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화가 난 듯하기도 하고, 할말이 있는데 이야기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차가운 듯 하지만 천천히 바라보면 아주 따뜻할 것 같고. 어쩌면 앨범 제목처럼 '두려움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런 표정을 지어보인 것일 수도 있다. 거기다가 첫 곡은 <Look At Me>다. 그녀의 이름은 케리 노블 Keri Noble이다. 앨범은 2004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Fearless」(Manhattan, 2004)다. 팝계의 황금손 아리프 마딘 Arif Mardin이 제작책임을 맡고, 제프 아룬델 Jeff Arundel의 프로듀스로 완성한 이 앨범에서 케리 노블은 신인이라고 믿기 힘든 멋진 보컬을 들려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보컬이지만, 일부러 실망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을 테다. 팝과 (약간의) 재즈, 그리고 때때로 탐 웨이츠 Tom Waits의 술집 분위기 - 목소리까지 탐 웨이츠를 닮은 것은 아니다. 분위기만 - 를 담은 앨범.
이 앨범이 나오기 전에 세계를 휩쓴 앨범이 있었다. 바로 노라 존스 Norah Jones. 재즈의 명가였던 블루 노트 레이블의 음악 방향을 뒤흔들 정도로 팝과 재즈와 컨트리의 분위기까지 담은 노라 존스의 데뷔작 「Come Away With Me」(Blue Note, 2002)는 제2의 노라 존스를 무수하게 만들어내게 되는데...
혹시 두 사진의 차이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까? 흠... 그다지... 그렇지만 지금까지 커버/스토리를 읽었다면 당연히 커버 사진을 찍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맞다. 같은 사람이 찍은 사진이다. 꽤 많은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와 프로모션용 사진을 찍은 조앤 파비오 Joanne Pavio가 오늘의 주제다.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웬만한 블루 노트 레이블의 아티스트는 대부분 아트웍을 담당하는 것 같은데, 그 작품 가운데 노라 존스의 커버는 (재즈와 전혀 상관없거나 블루 노트 레이블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워낙 유명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케리 노블과 노라 존스보다 확실히 재즈에 가깝지만 역시 크로스오버 분위기를 풍기는 뛰어난 여성 보컬 카산드라 윌슨 Cassandra Wilson도 블루 노트 레이블로 이적해 발표한 첫번째 앨범 「Treveling Miles」(Blue Note, 1999)에 조앤 파비오의 사진으로 커버를 장식했다. (하지만 지금 구할 수 있는 카산드라 윌슨의 이 앨범 커버 사진은 조금 다르다. 내가 가진 앨범 역시 이 앨범 커버가 아니라 의자에 앉은 그녀를 세피아 톤으로 처리한 앨범 커버다. 아마 이 사진을 쓴 앨범은 본 앨범의 아웃케이스에 사용한 사진이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꼭 이 사진은 아니더라도 카산드라 윌슨의 앨범에는 버전과 상관없이 조앤 파비오의 사진이 여러 장 들어가 있다.
이 세 장의 커버를 보면, 조앤 파비오의 사진은 인물을 전체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부분적으로 조명을 활용한 사진을 주로 찍는 것 같다. 오히려 그게 더 멋지긴 하다. "내 앨범 사주세요"의 느낌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도 다행인 것이고.
재미있게도 조앤 파비오의 오피셜 사이트에 올라놓은 사진들은 굉장히 편안하다. 물론 다른 사진작가와 마찬가지로 감각적이다. 커버에 쓰는 사진은 전체를 드러내지 않고 부분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신 사진의 경우 자연스러움을 살려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자연스러움을 살려내다'라는 것은 어느 사진작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아주 미세한 흔들림까지 잡아내는 자연스러움은 다른 사진들의 '의도적인' 자연스러움과 다르다고 할 만 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진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는 사진 전문가에게 양보하기로 한다...
대개 오피셜 웹에 올려놓은 사진은 흔들림까지도 그대로 두는(어쩌면 의도적으로 흔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사진들이다. 특히 노라 존스의 경우는 위의 사진이 CD 뒷면에 그대로 수록된 것이라 조앤 파비오의 '자연스러운' 사진 연출법은 더욱 강조된다. 마지막의 카산드라 윌슨은 꽤 많은 시간을 들여 카메라와 조명을 세팅해서 찍은 전형적인 아티스트 사진이지만 그래도 조앤 파비오의 사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느낌을 준다. 재미있는 것은 웬만한 초보들도 다 아는 사진의 기본 원칙("찍으려는 대상을 정중앙에 놓지 말아라")을 오히려 더 강조해 사진의 정중앙에 인물을 놓는다는 점이다. 홍보용 사진이 매체 편집자와 디자이너에게 넘어가면 어떻게 변형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기본 원칙을 통해 자신만의 사진 기법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제 블루 노트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발표하는 여성 보컬의 경우, 이런 스타일이라면 당연히 조앤 파비오의 사진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다른 앨범 커버는 무엇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