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표절 논란 보아, 공연콘셉트도 베끼기? 라는 뉴스가 올라왔다.
표절이라고 보기보다는... 만 스물을 넘긴 보아가 이젠 성인이 되었으니 이런 복장에도 자신이 넘친다는 뜻 아닐까... 하고 나는 추측한다.
유니폼, 더구나 간호사 복장은... 그네들에게 너무나 친숙하지 않은가... 우리도?
(본문과 상관이 있는 듯 없는 듯한데...
말줄임표가 많은 건 위의 해석이 그리 자신만만하지 않은 탓이다. 이봐. 자신있게 이야기해보라고!
신문 헤드라인에 넣는 퀘스천 마크는 낚시를 위한 최고의 도구다. 이봐. 자신있게 이야기해보라고!)
이 글은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위해 꺼낸 것이 아니다.
빨간 드레스의 여인들 이야기다.
보아의 저 빨간 드레스 멋지지 않은가.
R&B 좀 한다고 하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에게 "당신이 영향받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를 물어보면
열 명 가운데 아홉명은 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어떤 노래를 부를 때의 스티비 원더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단 한번도 못봤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소리를 들었던지라 스티비 원더의 음악은 시대별로 다양하다.
스티비 원더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 사운드트랙은 상업적으로 훨씬 더 성공했지만 R&B의 원류에서는 많이 벗어난 스티비 원더의 팝 시절이다.
이런 것까지 좀더 정확히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괜히 스티비 원더 이름을 꺼내다고 해서 아, 이 친구는 정말 R&B를 아나보다...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음, 이번에도 딴소리가 본론보다 길어졌는데, 본론으로.
이 사운드트랙 커버를 장식한 사진은 영화 포스터이기도 한데, 남자의 시선이 생뚱맞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옥의 티가 아니라 빵점이다. 빨간 옷을 입은 여인네에게 시선을 줘야 제목도 살고 의미도 살고 포스터도 살텐데... 이 앨범을 손에 쥔 사람들은 남자와 눈싸움 하느라 빨간옷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그래도 조그만 사진으로 보면, 역시 다리가 먼저 보인다. 그리고 빨간 드레스.
바로 제목 그대로 Woman In Red다.
벨기에의 트리오 후버포닉
Hooverphonic이 발표한 네번째 앨범 「Jackie Cane」(Columbia, 2002)은 후버포닉의 모든 앨범과 다르게 관능적인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분장하고 커버 사진을 찍었다.
트립합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표현하는 후버포닉은 그 가라앉은 음악 만큼이나 우울한 푸른색 커버를 발표해 음악과 커버의 색조를 통일시켰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파란색을 고수하던 이들이 이 앨범에서 빨간색을 사용한 이유는?
바로, 앨범의 구성 때문이다. 싱글 위주의 곡을 모은 것이 아니라 앨범 타이틀의 재키 케인
Jackie Cane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한 여인의 흥망성쇠를 그린 컨셉트 앨범이기 때문이다.
커버의 강렬한 빨간색 때문인지, 이 앨범은 꽤 많은 인기를 얻었고, 이전 작품들까지 덩달아 새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후버포닉은 파란색의 밴드다.
「Jackie Cane」의 수록곡도 좋긴 하지만 소리가 떠다니는 지점이 평소의 열 배 쯤 높은 곳이다. 어색하다.
혹시라도 후버포닉의 음악을 들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Vinegar & Salt>를 추천한다. 내가 꼽는 이 밴드의 최고작이자 All-Time Favorite Song이기도 하다. 아니면 팝페라 아티스트 사라 브라이트만 Sarah Brightman이 커버해 즐거움을 주었던 <Eden>의 오리지널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인디 롹 밴드 릴로 카일리
Rilo Kiley 활동 덕분에 알려진 것도 있지만, 제니 루이스
Jenny Lewis가 알려진 것은 영화배우다. 난 흑백과 컬러가 즐겁게 교차하는 '플레전트빌'에서 참 인상 깊게 제니 루이스를 만났는데 음악적으로 본다면 분명 릴로 카일리 덕분이긴 하다.
여러 매체의 호평을 받은 덕에 제니 루이스는 왓슨 트윈스를 대동하고 솔로 데뷔 앨범 「Rabbit Fur Coat」(Team Love, 2006)를 발표했는데, 예전 활동의 영향 때문인지 여러 매체에서 이 앨범에 꽤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딱히 도발적인 의상도 아니고, 자세도 자연스럽지 않지만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제니 루이스의 빨간 원피스를 보면.... 소유욕이 생긴다. 프리오더 때부터 커버 때문에 주목한 앨범.
여기서 잠깐!!
화이트 스트라입스 The White Stripes가 2005년에 발표한 「Get Behind Me Satan」(V2, 2005)에서 멕 화이트 Meg White가 입은 의상도 빨간 옷이었는데... 라고 생각하고 확인해보니 웃옷만 빨강이다. 멕 화이트는 드러머라 아래는 바지를 입었을 것 같다. 부클릿을 다 뒤져봐도 치마인지 바지인지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은 없다.
2003년 앨범 「Elephant」(V2, 2003)에서는 드레스를 입긴 했지만 흰색이었다. 그때는 빨간 옷을 잭 화이트 Jack White가 입었다... 빨간 드레스 또는 원피스를 입은 여인들.
음악과 어울리건 어울리지 않건, 그 강렬한 색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분명하다.
그게 또 앨범 커버의 매력이다.
실패할 확률이 많은 어리석은 잣대지만, 커버가 좋은 앨범은 음악이 좋은 경우가 많다.
보아가 노린 것도, 단지 그것 뿐이었을 게다.
추가.
다이애나 로스
Diana Ross의 「Greatest Hits Live」(Motown, 1989) 커버는 적어도 사진이 아닌 이미지에서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