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이유 없이 등장하는 '베스트 앨범'은 없다!


거창하게 이야기해놓으니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속지 말 것. 베스트 앨범이 아니라 모든 음반은 모두 이유를 달고 소개된다. 그중 99.8%는 '팔기 위해서'가 이유다. 돈 쓸 데가 너무 없어서 재미로 또는 장난으로 또는 진심을 담아 판매용 상품을 내는 자아실현 음반이 있을 듯해 0.2% 정도는 남겨놓았다. 너무 심했나? 심했다. 하하. 모두 팔기 위해서 공개하는 건 맞지만 왜 지금 난데없이 베스트 앨범이 등장해야 했는가에 대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어제 문득 발견한 블랙 사바스 Black Sabbath의 베스트 앨범처럼.


Black Sabbath [The Ultimate Collection] (BMG, 2016 / Rhino, 2017)

2009년 리마스터 버전으로 두 장의 CD를 채운 블랙 사바스의 최신 베스트 앨범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0월에 공개되었고 미국에서는 라이노를 통해 2017년 2월 3일에 공개되었다. 이 앨범이 등장한 이유를 미국 레이블 라이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요약하면) "블랙 사바스만큼 헤비메틀 밴드들에게 영향을 끼친 밴드는 없다. 인정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선곡한 이 곡들을 들어보라고. 그러면, 논쟁 끝!" 오, 그럴 듯한데? 논쟁하려면 꼭 사서 들어봐야겠는걸? 하하. 레이블 이야기는 흘려 듣더라도, 밴드의 고향 영국 버밍엄에서 2017년 2월 4일 farewell 공연을 끝으로 더 이상 밴드의 이름으로 된 정규 앨범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에 이 앨범을 듣는 건 블랙 사바스를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나저나, 지금 글을 쓰는 카테고리는 [커버/스토리]인데, 쓸데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그래, 커버아트.

[The Ultimate Collection] 앨범 커버아트에 쓴 밴드 로고로 퀴즈를 낼 수 있겠다. 문제: 이 베스트 앨범 커버에 쓴 밴드 로고를 가장 먼저 커버아트에 사용한 앨범은? 답: 1971년에 발표한 블랙 사바스의 세 번째 앨범 [Master Of Reality] (Vertigo, 1971) 그러나 지금은 이게 포인트가 아니다. 절반이 불타고 있는 지구, 맞다. 불타는 지구가 오늘 커버/스토리의 주제다. 솔직히 앨범 커버아트에 점수를 준다면 아주 좋게 봐서 별 두 개 ★★☆☆☆ 쯤 줄 수 있겠다. 앨범 커버로 한몫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순수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앨범 커버가 이래서야....


그런데, 이 앨범 커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온 집안을 뒤져서 결국 찾아냈다.



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좀 될까 싶은데, 솔직히 말하면,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침 처박혀 뒹굴며 먼지를 잔뜩 덮어쓰고 있길래 닦아주느라 모니터 앞에 꺼내놓은 CD와 흡사했다. (덕분에 북릿 들춰가며 아트웍 담당자 이름을 찾아 적었다.)


바로 이 앨범.




Judas Priest [A Touch Of Evil - Live] (Sony, 2009)

artwork : Mark Wilkinson

무려 주다스 프리스트에게 그래미상을 안겨준 앨범이다. 와우, 와우!

이 앨범 커버 속 지구는 온통 불바다다. 그러다 블랙 사바스 앨범을 보면 절반만 불타고 있는 게 아니라 8년 동안 절반이나 불을 끈 건가 싶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앨범 커버아트 역시 별 두 개를 벗어나기 힘들다.

뭐, 이런 커버아트가 특별하지도 않은 뻔한 클리셰(헉, 내가 이런 단어를 타이핑하다니...)라 주다스 프리스트의 아트웍을 슬쩍 가져오거나 노고를 덜 요량으로 슬쩍 인용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거의 비슷한 시기인 1960년대 후반에, 그것도 같은 동네 영국 버밍엄 출신 밴드의 (그리 좋지 않은) 앨범 커버아트와 유사하다는 건 블랙 사바스 앨범 커버아트 담당자의 근무 태만이 분명하다.




* 해산 선언 후 마음이 바뀌어 열심히 활동하던 주다스 프리스트도 이제는 진짜 인사를 해야 할 시점인 것 같고, 블랙 사바스는 해산 선언을 대신하는 안녕 투어도 돌았다. 이제 누가 또 해산 선언을 하려나... 롤링 스톤스는 새 앨범 녹음하다 뜬금없이 블루스 커버 앨범을 냈으니 새 앨범 한 장 쯤은 기대할만하고... 보컬을 잃어 임대 보컬로 투어를 마무리한 AC/DC ? 주다스 프리스트처럼 해산 선언을 하곤 더 열심히 활동했지만 역시나 이제는 힘이 빠져버린 듯한 스콜피온스? 




그리고, 글 쓴 지 거의 두 달만에 업데이트. 2017. 4. 21



Procol Harum [The Well's On Fire] (Eagle, 2003)

오늘 아침 프로콜 하럼 Procol Harum이 14년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새 앨범 커버를 보다 "오, 새로운 커버/스토리 소재를 하나 만났네" 싶어 밴드 디스코그래피를 훑던 중 발견한 커버.

이번 글 제목 그대로 지구가 활활 불타고 있다. 두번째 구체가 한국을 포함한 듯 한데, 일본이 너무 큰 거 아냐? 우리나라는 보이지도 않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