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려다 제지당하고서야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금방 문 닫고 나온 집으로 뛰어들어가 마스크를 챙겼다. 하필이면 며칠 전 정말 뜬금없이 가방 청소를 하면서 늘 갖고 다니던 마스크 여분을 빼놓았다. 이제 챙겼으니 다시 출발. 폰 배터리 상황이 심각하다. 이어폰을 꽂고 있었지만 뮤직 앱을 실행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충전 배터리는 챙겼으니. 익숙하게 배터리와 케이블을 꺼내 연결하는데, 아뿔싸... 왜 5핀인 건가. 안절부절. 배터리 숫자는 점점 한자리로 떨어져 가는 상황. 검색해보니 다행히 서울역에 다2소가 있고, 젠더를 판다고 한다. 이 전철은 서울역 바깥으로 나갔다가 다시 내부로 환승해 들어가는 방식. 나간 사이에 다2소에 들렀다. 하지만 검색과 달리 1천 원짜리 젠더는 팔지 않는다. 2천 원짜리 C타입 충전 케이블만 있다. 이미 심리파악이 끝났겠지. 젠더든 케이블이든 맞는 게 있으면 무조건 사야 하는 상황에 굳이 1천 원짜리 저렴한 제품을 갖춰놓을 이유는 없다. 휴. 간신히 충전 시작했으니 이제 지하로 지하철을 타러 간다.
달 밝다. 이런 달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그래서 찍었는데, 달이 아니라 헬리 혜성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한다는 급행을 한참 기다렸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문의를 했더니 그건 지상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급행이며, 정확한 시간에 출발했다고 답이 온다. 아니, 지상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급행을 왜 지하 서울역에 적어놓았냐며 항의했지만, 이내 (그나마) 답해줘서 고맙다고 추가 문자에 예를 갖추고 마무리했다. 이미 기차는 떠났다.
이런저런 일 처리.
하루 지나 이제 나의 집으로 출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버렸다.
집에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거꾸로 타고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른 코스. 건너편 플랫폼으로 가 기다리다 환한 불빛에 사진 한 장 찍었다. 이쪽으로 이사 왔을 때 이 아파트가 분양도 다 끝내지 못한 상태라 했는데, 이제는 가장 높게 들썩거렸다. 더 들썩거릴 게다.
오랜만에 외출. 허둥지둥의 연속이다. 도시의 자연인이 되고 있나 보다. 아니지. 도심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