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튀어오르다

2009. 10. 19. 15:36
그동안 컴퓨터 옆에 쌓아놓은 CD 무더기들을 잘 피해다니더니 이번에는 실패한 모양이다.
잠깐 밖에 일보러 나간 사이에 고양이가 그것들을 쓰러뜨러버렸다
깨진 트레이야 다른 걸로 바꿔 끼면 된다.

그것들을 주워 다시 정리(아니다...... 다시 쌓았다. 꽂을 데가 없다)하면서 방바닥에서 뒹구는 라디오헤드 Radiohead의 「In Rainbows」(XL, 2007)를 보다 문득 커버가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처음 봤을 때는 태아인가? 하고 생각했고, 그후 지금까지 이 커버가 안드로메다 성운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킹
King Crimson / Islands (1971)
크림슨 King Crimson이 1971년에 발표한 「Islands」(EG, 1971)처럼.

그런데 킹 크림슨의 커버에 등장하는 건 안드로메다 성운이 아니라, 궁수자리에 있는 성운인 삼엽성운 Trifid Nubula이라고 한다. 북두칠성도 간신히 찾는 나에게 이런 천체과학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웬만한 별자리는 모두 안드로메다로 취급한다.

라디오헤드의 커버를 별자리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천천히 뜯어봤는데, 뭔가 튀어오른다. 우유 선전에 늘 등장하는 왕관현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형태. (그래서 왕관현상이라고 임시 제목을 붙여놨다가 글을 붙이면서 바꿨다.)

하나 더 고백하면, 라디오헤드의 앨범 커버가 별자리가 아니라는 건 부클릿만 봤어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주 듣는 음반이 아니다보니 부클릿도, 가사도 확인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이런 오해가 생긴 게다. 라디오헤드에 대한 나의 애정의 크기가 그렇다는 의미.




튀어오르는 것, 그렇다면 페이스 노 모어 Faith No More의 「The Real Thing」(Slash, 1989)이 제격이다.
액체와 불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그래도 튀어오르는 액체의 느낌은 가장 잘 살려냈다. 마이크 패튼 Mike Patton의 목소리에 감동하기보다는 탱탱거리는 베이스와 데릭 앤 더 도미노스 Derek & The Dominos의 <Layla>처럼 피아노로 마무리되는 <Epic>에 감동했기 때문에 지금도 종종 꺼내듣는다.




비전 오브 디스오더 Vision Of Disorder의 셀프타이틀 앨범 「Vision Of Disorder」(Roadrunner, 1996)의 커버.
싼 가격이 아니었으면 90년대 중반의 지구레코드 앨범이 얼마나 팔렸을까. 이런 앨범도 내다니 싶을 정도로 격한 앨범들을 많이 냈고, 로드러너 레이블은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에도 꽤 유명한 레이블이 되었는데, 지금은 워낙에 거물 밴드들이 몰려 있어서 웬만하면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워졌다. 비전 오브 디스오더는 하드코어가 한참 인기를 끌 때 세고 과격한 음악으로 다이하드 팬을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몇 년 동안 이 앨범을 꺼내들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에게는 묻혀버린 밴드......)


떠오르는 커버들을 정리하면서 왕관현상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거 참.
제목에 맞는 커버를 떠올리기가 이렇게 어려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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