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빌보드 앨범 차트 9위까지 올라간 어트레이유
Atreyu의 새 앨범 「A Death-Grip On Yesterday」(Victory, 2006)이다.
뭐, 빅토리 레이블의 음악 스타일이야 워낙 잘 알려진 상황이라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메이저 레이블들도 군침을 삼키고 있는 이모코어
EmoCore다. 이 레이블 출신들이 메이저로 영입되면서 마치 90년대 초반의 얼터너티브 롹 붐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모코어 계열 밴드들이 대개 그렇듯, 늘 무엇인가에 분노하고 짜증내고 욕설을 퍼풋고 험담을 한다. 공격대상은 나, 너, 우리, 사회, 국가, 그 모든 것들이고. 물론 아주 섬세한 자기반성을 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사랑노래가 다른 밴드에 비해 적다는 것 정도..
이 사진은 사진작가
데이브 힐 Dave Hill이 찍었다. 많은 앨범 커버를 작업한 그의 사진은 밴드의 이미지를 살려주는 동시에 영화로 치면 특수효과를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효과를 집어넣어 강렬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의 사진으로 앨범 커버를 쓴 밴드들은 대개 어둡고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둡고 빛바랜 듯한 색채를 쓰는 데이브 힐의 사진이 더욱 돋보인다.
오피셜 웹에 가 보면 그가 작업한 여러 앨범 커버를 볼 수 있다.
대부분 어둡고, 균열되고, 악몽 같고, 부유하는 듯하다.
그러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런데, 어트레이유의 앨범 커버에서 등장인물은 왜 불타고 있는가. 아마, 자신의 내부의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중일 것이다. 분노로 가득찬 것을 표현하는 가장 선명한 방법은 내 속에서 불타오르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방식일 테다.
데이브 힐의 커버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효과를 덧붙인 것일테고.
불타는 사람을 커버에 묘사해 충격을 준 것은 이들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커버 속의 인물이 왜 불타고 있는가를 잊게 만들 만큼 강렬한 음악을 했던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Sony, 1992)은 충격적인 분신 장면을 담고 있다.
앨범 부클릿에는 "Photograph : Associated Press, Lindsey Brice"라고 적어놓아서 지금까지 린지 브라이스
Lindsey Brice가 찍은 보도사진인줄 알았는데, 말콤 브라운이 찍었다고 한다. 말콤 브라운데 대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통 찾지를 못하겠다. 위키에서도 "The album cover featured the controversial photograph of
Thích Quảng Đức self-immolating in protest of the Buddhist treatment under the
South Vietnam government."[
원문 읽기]라는 설명만 있을 뿐 사진에 대한 언급은 더 찾아볼 수 없다. 앨범 부클릿 전체를 샅샅이 찾아봤는데 말콤 브라운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린지 브라이스는 부클릿 뒷면의 밴드 사진이거나 희미한 군중 사진을 찍은 모양이다. 권리에 대한 투쟁을 주장하는 이 밴드가, 사진에 대한 출처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이지만, 이런 커버를 쓰도록 내버려둘 정도라면 저작권 정도는 해결했어야 할 에픽 레이블의 처신도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한달이 넘는 동안 오류가 있는 글을 걸어놓은 셈이다. 약간 화가 난다.
어쨌든 이 사진이 분신 장면인 것은 분명하다. 밴드는 나중에 티벳 독립을 위한 '티베탄 프리덤 콘서트'에도 참여해 <Bulls On Parade>를 불렀다.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EMI, 1975
위 두장의 사진이 밴드가 가진 분노를 표현하는 의미로 불타고 있는 사진을 이용했다면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의 앨범 커버는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앨범 커버 아트웍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힙노시스
Hipgnosis 팀이 제작한 핑크 플로이드의 1975년 앨범 「Wish You Were Here」(Capitol, 1975) 커버다.
불에 타고 있는 사람과 악수하다, 이것 자체로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이 앨범 전체에 수록한 아트웍은 지구의 물질을 구성하는 네가지 원소, 즉 물과 불과 공기와 흙을 담고 있다. 앨범 커버에서 보여주는 것은 '불'이다.
힙노시스의 커버 아트웍은 워낙 유명하고 이야기할 거리도 많아서 커버 관련 글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힙노시스의 앨범 커버는 처음 보게 되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사진 기술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야기하면 최근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 예 예 예스
Yeah Yeah Yeahs가 2003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Fever To Tell」(Universal)이다. 이 커버도 불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진이 아니라 일러스트다. 세 명의 멤버 머리에서 슬쩍 불타고 있는 'Fever'를 상징하는 것이겠다. 나머지 부분도 거칠게 불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밴드의 여성 보컬 카렌 오 Karen O가 한국계라는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카렌 자신은 한국계에 대한 언급을 할 이유도 할 생각도 없다. 할머니가 한국인이지만, 어차피 그건 마케팅을 위해 꺼낸 이야기일 테니 지나가도 그만인 이야기다. 괜한 애국심 또는 동류의식으로 이 밴드를 대하는 건 최악의 선택일 뿐이다) 불의 이미지가 꼭 밴드와 들어맞아야 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불 만큼 사람을 흔들리게 만드는 것도 없는 것 같다. 한때 혹해서 하는 사랑놀음을 "불장난"이라고 표현하거나, 누군가를 설명할 때 "그 사람은 성격이 불같다"고 이야기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