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시작은 마리안 페이스풀 Marianne Faithfull이었다.

화사한 앨범 커버 때문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야 구하게 된 마리안 페이스풀 Marianne Faithfull의 「Kissin Time」(Virgin, 2002). 노년의 여성 아티스트 시리즈로 감상해보자는 생각에 프랑수아즈 아르디 Francoise Hardy의 「(Parentheses...)」(Virgin, 2006)를 먼저 꺼내들었다. (오오오... 할만한 곡이 있었지만 오늘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마리안 페이스풀. 60년대에는 포크 성향의 노래를 불렀고, 앨범으로는 대표작 「Broken English」(Island, 1979) 외에 이렇다할 작품은 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아이콘이었다. 이 앨범은 벡 Beck을 비롯한 후배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한 앨범.

앨범 커버는 지나칠 정도로 화사했다. 무엇일까.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 마리안 페이스풀의 모습을 이렇게 일그러뜨린 걸까?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부클릿을 살펴보니 Photography Nick Knight. Taken from the SHOWstudio.com project Dools라고 적혀 있다. 쇼스튜디오는 닉 나이트가 소속된 디자인+영상집단. 마리안 페이스풀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미지인 것은 틀림없다.

마리안 페이스풀의 앨범 커버를 보니 다른 게 떠올랐다. 어디선가 본 듯한데......



바로 스웨이드 Suede의 앨범 「Head Music」(Nude Records, 1999)이었다. 사진을 찍어놓고 그래픽으로 처리한 후 화려한 형광색을 사용하는 전형적인 닉 나이트의 방식. 이 무렵부터 그는 사진을 이런 식으로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위의 앨범은 닉 나이트의 화려한 감각이 직접 표출되기 시작했던 스웨이드의 「Coming Up」(Nude Records, 1996)이고, 아래는 "사고 事故"에서 이야기했던 스웨이드의 B-사이드 모음집 「Sci-Fi Lullabies」(Nude Records, 1997). 닉 나이트는 90년대 중반부터 스웨이드의 앨범 커버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니.




이 앨범 커버 역시 역시 예전 글 "파열 破裂"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매시브 어택 Massive Attack의 「100th Window」(Virgin, 2003)도 닉 나이트의 작품이다. 이 때 글을 쓰면서 닉 나이트는 별도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글을 확인해보니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빨리도 쓴다...... 그래도 이렇게 약속을 지켰다. 켤코 빈말로 남겨두진 않았다. 이것으로도 다행.

그의 사진은 '지나치게' 감각적이다. 그래서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커버가 단 하나도 없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비옐크 Bjork의 앨범 커버.

위의 작품은 「Homogenic」(PolyGram, 1997)이고, 아래는 「Homogenic」에 이어 발표한 「Vespertine」(One Little Indian/Polydor, 2001)이다. 난 「Homogenic」 이전에도 비옐크의 음악 궤적을 꾸준히 따라오긴 했지만 특별한 애정은 없었다. 이 앨범부터 그녀의 음악이 보여주는 서사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특히 오늘의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Joga>는 여전한 나의 베스트.
패션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던 닉 나이트는 아이슬란드에서 날아온 비옐크의 무경계지향성 음악을 자신의 사진으로 더욱 확실하게 드러냈다.
「Vespertine」 시절은 앨범 커버보다는 오히려 비옐크의 의상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리스의 디자이너 마르얀 페조스키 Marjan Pesoski가 디자인한 백조 의상 swan dress은 이후 몇년동안 비옐크의 이미지 전체를, 좋든 나쁘든, 상징했다. (2008년 2월의 내한공연 때 이 백조의상을 입을 것이라는 루머를 누군가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팬들은 「Vespertine」 시기 비옐크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Pagan Poetry>의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조차도 이 비디오를 보고는 흠칫했으니...... 더구나 <Pagan Poetry>의 뮤직비디오는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던 닉 나이트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력을 쌓은 첫 작품이기도 했다.


Bjork <Pagan Poetry>
from the album 「Vesperpine」(One Little Indian/Polydor, 2001)
▷ 비디오 보기 [클릭]

"비옐크는 생생한 육체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스러웠고 섹시했기 때문에 옷을 걸치지 않고 촬영하고 싶었다. 그동안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었던 일상적인 모습과 다른 방법으로. 비옐크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드레스는 가슴 아래부터는 정상적이지만 윗부분은 구슬을 꿰어 장식했다. 비옐크는 nipple에 피어싱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아이슬란드에서부터 생각해왔다. 그렇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내고 싶어했다. 피어싱 모습은 마지막에 나오는데, 보통사람이라면 마지막 20초는 충격적일 게다. 등의 피어싱은 인종 문제나 S&M과 관련없는, 남성을 향한 여성의 사랑을 의미한다." (Nick Knight on NME.com, 2001)

그의 사진이 파격적이듯, 이 비디오 역시 파격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위에 링크한 닉 나이트의 오피셜 홈페이지에 다른 영상도 있으니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그의 사진 작품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아, 오늘의 결론;
닉 나이트의 작품에서는 묘하면서도 분명한 섹슈얼리티가 존재한다. 그것은 노년의 마리안 페이스풀이나 비옐크나 스웨이드의 작품에서나 일관된 이미지다. 그는 사랑을 찍는 포토그래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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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jork는 정말 물건중의 물건. 소름끼치는 여자. 그래서 매력이 있지만서도 품에 두기에는 감당이 안되서리 별로 접하고 있지는 않아요. ㅎㅎ
    첫번째 자켓 좋네요. 그런데 쭈욱 같은 작가의 작품들을 보니 조금 질리기도 한다는. 같은 패턴의 연속이라...
    2008.09.03 10:28
    • 비옐크라고 써놔서 적응안되죠? ^^ 뭐, 매일 듣고 눈물 흘리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들으면 좋지요.
      음악도 어느 시기에는 어떤 음악만 듣게 되는데, 포토그래퍼는 오죽할까요. 오히려 그게 그 사람의 스타일이 극대화되는 시기이니, 오히려 더 반갑죠. 저는 그래요.
      2008.09.03 11:18
  2. Bjork은 마녀가 아닐까 생각해요. 아니면 외계인? 이렇게 안 늙는 사람도 드무리라 생각이 되는데. Vespertine 자켓은 저도 참 좋아합니다. Massive Attack의 자켓도 참 좋아라 하구요.
    2008.09.03 12:01
    • 마녀나 외계인...... 어디선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라고 써놓은 글을 슬쩍 봤는데, 다들 비슷한가봐요. 전 여기 두 장의 앨범과 「Medulla」까지 참 좋아해요. 물론 자주 듣기에는 벅차지만요^^
      매시브 어택도 참 인상 깊은 커버였죠. 예전에 저 글 쓸때는 감정이입이 되어서^^ 지금이야 좀 달라졌지만요.
      2008.09.03 12:14
  3. 엉엉- 다 뷰욕 노래네요 잉잉- 난 이상하게도 뷰욕에게 끌리지가 않아요. 매력은 있는데 그 매력에 내가 빠져들지 않으니.... (난 뷰욕이라 부를래요!) 첫번째 앨범 커버 보니까, 신기하게도 이날 아침에 앨범 커버 하나 보면서 보랏빛이 좀 더 많은 패턴이었는데 아아 예쁘다 멋지다 했는데.. 어째 패턴이 유사하네요. 고거 음악 가져와서 올리면 여기에다 트랙백 쏴야겠어욜~
    2008.09.04 01:16
    • 어떻게 불러도 괜찮아요. 그냥 원음에 가깝게 부르고 싶어서 비옐크라고 쓰는 거니까. 아이슬란드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 음악은, 그게 매력이니까 그것도 괜찮아요. 끌리는데 들을려고 하면 부담스러워요. 자주 듣지는 않는데 <Joga>만 종종 듣게 되는 거죠.
      보라색? 어떤 커버였을까요? 흠흠, 빨리 올려봐요. 커버 보고 쓸 말이 생각나면 바로 새로운 거 하나 쓰지요^^
      2008.09.04 01:29
    • 이러저러해서 포스팅했는데, 트랙백 쏠려고 보니.. 정말 비슷한건가에 의문이................ -_- 일단 쏘고 보자 -_-
      2008.09.04 03:37
    • 같다면 같을 것 같지만 다르다 쪽에 더 가까운데요^^ 그렇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화사하고 화려한 느낌을 받았으니 같아요!!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음... 이건 억지주장인지.... 이거이거, 표현이 굉장히 꼬이네요.
      그런데 그 커버 그린 사람 살펴보는데... 그림체가 만화와 아트가 섞여서 비슷한 걸 찾기가 쉽지 않겠어요. 트랙백 보낼만한 글 생각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걸요^^
      2008.09.04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