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써야 할 글이므로!
오늘은 토리 에이모스의 커버에 대한 아주 짧은 인상을 적어야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리의 앨범 커버다.
한 음반을 오랫동안 반복해서 듣는 것을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이 앨범은 커버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한동안 CD플레이어 속에서 나올줄을 몰랐다. 음악이 돌아가는 동안 이리저리 커버를 뜯어보고는 "아..." 소리 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정말이다. 그땐 정말 그랬다.)
지금 막 살인을 끝낸 것같은 분위기로 총을 들고 앉은 여인, 거칠지만 성스럽게 한쪽 다리를 가리고 다른 다리는 드러낸, 거기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늪속에서도 꿋꿋하게 걸어나온 듯 그녀의 발에 묻은 진흙, 커다란 가마솥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목을 매단 닭, 바닥에는 커다란 뱀이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펠레
신에게 바치는 소년들이라니... 거기다 음악은 얼음과 불 사이를 오가면서 종잡을 수 없이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 앨범에는 이 블로그의 타이틀로 쓰고 있는 <Hey Jupiter>가 들어있다. 모두 열 여덟곡, 뒤로 갈수록 지루해질 법한데도 여전히 긴장이 유지된다. 그건 음악과 상관없이 시선을 잡아끄는 부클릿 속의 사진 한 장이었다.
바로 이 사진.
돼지에게 젖을 물린 토리 에이모스의 모습은, 뒤흔드는 것도 모자라 아예 망치로 꽝 내리치는 듯했다. 다른 사진 역시 이 앨범의 주제에 걸맞게 '聖과 俗'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었다.
이 사진을 본 누구는 에로틱하다고 했고, 누구는 선정적이라고 했고, 누구는 별 감흥이 없다고 했고, 누군 나처럼 멍한 기분이 들었을 테다.
사진은 토리 에이모스의 음악에 멋진 이미지를 제공한 신디 팔마토 Cindy Palmano가 찍었다.
아마 여러 번 언급될 것이다. 신디 팔마토는 토리 에이모스의 데뷔작부터 이 세번째 앨범 「Boys For Pele」에 이르는 모든 음반 커버를 찍었다. 정규앨범은 물론이고 싱글, EP 모두 다.
내가 토리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한 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 앨범과 음악과 커버를 비롯한 다른 사진들 때문이다. 지금도 이 커버 사진과 부클릿 속의 사진은 볼 때마다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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