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느낌은 아닌데, 앨범 커버아트에 오래전부터 꾸준히 사용하는 이미지들이 있다. '추락' 이미지도 그 가운데 하나. 생각해보라. 무언가 아래도 떨어진다, 이 사실만으로 불안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음반 커버아트는 이런 이미지를 쓰는 데 망설이지 않는 모양이다. 수많은 추락 이미지는 중력에 영향받지 않는 듯,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에서 깃털 하나가 쓱 빠져 천천히 느리고 부드럽게 아래로 내려오는 것처럼 평온하게 추락한다. 물론 불길한 추락 이미지가 더 많다.
* Art direction and design : Mat Maitland - Big Active, London.
이 앨범 커버를 보자마자 이매진 드래곤스의 2012년 데뷔 앨범 [Night Visions]를 찾았다. 높은 기둥 끝에 위험하게 서 있던 앨범 커버 속 소년이 2021년 앨범에서 추락하는 저 소년(청년?)일까 싶어서. 하지만 두 앨범의 커버아트는 각각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했기 때문에 두 앨범 사이 연계점은 없는 걸로 결론 내렸다. 이번 앨범 커버를 작업한 아티스트는 영국 디자이너 맷 메이틀랜드 Mat Maitland. 주변의 모든 것을 지우고 오직 추락하는 인물만 집중했다. 그 덕분에 불안해보이는 않는다.
* Artwork and design by Corey Holms
미국 캘리포니아 일렉트로닉 뮤지션 네이선 무디의 최신 앨범. 흑백 이미지는 강하게 불길한 기운을 강조해주고, 음악은 아방가르드 일렉트로닉 사운드라 신경을 자극한다. 주변 풍경을 지우지 않고 살려놓아 공간을 느끼게 해서인지 불안하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불길한 추락이다. 하지만 앨범 첫 곡이자 앨범 타이틀 곡 <Fall To Fly>의 가사 "fall to fly 날기 위해 / 내게 날개가 있다는 걸 알기 위해"로 이 앨범 커버아트는 추락에서 상승으로 바뀐다. 결코 추락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