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살색

2009. 11. 5. 13:19

Mari Mizuno 「Mariage」(Amuse Soft Entertainment, 2009)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 않은 어린이가 있을까.
가장 어린 나이에 재능을 보여주는 예술 중에 하나가 그림.
나 역시 어렸을 때에는 그림을 좋아했다. (놀랄 것 하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었다.)

집을 그렸고, 가족을 그렸고, 산을 그렸고, 하늘을, 냇물을,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도 그린 기억이 난다.
어느 그림이나 사람이 들어가야 했고, 그래서 살색은 검은색과 함께 무척 빨리 닳아버렸다.

그 살색이 지금은 살구색으로 바뀌었다.
인종차별의 단어이기 때문이다.

살구색 가득한 음반 커버.
파리스 매치 Paris Match의 보컬로 활동하는 미즈노 마리 Mari Mizuno는 늘 단정한 옷차림이다.
그룹을 떠나 재즈 분위기를 담은 이 솔로 앨범에서도 그녀는 커버와 부클릿 뒷면을 제외하면 무척 단정한 기존의 이미지 그대로다.
의도적으로 확대한 탓에 음반 커버는 살구색이 가득하다.






Sheena Ringo <ありあまる富>(single. Toshiba/EMI, 2009)


Sheena Ringo 「三文ゴシップ」(Toshiba/EMI, 2009)


그리고 약간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미즈노 마리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시이나 링고 Sheena Ringo의 새 앨범 「三文ゴシップ」과 앨범 발표 전에 공개한 싱글 <ありあまる富> 커버.

시이나 링고 역시 의도적으로 앨범과 싱글 커버를 살구색으로 채웠다.
'싸구려 가십'이라는 앨범 제목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였을 게다.
그 결과 황금분할만큼이나 기발한 크롭 crop의 미학을 보여준다. 어디까지 넣고 어디를 잘라낼 것인가를 그야말로 예술적으로 정리했다.
덕분에 혼미해진다.




살구색은 화사하다.
잘 몰랐는데 살구꽃은 정말로 화사하다고 한다.

3년 동안 살았던 구리의 가로수가 살구나무라고 하는데 난 왜 살구꽃을 본 적이 없는 걸까.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그림에 관심을 잃은 이유는 시각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림도 설렁설렁, 사진도 대충대충......
살구색이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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