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사실은... 사실은... 농담이다.
손 한번 잡고 싶어서 손금 보는 척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건 아주 오래 전 일일 뿐.

오늘 커버/스토리는 앨라니스 모리셋 Alanis Morrissette의 베스트 앨범 「The Collection」(Maverick, 2005)에서 시작한 손 관련 이야기다.
세계 시장 데뷔 앨범 「Jagged Little Pill」(Maverick, 1995)를 발표한 지 10년을 맞이하는 이벤트로 형편없는 지상 최악의 어쿠스틱 앨범 「Jagged Little Pill Acoustic」(Maverick, 2005)을 발표한 그녀는, 가장 적당한 순간에 가장 적당한 첫 베스트 앨범을 발표했다. 10년의 음악활동을 이쁘게 담아놓은 이 앨범을 통해 앨라니스 모리셋은 자신의 히트곡과 함께 손금까지 보여주었다.
참 곱다.
(왜 「Jagged Little Pill Acoustic」이 지상 최악의 앨범이냐 하면... 「Jagged Little Pill」의 격한 감정이 완전 거세당했기 때문이다. 커피샵에서는 어울릴 앨범이지만, 나긋나긋하게 날리는 F**k You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앨범을 발표하지 말고 베스트 앨범만 발표했으면 정말 멋진 10주년 기념이 되었을 텐데...)




조지 해리슨 George Harrison의 「Living In The Material World」(Apple, 1973)의 커버는 손금 대신 인디언 문양이라고 추정하는 것을 올려놓은 손을 보여주고 있다.
(손금 이야기는 농담이었으니, 이제부터 손금 이야기는 제외한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지 해리슨은 이 앨범에서 여러가지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커버의 문양을 제외하면 인도의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쏙쏙 와닿는 것들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공부해서 남 주자는 심정으로, 앨범 커버에 담은 셈이다.




그러자, 비틀즈 해산 이후에도 잘 나갔던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도 손바닥을 펼쳐보였다.
조지 해리슨이 한손을 보여주자 폴 매카트니는 양손을 펼쳐보였다.
조지가 다섯이면 나는 열이다? 하하, 농담이다. 아마도 폴 매카트니는 비틀즈 이후 자신의 밴드 윙스의 이미지를 위해 두 손을 펼쳐보였을 게다. 그림자 놀이로 자주 보았던, 양 날개를 활짝 편 새다. 윙스!
「Wingspan: Hits And History」(Parlophone, 2001)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40곡을 담은 폴 매카트니의 비틀즈 이후 히트곡 모음집이다.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 폴 매카트니는 같은 해 말 정규 앨범 「Driving Rain」(Parlophone, 2001)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손을 내밀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손바닥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이라 넣을까 말까 고민했고, 이런 스타일의 앨범 커버는 정말 수도 없이 많아서 폴 매카트니의 앨범만 넣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기도 했지만, 2001년의 두 앨범이 모두 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배려했다. (엄청나게 신경 써주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 말을 이어나가기 위한 교묘한 술책일 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막 국내에 상륙한 벤 앤 제이슨 Ben & Jason의 마지막 앨범 「Goodbye」(Setanta, 2003)의 앨범 커버.
엑스레이 사진 같지만 뼈 대신 손금(!)이 나온 것으로 봐서는 복사기에 손바닥을 올려놓고 복사한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오른편의 손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아마 앨범 타이틀처럼 손을 흔드는 한 사람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고 생각해야겠다. 현실적으로 가장 근접한 해석이겠다.
포크에 기초를 둔 인디 롹 밴드 벤 앤 제이슨은 벤 파커 Ben Parker와 제이슨 헤이즐리 Jason Hazeley가 결성한 듀오. 데뷔 앨범 타이틀은 「Hello」(PolyGram, 1999). 앨범 타이틀을 짓는 센스가 좋다. 「Goodbye」는 밴드 해산 또는 탈퇴의 가장 큰 이유인 음악성의 차이 때문에 결별한 두사람의 마지막 작품이다.




누구의 손일까?
시스템 오브 어 다운 System Of A Down이라는 밴드의 성향으로 본다면 그들의 데뷔작인 이 셀프 타이틀 앨범 「System Of A Down」(Sony, 1998)의 커버는 절규에 가까울 것 같다. 그것도 죽음 직전의.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 이후 (미국에서) 가장 정치적인 밴드를 꼽으라면 누구나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을 꼽는다. 미국에서 먼 나라의 부모를 가진 멤버들은 미국 내부의 불만을 엄청난 블랙 유머와 함께 냉철하고 준엄하게 꼬집었다. <Chop Suey!>를 히트시키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두번째 앨범 「Toxicity」(American, 200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멋진 데뷔 앨범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손(금) 커버와 달리 너무나 생생한 감동을 준 커버는 주다스 프리스트 Judas Priest의 앨범 「British Steel」(Columbia, 1980)의 커버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이라는 관용어는 때때로 수사를 위한 수사로 들리지만 이 앨범의 경우에는 그 관용어구를 써주는 것은 예의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이라는 수식어는 보컬을 묘사할 때 많이 쓰는데, 이 시절 랍 핼포드 Rob Halford의 보컬은 정말 면도날처럼 날카로웠다.)
이 앨범을 LP로 만났던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너무나 섬뜩했던.
금방이라도 저 손가락에서 피가 뚝 떨어질 것 같은 그 생생한 느낌은 CD에서는 부족하지만, 여전히 생생하다. 감동이다!




그런데 이건?
스웨덴의 메틀 밴드 하드코어 수퍼스타 Hardcore Superstar의 다섯번째 앨범 「Hardcore Superstar」(Gain, 2005)의 커버다. 뭐, 이것도 주다스 프리스트처럼 생동감이 넘치긴 하는데, 빨간 손톱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글램롹과 헤비메틀을 결합시킨 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가사는 진정한 하드코어다. 80년대 신나게 먹고 마시고 춤추고 연애하세를 노래한 LA메틀 밴드들은 하드코어 수퍼스타의 가사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다. 딱 한번 듣고 처박아두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들어볼까 하다가, 참았다.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아서... (진짜 이유는 지금까지 죽 써내려왔더니 졸려서지만...)

오늘은 여기에서 끝.

여담이지만 내 손금을 본 사람들은 참 멋진 운명만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봐도 손금 하나는 정말 뚜렷하게 죽죽 잘 뻗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멋진 운명은 오지 않았다. 왔는데 몰랐던 걸까?
벌써 버스는 떠나갔나?
버스 떠난 다음에 손 들었더니 택시가 서더라,는 촌스러운 유머도 잠깐 생각났지만
택시가 서면 뭐 하나... 택시비가 없는데.

참, 정말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있다.
지금까지 손바닥 커버를 살펴봤는데, 남자는 오른손을, 여자들은 왼손을 썼다.
이건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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