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칙한 놈
지난해 공개한 하드파이
Hard-Fi의 두번째 앨범 「Once Upon A Time In The West」(Atlantic, 2007).
데뷔 앨범 「Stars On CCTV」(Atlantic, 2005)와 함께 두번째 앨범도 여러 음악지와 관련 매체를 통해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올라간 바 있다. 발표 당시 수입앨범이라도 구해서 바로 소개했을 테지만, 아직까지 나의 Thumb Up Album 리스트에 올리기에는 아쉬워 미뤘다.
다행히 (후지 록 페스티벌 출연팀들만 바라보고 있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대신 후지포트 록 페스티벌이라고 써야 적당할) 국내 페스티벌에 출연이 결정되어 뒤늦게 국내에 소개되었기에 지금 꺼내놔도 미안하지는 않다.
꼭 소개해야겠다고 한 생각한 이유는 음악이 아니라 앨범 커버 때문이다.
예전에 쓴 글("
황당 커버/스토리")에 비교해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 뛰어난 앨범 커버다. 게다가 이 커버를 보자마자 "아유, 이 발칙한 놈들!!" 소리가 절로 나왔으니. "커버 아트는 없음."이라고 커버 아트를 꾸민 그 재치와 유머는 밴드의 음악과 상관없이, 기존 커버아트의 개념을 뒤집는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력이다.
앨범 커버 아트를 누가 담당했는지 확인해보려고 부클릿을 뒤적거렸는데 "No Art by Smith, Smith & Turner."라는 문장만 보인다. 사람인지 회사인지, 사람과 회사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어쨌든 하드파이의 두번째 앨범 커버는 허풍을 약간 섞어 이야기하면, 커버아트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그래서 하드파이의 앨범 커버를 두고
발칙한 놈이라고 쓴다.
이 친구들의 발칙한 상상력은 6면으로 펼쳐지는 부클릿에서도 발휘된다. (앨범 커버와 마찬가지로) 노란 바탕에 흰 글씨로 SECOND ALBUM PHOTOSHOOT.이라는 글자만 큼직하게 적어놓았다. 밴드 사진은 어디 갔어!
밴드 사진이 궁금하다면 두번째 앨범에서 커트한 세 장의 싱글 커버를 확인하면 된다. 특히 첫 싱글 커버에 써 있는 글이 단서를 제공한다. "열라 비싼 밴드의 흑백사진. 지금은 볼 수 없음." 아, 이 친구들 정말 대단하다. 두번째, 세번째 싱글도 마찬가지.
# 황당한 놈
[하일성 야구중계 톤으로] 뭡니까? 이건 아니죠~
정말 아니올시다다. 푸른새벽이라는 듀오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라는 한희정의 의도가 들어있다고 기분 좋게 해석한다고 해도, 이거 삼류 *** 스틸 컷도 아니고...
마돈나의 천박한 앨범 커버를 뒤집는 최악의 앨범 커버가 한국 아티스트에서 나올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올해 최악의 앨범 커버 1위.
따끈따끈한 이효리의 세번째 앨범 커버는 이 커버에 비하면 예술이다.
황당하다. 더이상 설명은 불필요하다.
한희정의 앨범 커버를 두고
황당한 놈...이라고 쓴다.
# 멋진 놈
적어도 앨범 커버가 예술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정말
멋진 놈이다!
1집 「Bajofondo Tango Club」(Surco/Universal, 2002)을 발표할 무렵에는 앨범과 마찬가지로 밴드 이름을 바호폰도 탱고 클럽 Bajofondo Tango Club이라 부르다 이 두번째 앨범 「Mar Dulce」(Surco/Universal, 2008)부터 간단하게 바호폰도로 이름을 줄였다.
정식 음악으로 자리잡은 지 벌써 100년이 넘는 '탱고'를 지극히 현대적인 일렉트로니카와 결합시켜 탱고의 현대화에 앞장선 밴드의 음악은, 자극적이지만 멋진, 앨범 커버와 함께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갔다. 아르헨티나와 우르과이 출신의 여덟 멤버들, 이 지역 사람들의 리듬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아르헨티나는 탱고의 고향. 탱고의 현대화라고 표현했지만, 이들에게는 삶의 음악이다.
사진은 아르헨티나의 사진작가
우르코 수아야 Urko Suaya가 찍었다.
「Mar Dulce」는 피사체가 무엇인지 명확해서 굳이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첫 앨범 「Bajofondo Tango Club」커버는 3차원 그래픽과 비슷해서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데에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단번에 알아차렸다면... 3차원적 사고가 가능한 경우라 하겠다.) 2006년에 발표한 리믹스 앨범 「Remixed」(Surco, 2006)는
아직도 전체 형상이 잡히질 않는다. 더 연구가 필요하다. 등을 보이고 누워 왼발을 접은 모습 같다. (맞았는지 틀렸는지 장담하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