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갯벌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려고,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갯벌로 갔다. 살아 있는 갯벌을 보려고 갯벌을 죽여가면서 새로 뚫은 방조제의 4차선 도로를 자동차로 달려갔다. 방조제 길은 곧고 또 빨랐다.
갯벌에 닿아 자전거에서 내렸다. 바퀴가 빠져서 뻘 안으로 자전거를 몰아갈 수 없었다. 페달을 누르는 허벅지의 힘을 갯벌은 한없이 빨아들였다. 갯벌은 바퀴를 굴려서 나아가려는 인간의 힘을 밀어내주지도 않았고 갯벌은 인간의 바퀴를 용납하지 않았다. 바퀴에 와 닿는 갯벌의 질감은 의지할 수 없이 불안정했고, 힘은 뻘 속으로 소멸해서 작동되지 않았다. 겨우 뻘 속으로 두어 바퀴 몰고 들어가자 힘의 방향은 가루처럼 분산되었다. 자전거는 무력하게 쓰러졌다. 갯벌에는 길이 없다.


- 김훈, 『김훈의 자전거여행 2』, 생각의나무, pp.108-109.



명문이다.



하지만
자전거로 갯벌을 달리겠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치기일 뿐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위해 내가 이 문장을 속 좁게 끄집어냈듯
명문을 쓰기 위해 치기를 세상에 대한 깨달음으로 바꿔치기하는 것 역시 좋아보이지 않는다.


갯벌에는 길이 없고
김훈의 자전거여행 2에는 자전거가 없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