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대략 매달 15일부터 28일 무렵까지 내가 사용하는 두 개의 메신저는 컴퓨터가 켜 있는 한 언제나 접속중이다.
로그인 때만 대화상대 리스트를 볼 뿐, 그 이후는 살펴보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내가 깨어 있는 동안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등록된) 그들에게는 늘 화답한다. 일부러 피하는 경우는 없다. 아니 생각해보니, 딱 한 명 있다. H에게는 메신저가 메시지를 전하는 배달부 역할을 하지 않는다. (삭제해도 되는데 왜 붙들고 있는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새벽에 메신저를 통해 J가 말을 걸었다. 2년? 1년? 년 단위로 생각을 해야 할 정도로 소원했던 J였다. J 역시 등록만 되고 대화는 거의 없는 그런 상대였다. 새벽. J는 술을 마셨다 한다. 새벽 4시였으니 그 시간에 누군가에게 전화할 수는 없었을 거고 메신저에 내가 보여서 말을 건 걸 게다.

J : 잘 지내고 있어요?
Whit*ryder : 네!

그리고 한참 잡담.

J : 그런데, 나보고는 잘 지내냐고 안 물어봐요?
W :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물어봐주길 원하는 건가요?
J : 네.

누가 더 시니컬한지 겨루는 것도 아니지만, 이 대화가 오갔다. 둘 다 성격 드러난다. 잘 지냈냐고 묻는 건 한쪽에서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잘 못 지내고 있으면 먼저 이야기할 것이니까. 정말 잘 못 지내며 불행한 처지가 되었다고 하면 여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무척 훌륭한 대화의 시작이자 소재이니까. J가 나의 안부를 물은 이후 잘 못 지낸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걸로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미루어 짐작해 묻지 않았는데 그걸 확인시켜주다니. 오래전에 배운 중학교 영어가 생각나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했고, J에게 안부를 물었고, 주변 사람들의 안부도 덩달아 달려나왔다.

한동안 같은 공간에서 블로깅을 하다 각자 새로운 블로그를 찾아 떠난 후라 블로그 주소를 (알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알려줬고, 둘 다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라 고양이 이야기로 넘어갔고, 신기하게도 고양이들의 안부를 서로 물었고, 그리고 또 트위터와 미투데이 이야기도 나눴다. 트위터...... 화제에서 빠지지 않지만, 내가 트위터에 빠질 일은 없을 것 같다. 한참을 트위터에 대해 이야기하다 5시 무렵인가 바이바이를 선언했다. 아,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꼭 보자는 제안과 수락이 있었지만 아마도 그날이 되면 내가 나가지 않을 게다. J와 J가 이야기한 사람들은 지금도 함께 만나는 사이이고, 난 그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도 있지만 그래도 불쑥 끼어드는 거고. 그럼 하늘이 준 낯가리기가 시작될 거고. 곧이어 불편해질 거고. 물론 만난 자리에서만큼은 난 무척 활달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어 있을 테지만, 이런 과정을 억지로 겪는 건 불편한 일이다. 그냥 그 자리에.











그런데 말이지.
난 잘 지내. (농담인지도 몰라)
넌 어때? (말하지 않아도 돼.)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