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언젠가는 써야 할 글이므로!
오늘은 토리 에이모스의 커버에 대한 아주 짧은 인상을 적어야겠다.

(혹시, 정말 토리 에이모스에 관심이 있다면, 오른편 메뉴의 LINK를 따라가보길.)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리의 앨범 커버다.
한 음반을 오랫동안 반복해서 듣는 것을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이 앨범은 커버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한동안 CD플레이어 속에서 나올줄을 몰랐다. 음악이 돌아가는 동안 이리저리 커버를 뜯어보고는 "아..." 소리 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정말이다. 그땐 정말 그랬다.)

지금 막 살인을 끝낸 것같은 분위기로 총을 들고 앉은 여인, 거칠지만 성스럽게 한쪽 다리를 가리고 다른 다리는 드러낸, 거기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늪속에서도 꿋꿋하게 걸어나온 듯 그녀의 발에 묻은 진흙, 커다란 가마솥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목을 매단 닭, 바닥에는 커다란 뱀이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펠레

Pele

신에게 바치는 소년들이라니... 거기다 음악은 얼음과 불 사이를 오가면서 종잡을 수 없이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 앨범에는 이 블로그의 타이틀로 쓰고 있는 <Hey Jupiter>가 들어있다. 모두 열 여덟곡, 뒤로 갈수록 지루해질 법한데도 여전히 긴장이 유지된다. 그건 음악과 상관없이 시선을 잡아끄는 부클릿 속의 사진 한 장이었다.

바로 이 사진.
돼지에게 젖을 물린 토리 에이모스의 모습은, 뒤흔드는 것도 모자라 아예 망치로 꽝 내리치는 듯했다. 다른 사진 역시 이 앨범의 주제에 걸맞게 '聖과 俗'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었다.

more..
돼지에게 젖을 물리는 것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돼지에게 젖을 물린"이라는 검색어를 집어넣었다.

몇 년 전 TV 프로그램 하나가 검색된다.

"돼지에게 젖을 먹여 키우는 부족"
부와 명예의 상징이며 총각이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여자집에 반드시 돼지를 주어야 한다.
돼지는 이들에게 생존수단이자 신성한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돼지를 키우는데 온갖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사람젖을 돼지에게 물리는 것은 기본이고, 돼지와 함께 안방을 쓰기도 한다.
돼지를 살리는 것이 부족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파푸아뉴기니의 한 부족의 생활...

분명 이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을 테지만 어쨌든 토리의 편집증이나 망상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했다.

이 사진을 본 누구는 에로틱하다고 했고, 누구는 선정적이라고 했고, 누구는 별 감흥이 없다고 했고, 누군 나처럼 멍한 기분이 들었을 테다.
사진은 토리 에이모스의 음악에 멋진 이미지를 제공한 신디 팔마토 Cindy Palmano가 찍었다.
아마 여러 번 언급될 것이다. 신디 팔마토는 토리 에이모스의 데뷔작부터 이 세번째 앨범 「Boys For Pele」에 이르는 모든 음반 커버를 찍었다. 정규앨범은 물론이고 싱글, EP 모두 다.

내가 토리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한 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 앨범과 음악과 커버를 비롯한 다른 사진들 때문이다. 지금도 이 커버 사진과 부클릿 속의 사진은 볼 때마다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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