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오십센트 50 Cent(난 피프티 센트라고 발음하려 할 때마다 껄끄럽다)의 앨범 「Curtis」(Interscope, 2007) 커버를 처음 본 순간 그랬다. 피곤에 절은 표정에 금방이라도 타이*놀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두통까지 밀려오는 커버,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했다.
하지만 앨범 타이틀을 자신의 본명 커티스 제임스 잭슨 3세 Curtis James Jackson III에서 따온 건 그가 아주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겠다는 뜻이고, 그러니 힙합 스타라기보다 고뇌하고 번민하는 한 인간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의도는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두통약 선전 같은 오십센트의 커버는 오늘의 커버/스토리를 위한 깍두기.
이를테면 예고편이다.


그럼 이제부터 본편.



데뷔 앨범으로 단번에 뜬 팝/소울 보컬 제임스 모리슨 James Morrison이 1년만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Songs For You, Truths For Me」(Universal, 2008).
명성도 얻었고, 결혼도 했는데, 두번째 앨범은 상상 이상으로 대중을 겨냥하고 있다. 앨범 전체가 사랑도 못해본 사람처럼, 사랑타령.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좀 과해보인다. 멋진 팝보컬로 거듭나려는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앨범 커버에서 보이는 제임스 모리슨이 거리에 털썩 주저앉은 모습이 자신의 여우로운 삶과 달라보여서다. 아니, 생각해보니, 사랑 한번 못 해본 남자의 처지를 앨범 커버로 묘사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이런 게 바로 이어령비어령......



어딘가에 주저앉아 사진을 찍는 건, 솔로 아티스트에게는 다행이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할 게 아니라면.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 나올 수 있는 폼이 한정되어 제약을 받긴 하지만 찍힐 수 있는 표정의 범위는 더 커진다. 무엇보다 꼿꼿하게 서서 사진을 찍힐 때의 무안함이 없다. 손을 처리하기도 쉽다. 서서 사진을 찍을 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면 훨씬 자연스러운 폼이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서서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좋은 건 팔짱 끼기. 거만해보이지도 않고 거칠어보이지도 않으면서도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감성을 자극하는 폼이 나오기도 하고 자기의 음악에 자부심을 느끼는 폼이 나오기도 한다. 이보다 더 좋은 게 털썩 주저앉는 것.

엘리엇 스미스 Elliott Smith가 작업중이었던 레코딩을 정리해 발표한 사후 앨범 「From A Basement On The Hill」(ANTI-, 2004)의 커버 속 엘리엇 스미스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촌스럽다. 그의 음악이 가진 순수함 같은 걸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털썩 주저앉은 앨범 커버 가운데 그래도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이슨 므라즈 Jason Mraz의 2002년 데뷔 앨범 「Waiting For My Rocket To Come」(Elektra, 2002).
우리나라에서 제이슨 므라즈의 인기는 꽤 높은 편인데, 이상하게도 데뷔 앨범부터 최근 앨범까지 제대로 들어본 앨범이 한 장도 없다. 팝록 계열의 싱어송라이터라면 꽤 좋아하는데도 나를 흥분시킬 무엇인가가 없는 모양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제이슨 므라즈에 시큰둥했든가.
이 앨범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앨범 타이틀이 주는 묘한 상상의 세계와 닭과 놀고 있는 앨범 커버가 그래도 즐거워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곧 내 라이브러리에서 사라질 운명이 될 것 같다...... (사실은 ABC 순으로 정리된 시디장에 꽂혀 있지도 않다. 방구석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게다.)
그래도 잘 팔리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시작할 무렵에 "그래도 익숙할 것"이라고 단정지었지만, 아직도 내게는 익숙하지 않다. 아, 음악이 내게 안 맞는다는 이야기는 사족이다.
하고 싶은 말은 오늘의 주제인 털썩 주저앉은 앨범 커버로는 제격이라는 점. 물론 힘들어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유쾌해보이지도 않지만. 그런 의미에서 피곤해서 그냥 길거리에 앉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로켓이 오거나 말거나.


Billy Joel / An Innocent Man

비교적 최근 앨범 위주로 커버를 뽑아봤는데, 이런 커버는 정말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시도한, 솔로 아티스트의 전형적인 앨범 커버용 사진이다.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앉았을 때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빌리 조엘 Billy Joel도 <Uptown Girl>을 담은 1983년 앨범 「An Innocent Man」(Columbia, 1983)의 앨범 커버에서 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손이 좀 부자연스러워보이긴 하지만 표정이나 발은 참 편할 것 같다.
<Uptown Girl>은 꽤 많이 들었던 노래인데 당시에나 지금에나 이 앨범을 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정말 우습게도 앨범 커버 때문이 아닐까 생각중이다. 이상하게 음악은 좋은데 전혀 끌리지 않는 커버가 분명히 있다. 이 앨범처럼. 이것도 괜히 지쳐보여서였을까?


 

어디 빌리 조엘 뿐인가.
블루스 브레이커스 Blues Breakers를 이끌며 60년대 브리티시 블루스 리바이벌의 중심에 있었던 아티스트 존 메이욜 John Mayall이 갓 스물이었던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과 함께 작업한 1966년 앨범 「Blues Breakers With Eric Clapton」(Deram, 1966)도 그렇다.

밴드의 사진으로 꾸민 앨범 커버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래도 이 커버 속 인물들은 조신하게 주저앉았다.

앨범 커버를 촬영하던 날, 나[※ 에릭 클랩튼]는 사진이 너무 찍기 싫어서 비협조적으로 굴기로 했다. 모두를 짜증나게 하려고 만화잡지 '비노'를 한 권 사서 사진사가 사진을 찍는 동안 언짢은 표정으로 만화책을 읽었다. 그렇게 해서 밴드 모두 벽 앞에 앉아 있고 나는 만화책을 읽고 있는 커버가 나왔다. 그런 이유로 이 앨범은 '비노 앨범'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 『에릭 클랩튼』, 에릭 클랩튼 지음, 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2008. p. 102.

그러니까 이 커버에서 에릭 클랩튼은 두번째 인물이다.


이렇게 해서 2008년에서 시작한 피곤해죽겠다는 듯 주저앉은 앨범 커버는 1966년까지 왔다. 더 찾는 건 어렵지 않지만 지금까지 쓴 것을 읽으려고 해도 지겨울 테니, 이 정도에서 끝내야겠다.
그렇지만 끝내기 전에 꼭 이야기하고 싶은 앨범 커버가 하나 있다.



10대 시절에는 R&B의 미래가 되기에 충분했던 조스 스톤 Joss Stone의 두번째 앨범 「Mind, Body & Soul」(EMI, 2004)에서 처음으로 싱글 커트한 <You Had Me> 커버.
이 커버를 꼭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들은 이렇게 길바닥에 그냥 주저앉으면 정말 좋지 않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반팔을 입은 걸 보면 단지 저녁일 뿐 그리 춥지 않은 계절이라는 걸 알겠는데, 그래도 정말 정말 좋지 않다.
그래서일까... 조스 스톤은 스무살이 된 2007년에 세번째 앨범 「Introducing Joss Stone」(EMI, 2007)을 발표하면서 R&B의 미래 대신 팝 보컬로 변신했다.

이렇게 해서 끝내려고 하다 여기서 잠깐!!을 빼놓을 수 없어서 추가.

Joss Stone / Mind, Body & Soul Sessions: Live in New York City

끝내기 전에 여기서 잠깐!!

<You Had Me>를 발표할 무렵 공개된 조스 스톤의 라이브 DVD 'Mind, Body & Soul Sessions: Live in New York City'(Relentless, 2004)의 커버 역시 주저앉은 사진을 커버로 사용했다.

비록 차가운 길바닥은 아니지만 이 무렵 조스 스톤은 커버 사진에 뭔가 일관된 것을 부여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주로 앉은 사진을 담았다. 첫 싱글 <You Had Me>는 위에서 이미 확인했고, 두번째 싱글 <Right To Be Wrong>과 세번째 싱글 <Spoiled>까지. 그나마 다행인 건 주위에서 충고를 했는지 네번째 싱글 <Don't Cha Wanna Ride>에서는 장미를 든 소녀가 되어 예쁘게 서서 찍은 사진을 커버로 썼다.

다시한번 이야기하고,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차가운 곳에 그냥 털푸덕 주저앉지 말 것을 권한다.

※ 관련 포스트
[커버/스토리] - 의자 part 2
[커버/스토리] - 카메라를 향하는 시선들




※ 여기까지 블로그 날린 뒤 복원한 마지막 글입니다. 이 글 올리고 삼십분쯤 뒤엔가 날렸습니다. ㅠ.ㅠ RSS에 잘 등록되고 있나 해서 제 블로그를 제가 구독중이었는데... 덕분에 한달까지는 복원했습니다. 계속 구독해야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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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08.12.05 12:34
    • 고양이 데리고 오려고 한 거였는데 ㅠ.ㅠ 그건 아직도 오리무중이네요.
      그나마 이렇게 글들은 모두 살렸으니 다행이죠. 아이구...
      이 글을 쓰고 나서 피곤해졌나봐요. ㅠ.ㅠ

      참, 그 임팩트야 계속 약했는데, 이젠 아무 소리 안하기로 했어요. 맘대로 하라고 하고 말았지요. 거기도 신경 안쓰니 이제 전 고민거리 하나 더 줄었죠.
      2008.12.05 13:05 신고
  2. 저도 주저앉은 사진 많은데, 최근 들어서 요 몇 년간은 확실히 찍힌 사진이 덜 하긴해요.
    라이더님, 나중에 주저앉은 사진 한 장 찍읍시다! 크크-
    'James Morrison' 이분 스탈 좋은데요.

    + 귀염둥이 제이슨 므라즈는 확실히 소년스러워서 좋아요. 푸핫.
    2008.12.06 01:09 신고
    • 연극에서도 손에 무엇인가 쥘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배우들 연기가 훨씬 편해져요. 볼펜 한자루라도.
      사진에서는 이렇게 주저않으면 다양한 폼을 잡을 수도 있고요^^ 사진 찍히는 걸 정말 못해서 디지털 시대인데 사진이 옛날보다 더 없네요. 하핫.

      제임스 모리슨이나 제이슨 므라즈나 다 좋은 것 같은데... 요즘에는 뭘 들어도 막 끓어오르지를 않네요. 으이궁.
      2008.12.06 15:12 신고
  3. 본문에서 엘리엇 스미스 앨범명이 제임스 모리슨과 같아져 버렸네요 :)
    2008.12.13 17:34
    • 헛. 수정했어요^^
      앨범 표기 「」 표시 하기 귀찮아서 앞에 쓴 거 긁어다놓고 고치는데 이건 미처 고치질 못했네요.
      2008.12.14 21:00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