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11년이 지났다

2016. 3. 12. 06:59


11년전 이맘때.

작은 CD장에 있던 CD는 이미 박스에 담아놓았다. 하지만 큰 CD장은 그대로 두었다. ABC 순으로 정리해놓은 큰 CD장 4개를 현재 상태대로 그대로 옮겨주는 조건이 그 무렵 나의 포장이사 계약 핵심사항이었다. 무질서하게 흩어놓고 다시 꽂는 일은 정말 하기 싫었다.


고양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알려주지도 않았다. 이사는 확정되어 있었으니까. 그 무렵 살던 곳은 지하철 종착역 부근이었다. 여기에서 가장 먼 곳이면 반대쪽 종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x호선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사했다.




그날, 약간 추웠나? 앞으로 살 일이 걱정되어 약간 떨었나? 둘 다?

이사는 큰 문제 없이 끝났다. 가구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짐은 그냥 방에 풀어놓았다. 이삿짐 나르는 분들은 정말 편했을 게다. CD는 이사오기 전에 이미 1백장짜리 박스들에 다 담아놓았다. 사진처럼, 그냥 방바닥에 풀어놓고 나면 끝. 책들과 음반들. 그게 그 무렵 내 짐의 거의 전부였다. 내 옆에는 고양이 두 녀석.





큰 CD장 네 개는 작은 방 벽에 붙여놓았고





이제 막 세살이 된 둘째 녀석은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지. 낯설었을 테지. 적응해야지.





이 무렵 막 네 살이 된 큰 녀석. 가장 좋아하는 자리인 CRT 모니터 위에 앉아 있는 녀석 표정도...... 좋지 않다. 이사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 어떻게 아냐고? 창밖에서 트럭 소리만 나면 숨느라 정신을 못차렸다. 그게 이후 평생을 갔다.....





MBC 소속이었던가? 손석희 아나운서.

뉴스데스크인가 했는데, 흐릿한 글씨를 보니 100분토론이다.


TV 안테나선을 꽂았는데 화면이 이랬다. 난청지역이 아닐텐데 이상했다. 케이블을 달아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서울도 있나... 그래서 케이블 TV를 신청했느냐고? 아니, 지금까지 그냥 이 상태다. 마지막으로 TV를 켠 게 3년 전쯤 같다. 이 흐릿한 TV를 꼭 켜던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 무척 인기가 높다는 '보니하니'를 할 때였다. 이쪽으로 이사온 그 날 이후 나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11년 전의 '보니하니'를 거의 매일 봤다.



11년전.

그러니까, 이게 모두 2005년 3월 10일 전후의 일이다.


11년 후.

짐은 열배 정도 불었다고 볼 수 있겠고 (아아, CD와 책이 열 배 불어난 게 아니라 없던 가구를 들여놨기 때문에 늘어난 짐의 총량으로 따져서 열 배다.)

큰 고양이는 열다섯살을 네 달 남기고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손석희 아나운서는 JTBC에서 뉴스를 진행하고 있고.


11년이나 지났는데,

나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심각하게 우울해지는 건 아닌데, 좋지는 않다. 재건축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올해에는 이사를 해야 하는데, 예정대로 될까? 어디로 갈까? 그러면 나도 조금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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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1년... 느낌보다 긴 시간이 지난것 같습니다.
    저역시 바뀐게 별로 없는것 같아서, 나만 이러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하고...
    해를 거듭할 수록 상황은 좋지않은데, 그래도 현상유지하는건 결론적으로 나아지고 있는거 아닐까요?
    2016.03.12 10:54
    • 10년 정말 빨리 지나갔지요?
      전 현상유지도 못하는 거 같아서 걱정하고 있어요.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막혀 있는..... 이런 기분이 들어요. 으흑.
      2016.03.12 17:26 신고
  2. 시간은 정말 잘 가네요. 금년엔 이사가시길 기원해봅니다.
    2016.03.16 18:46 신고
    • 정말 잘가요.. 올해만 해도 벌써 삼월 하순으로 가고 있네요....
      생각해보면, 그때 엠파스 시절인데, 그게 또 그렇게 먼 시간 같지는 않아요. 아직까지 이렇게 글로라도 볼 수 있어서 그럴까요? ^^ 아직도 꾸준히 오고 가는 분들이 다 그 시절 분들이네요. 우와.....
      이사는 가고 싶기도 한데요..... 돈 때문에 걱정이에요. 그대로 한 이삼년 전까지는 전세 없으면 작은 거라도 사지.. 했는데... 이젠 불가능 시절이 되어버렸어요. 정말.... 시골에 싼 전세를 찾아봐야할지도 몰라요.......
      2016.03.16 22:49 신고
    • [ 수정/삭제] 작은 방 주인
      서울을 벗어나면 집값은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일하시는 데 어려움이 없으시다면 그것도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정말 시골 전에 서울 외곽, 인근 도시들을 먼저 알아보시면 좋겠네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이사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고, 한 곳에서 사는 안정감이 좋아요. 아마도 다른 부분에서 안정감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만요... 어떤 것이든 좋은 방법을 발견하실 거예요.
      2016.03.22 01:17
    • 제가 변두리 인생이잖아요^^
      안양, 과천, 구리를 거쳐서 서울로 들어왔는데..... 이 시절에는 집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사는 데 별 문제가 없어서 그랬을 거에요.
      그래서.. 되도록 서울에서 저도 지내고 싶긴 한데.... 돈도 돈이지만 이제는 일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할 시기가 된 거 같아서요.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원하는 곳도, 원하는 사람도 없어요. 프리랜서가 일감이 없으면 프리랜서가 아니라..... 백수잖아요^^ 그래서 좀 더 많이 아예 지방을 갈까 생각하는 중이에요.
      2016.03.22 19:09 신고
  3. 아. 새로운 것을 시작하실 때인가보군요. 저도 여전히 프리랜서예요. 다만 전 지방에 가면 일거리가 없는 직종이라 어떻게든 서울에서 버텨야 하죠... 모르죠. 일이라는 게 나중엔 또 어떻게 바뀔지. 건강 챙기시구요!
    2016.03.22 20:15 신고
    • 아니... 언제 댓글을 달고 가셨는지요!
      ㅠㅠ 무려 1년 전 댓글이네요.
      제가 요즘 이렇습니다. 저는 별 일 없이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큰 일 없이 잘 지내셨겠지요?
      2017.01.06 20:48 신고
  4. 음반이 엄청 많네요. ^_^;
    저도 뭐 많긴 한데 저와는 취향이 많이 다르신듯 해요.
    음반의 옆면 색상이 익숙하지 않은걸 보면요. ㅎㅎ
    2017.03.13 14:34 신고
    • ㅠㅠ 네. 제가 소리만 있는 음악을 잘 못들어요. 클래식 같은 거 말이지요..
      그렇지만 재즈를 조금 벗어난 팝과 록 여성 보컬을 듣는 건 거의 비슷할 거에요. 제 카테고리 하나이자 블로그 제목의 주인공 토리 에이모스!(인데.. 요즘은 소홀해졌어요.)
      음반들은 멋으로 꽂아놓은 것들이 많아서 10년 동안 한번도 안 꺼낸 게 수두룩해요.
      2017.03.14 10:27 신고
    • 제 취향까지 기억해주시고 너무 감사한데요. ㅎㅎ
      저도 꼽혀있기만 한 음반들이 수두룩 하기도 하고 어떤건 개봉도 안한채 고이 잠자고 있기도 해요. ^_^
      언젠가는 듣겠지 하고 있어요. ㅋㅋ
      2017.03.14 12:07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