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전과 조금 다르게 음반 이야기가 아니라 스크랩북 이야기.
세심한 척 하지만 결코 세심해본 적 없는 나는 스크랩북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내 뛰어난 기억력이 있는데 굳이 스크랩북을 만들 필요 있어? 이 따위, 말도 되지 않는 허세 덕분에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아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크랩을 한번도 한 적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목표나 목적이 있는 스크랩이라거나 특정 주제가 있는 스크랩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크랩을 한다 한들, 스크랩북이 있다 한들, 허세와 쓰레기 정보가 뒤섞여 없는 셈이니 기억하지 않으려는 게지.
도대체 뭘 스크랩했길래?
내 스크랩이란 건 이런 종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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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기에도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완레코드. 그곳에서 재발매한 적 있는 "덕 프로젝트"의 주인공 김병덕 관련 외국 기사 스크랩.
(아, 이 시점에 붙여놓을 이야기가 있다. 시완레코드가 부활한다 해도 예전처럼 발매 음반 전체를 일련번호대로 모아놓거나 소개하거나 자랑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게다. 나 말고 필요한 사람이 많을 테니 부활해도 좋겠다는 뜻이다. 고가의 희귀음반을 국내제작반으로 보는 재미도 있고. 시완레코드의 실패와 성공은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는 위의 스크랩 기사를 읽어봤냐고 물어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왜냐하면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미 영어 원문과 번역본을 함께 올려놓았으니까. [링크]) 이미 알고 있겠지만, 뮤지션 김병덕은 부산의 유명 레코드점 먹통레코드의 주인장인데, 올해 앤솔로지 앨범 [Experiment No. X] (Daehan Electronics, 2018)을 발표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Visla Magazine은 "음도(道)를 거닐다, 김병덕의 [Experiment No. X] 발매 예정"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굿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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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이런 홍보물.
정기구독을 권하는 잡지 내 삽지인데, 토리 에이모스 Tori Amos를 커버로 내세운 잡지를 이미지로 활용했다. 만약 트렌트 레즈너 Trent Reznor만 이미지로 활용했다면 스크랩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을 테지. 한때 토리 에이모스 컴플리티스트를 꿈꿨던 내 입장에서 완전히 신나는 아이템이었다.
Republica <Ready To Go> from the Album [Republica] (BMG, 1996)
몇 장 더 찍어봤지만 별 볼일 없는 스크랩이네... 재미 없으니 환기 차원에서 뮤직 비디오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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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이런 스크랩도 있다.
리퍼블리카라는 밴드의 홍보사진이다. 사진 오른쪽 로고는 리퍼블리카의 소속 레이블 deconstruction 로고다. 디컨스트럭션... 으, 자크 데리다... 으, 포스트모더니즘... 자크 라캉, 장 보들리야르, 줄리아 크리스테바, (에티엔 발리바르도 적었는데 좀 성격이 다른 듯하여)... 한때 세계를 휩쓴 철학자들 이름 사이에서, 다시, 리퍼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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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져 있어 꺼내본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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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발매사인 BMG 한국에서 제작한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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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으... 얼터너티브... 한때 세계를 휩쓴 얼터너티브 사이에서, 다시 리퍼블리카. 얼터너티브 펑크 락 그룹이라고 적어놓았지만 홍보물 문구에 <Picture Me>를 트립합 트랙이라고 강조해놓았다. 그럼 "얼터너티브 펑크 락"보다는 "얼터너티브 사이키델릭 펑크 락이라고 홍보했으면 더 끝장 났을까. 아, 홍보 문장에 한때 세계를 휩쓴 무시무시한 단어 '혁명'이 있구나.
# 스크랩북도 아닌, 하찮은 클리어 파일 하나 들춰봤더니, 옛날 생각이 난다. 매일 으... 으... 으... 하며 지냈던 시절. 그냥 그 시절에 히트한 노래 한 곡 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억지로 구겨넣어 완결한 글. (리퍼블리카는 이듬해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내 기억에 남아 있질 않다. 누군가 이 밴드의 두 번째 앨범 이야기를 했다면 나는 그럴 일 없다며 내기를 걸었을 테고, 보기 좋게 졌을 테지. 요즘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길 다행이다...)
# 리퍼블리카의 <Ready To Go>를 들었더니 핑크 P!nk의 <Get The Party Started>가 생각난다. 솔직하게 말하면, 핑크 노래를 듣다가 리퍼블리카의 스크랩 생각이 났다. 조만간 (하나마나한) 핑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