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 Mika라는 젊은 친구가 영국에서 한창 인기를 얻고 있다.
전략은 과거 거물 베끼기.
이 친구 이름에 함께 따라붙는 거물 리스트는 퀸 Queen의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 엘튼 존 Elton John, 조지 마이클 George Michael 등이며, 거기에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와 비지스 Bee Gees를 섞어 화제가 되었던 시저 시스터스 Scissor Sisters까지 베낀 거물 리스트로 거론된다.
남들은 베껴도 모르겠지가 아니라 난 이사람들 베꼈어,라는 노골적인 전략도 성공의 요소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일단 첫 싱글 <Grace Kelly>가 쏙 들어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영국쪽 미디어들은 오아시스 Oasis와 블러 Blur 이후로는 오버하기로 작심한 듯 하나 걸렸다 하면 띄워대는 통에 믿음이 가질 않는다. 이 친구 역시 처음 내가 느낀 호감의 강도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 중. (한 3년 쯤 뒤에 꺼내들으면 역시 재미있는 친구였어! 하며 무릎을 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오늘 커버/스토리의 주제 '왁자지껄'은 영국 미디어 이야기?
그럴리가... 그럴리가.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정수라 <아 대한민국>), 비둘기 날고(전인권/허성욱 <머리에 꽃을>), 한 여름 바깥은 햇살 가득한데 커텐을 내리고, 온종일 비디오만 봤네...(김창완 <비디오만 보았지>)라는 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미카의 앨범 커버 이야기가 맞다.
거기엔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커버에 등장하는 "롤링 스톤스를 환영합니다"라고 인쇄한 옷을 입은 소녀도 있고, 엘튼 존이 갖고 노는 피아노도 있고, 그리고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서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고장난 시계도 있고, 무지개도 있다.
그렇지만 좀 약해... 색감은 좋은데.
그래서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담은 앨범 커버를 살펴보기로 했다.
왁자지컬 커버로 가장 쉽게 떠오를만한 커버는 그린데이
Green Day의 「Dookie」(Reprise, 1994)일 것 같다. (※
소유하지 않았으므로 작게 넣었으니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난 아직도 이 앨범을 가지고 있지 않다. Se* Pistols보다도 클래시
The Clash를 좋아하는 내게, 그린데이의 통통 튀는 <Basket Case>는 맘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커버에 똥이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더욱 싫어했다.
물론 이건 그 노래가 막 뜰 무렵인 90년대 중반 이야기다. 이 앨범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린데이를 지금까지 무시하는 건 아니다. 이 앨범 이후는 다 있다. 그린데이의 「American Idiot」(Reprise, 2004)는 그해 '올해의 앨범'으로 당당히 선정하기도 했다. 멋진 친구들! 그래. 펑크는 그저 말달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서 고마워.
아, 커버 이야기... 이 커버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모두 다 잘 알고 있을테니 생략! 빌려서 들은 기억으로 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버렸다. 벌써 10년이 넘었다니...
지금 CD장으로 달려가 이 CD를 꺼내보면서 그때 그 기분을 느껴보시길.
토킹 헤즈
Talking Heads가 1985년에 발표한 「Little Creatures」(Sire, 1985)의 커버도 왁자지껄 그 자체다. 사실 이 커버의 진짜 매력은 중간중간 들어간 글자들인데, 이 정도로 넣어도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2001년에 세상을 뜬
하워드 핀스터 Howard Finster의 작품이다.
R.E.M.의 「Reckoning」(I.R.S., 1984)에서 처음 앨범 커버 작업을 했고, 이후 토킹헤즈를 거쳐 메모리 딘
Memory Dean, 피어스 페티스
Pierce Pettis, 그리고 애덤 어게인
Adam Again이 하워드 핀스터의 유화를 앨범 커버로 디자인했다고 적혀 있다. (미안하게도 나머지는 누군지 어떤 밴드인지 모르겠다...)
어쨌듯 토킹 헤즈의 앨범 커버 속의 그림을 보면 하워드 핀스터의 다른 작품을 봤다면 아! 할 만큼 전형적인 그의 유머와 자연과 인간과 신화와 종교가 담겨 있다. 멋진 작품.
한때 국내에 아트롹 붐이 불 때, 시완레코드에서 발매한 앨범이라면 무조건 사고 보는 정말 좋은 시절이 있었다. 초기에 발매했던 앨범이 워낙 명성이 자자한 명반들이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이후 등장한 브리티시 포크, 하드롹 등도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 롹의 붐과 함께 거부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집어들던 시기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때 구했던 앨범 가운데 티 앤 심포니
Tea & Symphony의 이 앨범 「An Asylum For The Musically Insane」(EMI, 1969)의 커버도 오늘 주제에 맞는다.
음악적으로 미친 사람들을 위한 수용소? 음악적으로 미치는 것이 어떤 것일까? 이쯤 해서 이 앨범을 들었던 누군가는 "음악을 들어보셔. 그럼 앨범 제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줄 수도 있겠다. 사이키델릭이 거의 종말을 맞이할 즈음 등장한 어쿠스틱 사이키델릭 록이라고 하는데, ... 어렵다. 물론 음악은 그리 어렵지 않다.
커버를 보면 모두 흥겹다. 중간중간 멤버 사진도 콜라주로 붙여놓았고, 그림 속의 수용소는 즐거움이 넘친다. 이게 무슨 수용소?라고 생각하겠지만, 음악에 미친 사람들만 모두 집어넣었으니 이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건 진짜 고통이겠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왁자지껄 커버는 팬텀 플래닛
Phantom Planet이 발표한 네번째 앨범 「Phantom Planet」(Epic, 2004)의 커버다.
오리지널 커버에는 중간에 커다란 하얀 새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지만 이 커버에는 없다. 그 이유는 2002년에 밴드를 영입한 에픽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앨범 「The Guest」(Epic, 2002)를 어떻게든 알려보려고 2004년에 두장을 묶어 재발매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앨범 커버에 있던 커다란 흰 새는 투명 스티커로 대체되었다.
이 밴드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아보려면
팬텀 플래닛의 MySpace를 방문해서 들어보면 된다. 딱 한가지 스타일이 아니라 워낙 다양해서 종잡을 수 없다. 최근에는 유투브에 둥지를 틀고 동영상으로 밴드를 직접 소개하고 있는데, 새 앨범이 나올 모양이다.
앨범 커버는 픽셀아트를 이용한 그림 같은데, 윗부분에서 드래곤을 발견한 것 외에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왁자지껄한 모양이다.
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즐기지 않는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술자리가 거의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조금 전에 끝난 TV 프로그램에서 술을 못 마셔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제보를 받고 있던데... 사실 어울리지 못해서 술을 마실 생각은 전혀 없다.)
오늘은 단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고양이에게 몇 마디 중얼거렸을 뿐. 비가 왔으니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솔직히, 하나도 그립지 않다.
[글 올리자마자 겟롹님의 제보로 긴급 추가^^]
다이컷
die-cut 또는 컷 아웃
cut out 방식 앨범 커버 이야기를 할 때마다 거론하는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3번째 앨범 「III」(Atlantic, 1970)도 약간 왁자지껄하다. (약간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다른 커버에 비해 흰 여백이 많기 때문.)
이 앨범 커버는 앨범 아트웍이 아니라 구성 방식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LP에서는 대부분 오리지널 커버처럼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거기에 또 하나의 원형 그림판을 끼워넣어 빙빙 돌릴 때마다 다른 그림이 보이게 만든 형태다. (
CD에서는 모두 같은 형태로 재발매되었지만, LP 미니어처로 제작한 일본과 영국 버전은 LP 형태를 재현했다고 위키는 적고 있다. 레드 제플린의 다른 앨범 「Physical Graffiti」(Atlantic, 1975) 커버도 다이컷 방식 커버로 유명하다.)
이 글 추가하는 동안 깔린 배경음악은 이 앨범 수록곡 <Since I've Been Loving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