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2월에 정식 발표한 어도비 포토샵은 전설적인 프로그램 맞다. 얼마 전 다 읽은 책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정지훈, 메디치, 2012)에서는 "애플과 어도비의 찰떡궁합"이라는 소제목 밑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했다고 적었다. 난 이미지 크기 줄이기, 자르기, 정사각형/직사각형으로 자르기, (약간의) 지우기 기술 정도밖에 쓸 줄 모른다. 그런데도 놀라게 되는 프로그램이 포토샵이다.
포토샵 덕분에 보정 이미지들을 담은 음반 커버아트는 빛난다.
정말 빛나냐고? 음... [후퇴] 모두 빛나는 건 아니다. 나 같은 저급자가 따라 하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로 커버를 완성했을 때라면 빛난다고 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포토샵이 없었다면 커버 아트와 음반 디자인이 무척 피곤한 일이었을 게다. 포토샵이 없던 시절 국내 발매 음반 가운데 금지곡이 있었다면 정교하게 작업하기보다는 비슷한 색으로 슥슥 문질러버린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얼마나 피곤했을까.
포토샵은 이미지 작업에 혁신을 가져왔다.
오늘 커버/스토리는 포토샵 기능 가운데 도장툴을 선택했다. 포토샵 도장툴이 앨범 커버아트에 끼친 영향을 (소량의 샘플로) 보여주기로 했다. 얼마나 피곤했던 걸까.
* Layout, Design by Travis Milberger | Photography by Donovan Roberts Witmer
이 앨범을 사용하려고 작업해놓은 이미지 파일 연도를 보니 무려 2009년이다. 한국에 밀리샤 그룹 레이블이 소개된 이후 데니슨 위트머가 주력 아티스트였을 게다. 수입음반에 이어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반도 제작했다. 강앤뮤직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비트볼에서 제작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그럴 수 있다. 나에 한정한 기억인데, 당시 두 음반사 홍보담당이 같은 분이어서 국내 레이블 관련 기억이 왔다 갔다 한다.)
생각해보면 참 간단하게 처리해버린 음반 커버인데, 아티스트의 음색과 비슷한 따뜻한 색감을 사용한 덕분에 아닌 척 슬쩍 넘어갔다.
* Cover Photos by Mark Segal
이 앨범커버가 실제 시작 지점이었을 게다. 당시 커버 아트에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같은 이미지를 복제해 화려한 색을 썼네, 정도? 그러다 데니슨 위트머의 앨범 커버를 보면서 비슷한 앨범 커버 몇 장 모아보기로 했다. 잠깐 언급한 '복제'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는 게 차이라고 할까? 도장툴로 날로 먹듯 복제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디자이너의 감각이 들어갔을 테니까. 재미있게도 앨범 속 크레딧에는 디자이너 이름 없이 사진가의 이름만 있다. (더 재미있는 건 크레딧에 cover photo 가 아니라 photos라고 적어놓은 점이다. 복제한 이미지 역시 내가 찍은 사진들임, 이런 뜻일까? 뒷면과 안쪽에도 사진이 있는데 그것도 찍었다는 뜻일 테지. 그렇지만 뒷면은 back이고 안쪽은 inside라고 적을 텐데, 딱 cover photos라고 적은 건 좀 이상하다.)
* Artwork by Sheep United
두 번 복제한 노력이 가상하고 디자인 요소를 조금 더 넣었지만, 이 앨범 커버 역시 포토샵 도장툴을 이용해 손쉽게 작업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빠져나갈 수 있는 발언; "음악이 좋으면 커버아트 같은 외형 요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긴 하다. 프랑스 팝/일렉트로닉 뮤지션이라는데 영어로도 프랑스어로도 Dombrance가 검색되지 않아 발음을 적지 못하겠다. 구글번역기에서 언어 감지를 선택하면 헝가리어가 뜨는데... 정보 통로가 거의 없어서 커버 아트에 대한 평은 조금 더 박하게 주게 된다. 음악만 좋으면 되었지, 뭐.
아무리 봐도 포토샵 도장툴로 작업한 앨범 커버 아트는 좋은 평을 받긴 어렵겠다. 디자이너의 피와 땀과 눈물이 들어갔을 테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 그걸 찾아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도 인터넷 글들 읽어가며 도장툴을 사용해봤는데... 생각보다 쉬웠다. 포토샵 기능이 너무 막강해서 덜 빛나는 커버아트라고 치자. 얼마나 피곤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