMI, 1977)와 함께 펑크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꼽는 클래시 The Clash의 1979년작 「London Calling」(CBS, 1979)이다. 섹스 피스톨스가 난장판 무정부주의를 노래한 것에 비해 클래시는 약간 변형된 맑스주의에 기반을 둔 공격적인 가사와 덥 Dub까지 수용하는 폭넓은 음악을 들려준다. (차트에서 성공한 곡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술집노래다...) 커버 사진은 1979년 9월 21일 뉴욕 팔라디움 공연중에 페니 스미스 Pennie Smith가 촬영한 것이다. 와, 언제봐도 멋있어...

그렇지만, 오늘의 커버 스토리 주인공은 클래시가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 아프로아메리칸의 유산을 몽땅 훔쳐와 백인의 것으로 만들어놓았다든지, 그래서 롹이 백인 중심으로 흘러가게 만든 원흉이라든지, 그런 것들. 아니면, 아직도 살아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라든지 그의 약물과 알콜에 대한 파멸의 기록들 같은 것은, 누군가 멋지게 써놓았고 또 계속 쓰고 있을 그의 전기 하나 구입해서 보는 편이 낫다.
그 모든 찬반양론을 넘어서는 것이 바로 그의 음악이다. 뮤지션의 사생활과 음악을 연관짓는 것은 때때로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사생활의 난잡함과 음악의 아름다움이 지나치게 극과 극으로 다르다면, 오해를 하는 건 당연하다.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은 여전히 달콤하고 흥겹고 처절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엘비스 프레슬리의 매력이다.

그가 데뷔한 선 Sun 레코드를 떠나 RCA로 옮긴 1956년에 셀프타이틀 앨범 「Elvis Presley」를 발표했다. 선 레코드 시절 녹음한 것과 새로 녹음한 것을 섞어 급조한 앨범이긴 하지만 이때 엘비스는 전성기로 진입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나쁜 음악들은 아닐 테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위대한 것은 대개 어떤 뮤지션의 전성기는 2, 3년을 넘기기 어려웠지만 그는 거의 10년을 전성기로 보냈다. 엄청난 것이다. 말도 안되는 황당한 영화에 출연하지만 않았어도 20년, 30년은 가지 않았을까?)
게다가 막 LP가 등장하던 시기였으니 서너곡 가지고 앨범을 만들기는 힘들었고, 앨범 하나 완성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렸으니 오히려 급조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바로 이 앨범. 윌리엄 V. 로버트슨 William V. Robertson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1955년 7월 31일 탐파 공연을 찍은 사진을 커버로 썼다.


자, 이제 커버스토리답게 클래시의 앨범 커버와 비교해보자.
뭐야? 이걸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당연하다. 클래시의 앨범 커버는 폴 시모논 Paul Simonon이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를 깨부수는 사진이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핵심은 타이포그래피다.
아직 어디에서 클래시가 고백했는지 정확히 찾아보진 못했지만,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 앨범 커버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물론, 클래시의 커버 사진이 훨씬 강렬하다.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너무 아름답다.

(클래시의 「London Calling」 발표 25주년 기념 재발매 버전의 라이너 노트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유명한 이야기 맞군.
"클래시의 롸큰롤 역사 공부는 엘비스의 데뷔앨범을 패스티시하거나 오마주를 바친 것이거나 아무튼 그렇게 해서 탄생한 「London Calling」의 커버와 롸큰롤과 블루스를 절묘하게 섞은 보 디들리 Bo Diddley에 대한 오마주로 작곡한 <Hateful>로 보다 심화되었다.")


펑크 밴드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커버를 복제했다? 음, 도대체 무엇이 그걸 가능하게 했을까? 색상대비, 대조, 이런 것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지만, 아마 분홍과 초록색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강렬함 때문인 것 같다. 초록의 안정감과 형광 분홍색의 현란함...
그래서 오늘 커버 스토리의 타이틀은 좀 구태의연하지만, 엘비스 프레슬리가 위대하다는 것으로 정했다.

그게 뭔 대수라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며칠 전 음악관련 즐겨찾기로 저장해둔 사이트를 그냥 눌렀는데, 엇! 하고 놀란 일이 있다.


k.d. 랭 k.d. lang (줄기차게 자기 이름을 소문자로 쓴다. I를 소문자 i로 쓰는 사람의 자아는 굉장히 소심하고 내성적이라는데... k.d. 랭은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 바 있다)의 2006년 앨범 「Reintarnation」(Rhino, 2006)이 새소식으로 올라왔는데, 그 커버는 놀랍게도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방작이었다.


그러니까, 엘비스 프레슬리의 1956년 앨범 커버는 무려 5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렇게, 여전히, 복제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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