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난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다.

안경 쓰는 걸 싫어하다 보니 운전하면 안경을 항상 써야 해서 싫다고 주장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20년전 사고의 악몽?
음, 그것도 아니다. (여기저기 모두 열여섯 바늘을 꿰맸는데 팔꿈치에도 한 바늘 꽤맸다. 이건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한바늘이라니...)


그래도 차가 있으면 즐거운 일이 많을까?




그러다가 이렇게 에일리언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지?
납치되어서 생체실험이라도 당하면?
화성침공일까?
(Nine Inch Nails 「Year Zero」(Interscope, 2007)




이렇게 살인사건이라도 목격해서 괜히 쫓기는 신세라도 된다면?
그런데 핸들 잡은 손에 묻은 피는 뭐지?
핸들이 오른쪽에 있는 걸 봐서는, 영국식 시골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났나보다.
(Show Of Hands 「Witness」(Hands On Music, 2006)




이렇게 멋진 날 이렇게 멋진 바다 앞에서 뭔 일이라도 생겼나보다.
저기까지 차를 끌고 간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주홍글씨'가 생각난다. 괜히 불안하고 갑갑하다. 이 멋진 날...
(Anathema 「A Fine Day To Exit」(Music For Nations, 2001)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 쭉 뻗은, 그러나, 텅 빈 고속도로에서 누군가 실종된 모양이다.
에일리언에게 쫓기고,
살인자에게 쫓기고,
결국 스스로 실종을 가장하고 이 벌판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Bon Jovi 「Lost Highway」(Mercury, 2007)




말하자면, 까만 비닐봉투를 쓰고 운전을 하는 셈인데... 이러다가 제대로 집을 찾아갈 수 있을까?
평생 이렇게 도로에 버티고 있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차에 부딪치지 않는 것만으로 행복해야 할 수도 있다.
(Mars Volta 「Franses The Mute」(Unversal, 2004)


그렇다면. 차가 있어도 즐거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내가 운전을 배우지 않는 건 즐거운 일이 없을 것 같아서다.
그렇지만.




비록 운전기사 역할 밖에 할 일이 없겠지만
왕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에릭 클랩튼의 표정을 보면... 정말 행복해보인다.
정말 행복해보인다...
(B.B. King & Eric Clapton 「Riding With The King」(Reprise, 2000)




뻥 뚫린 상파울루 시내 진입로.
그의 표정을 보니 뭔가 좋은 일이 잔뜩 있나보다.
빨리 집으로 갈 수 있는 건 차가 있어서다.
(Minutemen 「Double Nickels On The Dime」(SST, 1984)




해가 지는 것인지 해가 뜨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에도 운전을 하는 건
오직 조수석에 앉은 그녀를 위해서다.
멋지고 잘 생긴 차를 원하는 이유의 90%는 이런 운전을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폼도 나고 좋다.
(Matia Bazar 「Tournee」(Virgin Dische, 1991)




자전거로는 이런 길이라도 더 속도를 내긴 어렵다.
모터사이클이라면 가능할까? 그렇지만 고속도로는 진입금지.
자동차로 이렇게 뻥 뚫린 길을 달리는 건 즐거울 것 같다.
속도위반으로 딱지를 떼지도 않을 것 같으니 금상첨화.
(Nickelback 「All The Right Reasons」(Roadrunner, 2005)


이런 모습을 보고 나니, 차가 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고 싶은 대로 떠날 수 있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가고 싶은 사람과 떠날 수 있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법정속도를 가볍게 무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차가 있으면 즐거운 일이 생기는 모양이다.
그렇다. 생계 문제가 끼어들지 않는다면.
그렇지만.




굳이 내가 운전대를 잡아야할 이유는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잠들고 깨는 내 경우에는 흉기가 될지도 모른다.
손이 자유로우니, 이런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것 아니겠나.
(Scorpions 「Lovedrive」(EMI, 1979)

난 한밤의 드라이브를 꿈꿔본 적이 없다.
무.미.건.조.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 디자인을 위해 가지고 있지 않은 앨범을 250 픽셀로 줄이는 기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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