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지는 모조 MOJO. 오래된 아티스트와 새로운 아티스트를 적절히 배분할 줄 알고 메이저 아티스트와 인디 아티스트를 골고루 선호할 줄 아는 잡지. 오래 전부터 보는 잡지다. 앨범 커버나 광고, 간간이 짧은 리뷰 등을 읽는 수준이지만... 모조 외에도 외국 음악지의 1월호는 웬만하면 사 보는 편이다. 지난해의 베스트 앨범 관련 기사들이 대부분 1월호에 실리기 때문이다.
오늘 커버/스토리는 모조에서 선정한 50장의 2007년 베스트 앨범 관련 글이다. 그런데 왠 동물의 왕국?
아래 순위에 해당하는 커버를 보면, 2007년은 동물의 왕국이라는 말이 확실해진다.
15위 Andrew Bird 「Armchair Apocrypha」(Fargo, 2007) 우리나라에도 얼마전 세 장의 앨범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앨범으로 소개되어 알려진 포크 아티스트 앤드류 버드의 최신 앨범. 2005년 앨범 「Andrew Bird & The Mysterious Production Of Eggs」(Wegawam, 2005)에서는 양이더니 이번에는 잉꼬(앵무새?)다. 앤드류 Bird답다.
18위 Grinderman 「Grinderman」(Mute, 2007) 백 밴드 배드 시즈 Bad Seeds를 이끌고 있는 롹 뮤지션 닉 케이브 Nick Cave의 사이드 프로젝트. 점점 무겁게 가라앉는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의 음악에 스스로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에서 발표한 앨범인 듯 초기의 강렬한 롹 중심의 사운드. 물론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의 앨범이라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게다가 밴드 멤버 역시 배드 시즈 멤버들이니. 커버 속의 원숭이는 첫 곡 <Get It One>의 가사에서 떠올린 듯하다.
22위 Wilco 「Sky Blue Sky」(Nonesuch, 2007) 제프 트위디 Jeff Tweedy라는 인물에 대해 철저하게 탐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재능에 대해서는 항상 감탄한다. 얼터 컨트리 팝이라는 윌코의 스타일, 대형 밴드인데도 전혀 으시대지 않는 소박한 사운드, 그들의 음악적 매력이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건 당연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앨범 커버 속의 새는 외로워보이지만, 왼쪽의 저 엄청난 것들을 보면 전혀 외롭지 않다. 그건 새떼였을까?
29위 Iron And Wine 「The Shepherd's Dog」(Sub Pop, 2007) 아이언 앤 와인은 포크롹커 샘 빔 Sam Beam의 음악적 에고. 항상 주목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그의 작품에 손이 쉽게 가질 않는다. 수입으로만 공개되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일 듯. 커버 속의 동물이 개인지 늑대인지 잘 모르겠다. 절망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인 것은 분명한데, 정확한 의미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Wolves (Song Of The Shepherd's Dog>에서 가져왔기 때문.
31위 Gruff Rhys 「Candylion」(Rough Trade, 2007)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명 밴드 수퍼 퍼리 애니멀스 Super Furry Animals의 프론트맨 그루프 라이스의 두번째 솔로 프로젝트 앨범. 수퍼 퍼리 애니멀스의 베스트 앨범 한 장이 고작이라 그의 솔로 활동을 전혀 알지 못해서 갑자기 미안해졌다. 커버 속 동물은 사자. 전혀 무섭지 않다...
32위 Panda Bear 「Person Pitch」(Raw Tracks, 2007) 2007년에 필드 The Field를 꼽는 한국의 누군가가 있다면 그는 피치포크 맹신자!라고 선언하리라고 일찌감치 정해놨는데, 피치포크에서는 이 앨범을 2007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피치포크에서 추천하는 앨범은 내 취향과 완전히 달라서 전혀 끌릴 기미는 없지만, 모조 역시 이 앨범을 32위에 올려놓았다. 호랑이, 곰 등등 동물에 둘러쌓인 인간들.
33위 Seasick Steve 「Dog House Music」(Bronzerat, 2007) 아, 이것참... 순위가 조금씩 낮아질수록 모르는 아티스트가 자꾸 튀어나온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위키를 뒤적뒤적. 아메리칸 블루스 할아버지다... 줄스 홀랜드 Jools Holland와 함께 활동을 했다니, 연주력은 꽤 뛰어나겠다. 동물은 없지만, 저 집 속에서 자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이 앨범도 동물의 왕국에 포함.
38위 The Besnard Lakes 「Are The Dark Horse」(Jagjaguwar, 2007) 아.. 정말... 도대체가 어떤 앨범인지도 모르겠고, 일일이 위키 찾아보는 것도 힘들고... Besnard는 사전에도 안 나오니 뭐라고 읽는지도 모르겠고... 캐나다 팀인지라 베스나르라고 읽는지도 모르겠고... 이건 그냥 패스...
43위 Interpol 「Our Love To Admire」(EMI, 2007) 사실, 동물의 왕국 커버/스토리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앨범이 결정적이었는데, 내 감각이 지나치게 대중적이다 보니 인터폴 같은 밴드는 아무리 들어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몇 번을 들었어도 기억나는 노래 하나가 없지만, 커버 만큼은 오랫동안 기억할만한 앨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밴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애정 섞인 글이 안나온다.
44위 Les Savy Fav 「Let's Stay Friends」(Wichita, 2007) 위치타 레이블이면 클랩 유어 핸즈 세이 예 Clap Your Hands Say Yeah와 소속사가 같으니, 대략 인디롹 밴드라고 짐작할 수 있겠다. 국내에 소개될 가능성이 있겠다. 구글 검색으로 이미지를 찾아보니... 앨범 커버 속 등장인물과 같은 복장으로 공연을... 인디 밴드의 다양성이라기에는 부담스럽다.
49위 Voice Of The Seven Woods 「Voice Of The Seven Woods」(Twisted Nerve, 2007) 영국의 뉴 포크 nu-folk 아티스트의 앨범이라는데... 휴... 괜히 이 포스트 시작했나보다. 오래 전에 지쳐서... 음악을 어떻게든 들어봐야겠다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50위 Alasdair Roberts 「The Amber Gatherers」(Drag City, 2007) 위와 마찬가지. 스코틀랜드 출신의 보컬/기타리스트. 이 앨범 바로 직전 앨범은 부엉이였다. 알래스데어 로버츠라고 읽으면 되려나? 어쨌든 Alasdair Roberts의 오피셜 웹사이트에서 확인한 사실. 아직 음악은 듣지 못했지만, 꽤 깔끔한 커버때문에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다.
그러고 보면, 비록 동물이 들어간 커버만 따져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모조가 선정한 앨범 가운데 들어본 것이 몇 장 없다. 가지고 있는 건 고작 두 장... 모조 편집진의 고충이 눈에 보인다. 들어야 할 것이 오히려 더 많아져버렸으니.
이제 메이저 레이블 출신 아티스트들에게 희망을 걸지 못할 상황이 된 건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꿋꿋하게 파는 인디 아티스트들은 존경스럽지만, 그런 음악까지 애정을 줄 여유가 내게는 없다...
내 음악 감상 스타일은 확실히 인디는 아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려고 이 커버/스토리를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2007년은, 결국, 동물의 왕국 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Q Magazine을 뒤적여 봤더니 모조보다는 좀 나아보인다. 다음 포스트는 Q의 동물의 왕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