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Years & Years [Palo Santo] (Polydor, 2018)


이어스 앤 이어스의 두 번째 앨범. 첫 앨범이 주목받은 덕분에 두 번째 앨범에 관심을 기울일 법 했는데, 앨범 커버 때문에 뒤로 미뤄둔 상태였다. 희끄무레한 사진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커버아트였기 때문이다. 싫은 이유는?


난 사람 얼굴에 장난친 앨범 커버가 싫다. 어떤 거라고 글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말도 안되는 화장을 했거나, 포토샵으로 변형시켰거나, 이상한 걸 덕지덕지 붙여놓았거나, 아무튼 뭔가 조작을 가한, 그런 얼굴을 담은 커버다. 불편하다. 싫다. 그래도 데이빗 보위 David Bowie의 [Aladdin Sane] (1973)이나 벡 Beck의 [Sea Change] (2002) 같은 앨범은 좋아한다.


밴드의 보컬 올리 알렉산더 Olly Alexsander를 전면에 내세운 이 커버가 심각하게 얼굴을 훼손한 건 아니지만, 이상한 문자를 투영시켜 그와 같은 효과를 냈다. 올리 알렉산더의 표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의 벗은 몸이야, 뭐, 더더욱 관심 요소가 아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어라? 이 커버, 어디서 본 건데?












Tori Amos [Crucify] (Atlantic, 1992)

- Art Direction, Photography by Cindy Palmano


토리 에이모스의 데뷔 초기에 발표한 바로 이 EP!

사진은 토리 에이모스의 첫 앨범 [Little Earthquake](1992), 두 번째 앨범 [Under The Pink](1994), 세 번째 앨범 [Boys For Pele] (1996)에 이르는 동안 토리 에이모스의 이미지를 전담했던 신디 팔마노가 찍었다.


이어스 앤 이어스가 토리 에이모스를 참조했다고 밝혔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관련 글이 없어 유추해보건데, 참조만 했지, 베끼지는 않았을 게다. 혹시 포토그래퍼가 신디 팔마노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이리저리 검색해봤는데, 아니다. 이어스 앤 이어스의 앨범 사진은 Michael Hauptman이라는 포토그래퍼가 찍었다.


뭐, 내가 베끼기 감별사도 아니니 이번에도 넘어가야지.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닌데.


어쨌든, 이어스 앤 이어스 덕분에 이 무더위에 토리 에이모스의 <Winter>를 들으며 부츠 신고 장갑 끼던 겨울을 잠깐 떠올렸다. 그래서, 시원했냐고? 설마... 하루종일, 며칠 동안, 더위에 달아올라 있던 몸인데 상상만으로 시원해지는 걸 상상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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