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Urban Hymns」는 열광적인 환호 속에 발표되었다. 1995년 팀이 분열된 이후 메인 송라이터인 리처드 애시크로프트 Richard Ashcroft는 기타리스트이자 키보디스트 사이먼 통 Simon Tong과 함께 팀을 재정비했다. 한편 애시크로프트는 밴드에 참여할 것을 망설이던 닉 맥케이브 Nick McCabe를 설득해 팀에 합류시켰다. 아마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앨범 커버에서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을 것이다. (Ali MacQueen, 『1001 Albums : You Must Hear Before You Die』(Quintet Publishing Limited, 2005. p.818)

앨범에 수록된 <Bittersweet Symphony>는 들리기만 하면 지나가다가도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좋아했다는 버브의 영국 싱글차트 1위곡. 왜 어깨를 부딪칠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뮤직 비디오를 보고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뮤직 비디오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뮤직 비디오 보러 가기. YouTube 링크 [새창으로 열림])

버브에서 시작했지만 오늘 커버/스토리는 버브 이야기가 아니다. 인용한 문장을 읽으며 "나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에 속하나보다" 싶었다. (정말 그런가?) 그러면서 동시에, 다른 밴드들은 어떤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바로 몇 장을 꺼내봤다.



버브와 동년배 (밴드를 결성한 해도 1989년으로 같다) 오션 컬러 씬 Ocean Colour Scene의 「One From The Modern」(Island, 1999)을 보니... 어? 여기도 한 명이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는다.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진을 보고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스캔하면서 좀 작아서 안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잘 보여서 다행이다.

동년배 밴드라 그런가? 좀 옛날 밴드라면 조금 차이가 있을까?


Jefferson Airplane 「Surrealistic Pillow」(RCA, 1967)


The Who 「Who's Next」(MCA, 1971)


The Allman Brothers Band 「At Fillmore East」(PloyGram, 1971)

으음... 샌프란시스코의 사이키델릭 밴드 제퍼슨 에어플레인 Jefferson Airplane도, 영국 롹의 거물 밴드 후 The Who도, 미국 컨트리롹의 거물 올맨 브러더스 밴드 The Allman Brothers Band도 모두 한명만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설정이 너무 뻔한 것 아닌가 싶다. "자, 카메라를 바라보세요. 웃든지 말든지 그건 상관하지 않겠지만 한사람쯤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좋겠군요."라고 포토그래퍼가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사진 수업을 할 때 이런 사진을 찍으라고 똑같은 교수에게 수업을 받기라도 했을까?
혹시나 의도적으로 이런 앨범 커버만 찾으려고 노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고 판단(멤버 사진으로 장식한 앨범을 찾으려고 노력하긴 했다)해서 최근 팝계에서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번에는 그나마 최근 앨범을 꺼내보았다.


Club 8 「Best Wishes: Best Of Club 8」(Labrador, 2004)


Wilson Phillips 「California」(Sony, 2004)


Westlife 「Turnaround」(BMG, 2003)

엇... 이것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체임버 팝 chamber pop 그룹이라는 클럽 에잇 Club 8은 두 명으로 구성된 듀오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런데 비치 보이스 Beach Boys의 브라이언 윌슨 Brian Wilson의 딸과 마마스 앤 파파스 The Mamas & The Papas의 존/미셸 필립스 부부의 딸로 구성된 그럭저럭 여성 수퍼 트리오 윌슨 필립스 Wilson Phillips도 그렇고, 멤버 한 명이 솔로 활동을 벌이기 직전에 발표한 5인조 보이밴드 웨스트라이프 Westlife도 마찬가지다.

이거참... 사진 수업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전부 이런 구성으로 사진을 찍었다면, 아마, 사진강의 제1장 제1절에 "여러 사람을 함께 찍을 때는 한명쯤은 시선을 다르게 찍어야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온다"는 말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 이런 사진을 찍다니...

W 항목에서 몇 장 꺼낸 김에 아예 W로 시작하는 앨범 리스트에서 밴드 또는 그룹의 앨범 몇 장을 더 꺼내보기로 했다.


The Wallflowers 「(Breach)」(Interscope, 2000)


Weezer 「Weezer」(a.k.a Blue Album)(DGC, 1994)


The Who 「My Generation」(Brunswick, 1965)

그럼 그렇지. 밴드 리더가 밥 딜런 Bob Dylan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할수록 오히려 제이콥 딜런 Jacob Dylan의 음악과 밥 딜런을 연관짓게 만들었던 월플라워스 The Wallflowers의 앨범 커버나, 유주얼 서스펙트 스타일로 여러 밴드가 찍었던 것처럼 죄수 사진 스타일로 찍은 위저 Weezer의 데뷔 앨범 커버(이런 커버/스토리를 쓰려고 앨범 커버를 확인하는 중이라 조만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나, 의도적으로 공중에 설치된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린 청년들의 치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려 했던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셋" 스타일의 데뷔 앨범 커버를 담은 후나 카메라를 향하든 그렇지 않든 모두 같은 곳을 보고 있다.

그런데... 모두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커버는 조금 불편하다. 오히려 한 사람이라도 다른 방향을 향하는 것이 같은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조금 더 자연스럽다. 일명 졸업 앨범 사진이라고 부르는 '여고 졸업사진' - 앞사람의 어깨를 짚고 찍는 기차놀이 사진이나 계단에 이쁘게 줄 서서 찍는 계단 사진, 그리고 가상의 한 지점을 모두 가리치는 삿대질 사진 - 을 생각해보라. 찍을 때는 즐겁지만... 나중에 보면 웃겨서 뒹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졸업앨범으로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포스트의 결론은, 내지 못했다. 어디에 시선을 두고 찍을 것인가는 밴드의 성격과 음악 스타일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일단 결론내야겠다.
(참고로, W 항목에 있던 웨스트코스트 갱스터 랩의 거물들이 모인 프로젝트 웨스트사이드 커넥션 Westside Connection의 두번째 앨범 「Terrorist Threats」(Capitol, 2003)는 카메라를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따가워서 포기했다. 갱스터 래퍼... 무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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