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과 머그샷 관련 커버/스토리를 썼으니 이제 좀 편안한 소재로 해볼까 하다 예전부터 쓰려 했던 이야기가 있어 이번에 꺼내기로 했다. 이를테면, 범죄 시리즈?
미국 드라마 CSI, 그중에서도 마이애미 편을 매주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이름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주인공인 호레이쇼 반장을 알고 있을 정도니 꽤 좋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보는 걸 그만두었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지나치게 화면을 흔들어대는 통에 시선과 정신이 산만해져 오래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화면을 그렇게 구성하니 가뜩이나 시신경이 약한 나는 화면에 집중하려면 피곤해졌다. 레일 깔아놓은 카메라로 안정된 화면을 만든다고 해서 역동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아무튼, 여러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서 현장감식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닫게 된다. 조작하지 않은 현장이라면 거기에 거의 모든 단서가 있었다. 그러니 사건 현장을 잘 보존해야 한다. 범죄 현장을 보존하려면 노란 테이프가 필요하다.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 "크라임 씬 테이프"라고 검색하면 나오던데. 혹시 그 테이프를 뭐라 부르는지 아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버킷헤드가 발표한 수많은 앨범(불확실하지만, 현재까지 최다 솔로 앨범 기록을 만들고 있는 중일 게다. 위키에 따르면 지금까지 305 장의 스튜디오 앨범, 1장의 라이브 앨범, 4장의 스페셜 앨범, 1장의 EP, 5장의 데모 테이프가 있다. DVD와 다른 아티스트의 협업까지 따지면... 후아..) 버킷헤드의 팬들도 이 앨범을 구하려면 좀 힘들게다. 네 번째 투어 현장에서만 팔았다고 하니. 앨범 타이틀부터 범죄 현장과 관련이 있다. 앨범 커버의 닭들은 버킷헤드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KFC, 닭장 등등.) 아주 적은 분량이지만 노란 테이프를 쳐놓았고, 쓰러진 인물의 형상을 그려놓았다. (윤곽을 그려놓은 이건 또 뭐라고 부르던가... 이것도 알려주세요.)
Hot Action Cop [Hot Action Cop] (Warner, 2003)
꽤 오래 전, 그러니까 우리나라 음반 시장이 그럭저럭 돌아가던 시절에는 이런 랩 메틀 앨범도 국내에 쉽게 소개되었다. 림프 비즈킷 Limp Bizkit이나 키드 록 Kid Rock,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 등이 이미 성공을 거뒀으니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면 서로 영입하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핫 액션 캅은 실패. 이 메이저 데뷔 앨범 발표와 동시에 '폭망'했다.
Keri Hilson [No Boys Allowed] (Interscope, 2010)
- Art direction & design : Todd Gallopo
음반을 뒤적거리면서 본 해설지 제목에서 케리 힐슨을 이렇게 묘사했다: "유명 작곡가, 감각적인 패셔니스타, 카리스마 넘치는 댄서, 다재다능한 디바" 케리 힐슨은 2009년 첫 솔로 앨범 [In A Perfect World...]를 발표한 뒤 곧바로 [No Boys Allowed]를 공개했지만 솔로 음반 활동은 여기서 끝. (인줄 알았더니 올해 2018년에 [L.I.A.R]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할 거라 한다.)
Michael Bublé [Crazy Love] (143 Records, 2009)
음... 이건 노란 테이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내가 쓰는 커버/스토리라는 게 수학이나 과학처럼 딱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노란 테이프라고 보기로 했다.
이렇게 간략히 범죄 현장의 노란 테이프 앨범 커버를 살펴보았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 노랑 바탕에 검은 글자 효과는 확실히 좋다. 하지만 높은 주목도에 비해 두고두고 보고 싶은 앨범 커버아트로 삼기는 어렵다. 뭐,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내 입장에서.
아무튼, 이 커버/스토리도 쥐새끼 헌정 커버/스토리라고 봐도 좋다.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