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앨범 커버아트는 음악을 몰라도 음반을 집어들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때때로 음악을 알면서도 선뜻 집어들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위태롭게 줄을 타는 사내들. 그들은 어떤 의도로 그런 앨범 커버를 만드는 걸까. 혹시 음악이 위태로운 건 아닐까. 혹시 작업을 하면서 위태로웠던 건 아닐까. 혹시, 혹시, 무언가 비극 같은 결말을 생각했던 건 아닐까. 아니면, 한 장의 음반을 만들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스턴트맨도 아닌데, 사내들은 위험하게 줄을 탄다. 아주 높은 허공에서.




Dream Theater 「A Dramatic Turn Of Events」(Roadrunner, 2011)

드림 시어터의 오리지널 멤버(였던) 마이크 포트노이 Mike Potnoy 없이 만든 첫 앨범이자 마이크의 뒤를 이어 드림 시어터의 드러머로 가입한 마이크 맨지니 Mike Mangini가 참여한 첫 앨범.
커버 아트는 가끔 언급했던 휴 심 Hugh Syme이 담당했다.
드림 시어터의 커버아트에서 어린이는 무척 자주 등장하는 대상이다. 이 커버 속 인물은 어린(!) 아이는 아니지만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닌 듯하다. (서커스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분장으로 나이를 숨기는 건 무척 쉬운 일이지만.......) 어리다는 가정으로 이 커버를 보면 어떤 유사한 점은 있을 듯하다. 비행기보다 더 높은 공간에서 줄타기를 한다, 이 불가능한 연출은 어린 사람을 등장시켜 그의 말도 되지 않은 상상과 환상을 음악과 결합시키려는 노력을 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

아, 저 높은 허공에서 서커스 묘기를 하는 (어린) 사람만 집중하다 놓친 게 있다. 줄 상태다. 곧 끊어질 게 분명하다. 곡 속에서 흐르는 팽팽한 긴장? 아니면 커버아트의 묘미를 살리기 위한 단순한 시각장치? 어쨌든, 위험하다. 음악만큼은 위태롭지 않길.



 


Incubus 「If Not Now, When?」(Sony, 2011)

드림 시어터처럼 정식으로 앨범을 공개하기 이전에 커버로 만났을 때는, 인큐버스가 5년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에 많은 기대를 했다. 말할 것도 없이, 인큐버스의 음악은 여전히 신뢰한다. 그렇지만 이 앨범은 기존 인큐버스의 음악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 순간, 앨범 제목이 걸린다. 우리는 지금이기 때문에 이런 음악을 시도한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도발한다.
하지만 앨범 커버아트를 보면 인큐버스의 멤버들은 도발이 위험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 듯하다. 위태롭다. 이 사람은 얼마나 높은 곳에서 위험하게 줄타기를 하는 걸까. 메인스트림에 대한 열망은 그다지 없는 듯한 밴드이지만 주류에서 흘러보고 싶은 생각이 아주 없다고 한다면, 그건 음악하는 자세가 아닐지도 모른다. 현재 인큐버스는 앨범 커버처럼 위태롭다. 주류에서 흐르기에도 부족하다.

그래도, 인큐버스가 한국에서 치른 두 번의 공연은 모두 훌륭했다. 이번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도.




Take That 「Circus」(Polydor, 2008)

해산을 선언했던가,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렸던가. 로비 윌리엄스 Robbie Williams 없이 네 명만으로도 잘 해나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한 11년만의 정규 앨범 「Beautiful World」(2006)을 만났을 때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테이크 댓의 재결합은 흥미로웠다. 아름다운 세상을 맛본 테이크 댓은 재결합 두번째 앨범인 이 작품에서는 아예 곡예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줄타기의 달인들?
참 어색하고 못 만든 앨범 커버지만, 뒷 배경의 푸른하늘이 좋아보여서 넘어가기로 한다. (사실 정말 못 만든 앨범 커버는 로비 윌리엄스까지 그룹으로 돌아와 완벽하게 재결합한 2010년 앨범 「Progress」(2010)이지만 그건 다음에 언급할 기회가 있어서 넘어가기로 한다.)





Riccardo Cocciante 「Anima」(RCA, 1975)

이탈리안 록이 물밀 듯 소개되던 90년대에, 그 틈에 슬쩍 끼어 소개되긴 했지만, 이탈리안 팝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삐딱하게 바라볼 이유는 없다. 조금 넓게 잡아서 1970년부터 1975년 사이에 발표되었던 이탈리안 아티스트의 모든 앨범은 이름을 모르는 아티스트의 작품이라 해도 충분히 감동을 준다. 리카르도 코치안테 (현재 프랑스에서 '노트르담의 곱추' 같은 대형 뮤지컬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어서 때때로 리샤르 코치앙트 Richard Cocciante라는 프랑스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가 1975년에 발표한 앨범이다.
외국 잡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다. 다른 앨범에 비하면 무척 오래 전 앨범이기 때문일까. 그는 장대를 들었다. 덕분에 다른 앨범에 비하면, 조금 덜 위태롭게 보인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협곡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떨어지면 끝.


위험하게 줄을 타는 사내들.
지금 타고 있는 줄이 위태로운지도 모르는 사내들.
모두 위태롭게, 위험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 그 줄이 보이지 않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반드시 줄을 타야 하는 게 아니라면, 줄타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위험하니까. 그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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