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삐에로는 우릴 보며 웃지"라고 붙여놓고 작성하던 글이지만 웃는 피에로보다 슬픈 피에로가 더 많고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그냥
피에로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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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Innuendo」(Parlophone, 1991)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퀸
Queen의 앨범 「Innuendo」(Parlophone, 1991). 피에로가 등장하는 앨범 커버는 엄청 많지만, 난 항상 이 커버가 생각난다. 행성으로 저글링하는 피에로. 그의 표정에서 그 어떤 슬픔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금 최선을 다해 행성을 돌리는 중이다. 그런데도 뚜렷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아마도 프레디 머큐리 때문일 게다.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는 이 앨범만 꺼내 들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에서도 슬픔은 없었다. 그걸 듣는 나만 괜히 슬퍼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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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port Convention 「Gottle O’ Geer」(Universal, 1976)
이런 앨범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페어포트 컨벤션은 샌디 데니 Sandy Danny가 우아한 보컬을 들려주던 포크록 그룹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이 앨범은 샌디 데니가 밴드를 떠난 후에 남은 멤버들이 만든 앨범이라고 한다. 그녀가 밴드를 떠났기 때문에 페어포트 컨벤션은 내 기억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이후에도 많은 앨범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 후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샌디 데니가 떠났으므로.
만약 이 앨범을 가지고 있었다면 커버아트의 슬픈 삐에로 때문에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일까? 밴드 결성 40주년을 기념해 리마스터링했다니까 기회가 되면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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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rimosa 「Stille」(Hall Of Sermon, 1997)
독일 밴드 라크리모사 Lacrimosa. 거의 모든 앨범 속에 피에로를 끼워넣는 커버아트로 인상적인 밴드다. 나중에 라크리모사 커버아트만 모아놓아도 글 하나는 쓸 수 있겠다. 「Stille」(Hall Of Sermon, 1997).
그들의 앨범 가운데 가장 좋아한다. 음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게 거의 없는데 이 커버를 볼 때마다 마치 내가 피에로가 된 듯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객석에 홀로 앉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 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라는 노래의 적막한 분위기. 한참 웃고 떠들며 공연을 하다 모두 돌아간 뒤의 고독. 그 느낌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