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름 해수욕장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수영복.
내 바다는 늘 평상복 차림이었다. 김여명의 <환절기>처럼 늘 그런 옷을 입고 늘 그런 신발을 신고 늘 그런 가방을 메고 늘 그렇게... 옆에 누군가 있을 때는 '나잡아봐라'도 했을까... 으음... 짧게 생각해봤는데, 바닷가에서 나 잡아봐라는커녕 달리기도 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그저 걸었다니까.
행여 신발이 젖을까, 아니, 파도를 놀려먹겠다는 심정으로, 물들어오는 끝까지 갔다 폴짝 뛰긴 했다.
그런데...
바다만 보면 뛰어들어가고 싶은 게 당연한 건가? 왜 다들 물속으로 걸어가지?
* album photography by Nedda Afsari | album design by Leigh Vio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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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뮤직가이드 신보 소개에 올라온 SRSQ의 앨범이다. 유튜브에서 라이브 클립을 몇 개 봤는데, 무척 독특한 행동을 하던 게 기억난다. 항상 노래에 앞서 앞에 놓아둔 물을 마시려고 몸을 굽히는 행동. 정말 목이 말랐던 걸까? 쉽게 짐작하듯, 나도 플래시 flash라고 생각한다. 그건 무대 이야기고. 이 바다에서 그녀는 인어가 되려는 건가. 변신 직전 같다.
시애틀 출신답게 그런지부터 시작해 클래식까지 모인 멤버들의 성향을 모두 드러내고 싶어 하는 미국 뮤지션 그룹 비피엠 컬렉티브의 아직까지는 유일한 EP. 이 여인도 점점 바다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듯하다. 아니 저 정도만 서 있어도 차가운 바닷물에 얼얼할 텐데... (나갈 건지 들어갈 건지, 빨리 결정을 하시오!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미안하다. 켈레? 켈리? 켈? 이 앨범 발표 두 달 전에 공개한 앨범 커버는 바닷물과 파도만 있었는데, 두 달 뒤에 짠! 하고 아티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가 약간 갈라져 있다. 모세의 작은 기적을 시전 한 건가... 앨범 커버아트를 위해 기타 한 대 버릴 각오를 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기타와 보컬이다. 들어보려면 링크 클릭.
이 앨범을 아직 듣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들을 지켜봤던 지인(!)이 전해준 이야기와, 내 개인 감상이 뒤섞인 데다가, 지난 앨범 [Resistance Is Futile] 커버아트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깜짝 놀랐던 터라 더더욱... '4 Real' 신화에 매력을 못 느껴 데뷔 초반을 건너뛰었고 중간에 갑자기 빠져들었다가 어느 순간 아예 제쳐놓게 된 밴드 매닉스의 가장 최근 앨범 커버아트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을 담아냈다. 물이 얕아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니콜라스 래티건 Nicholas Rattigan의 얼터 이고 커런트 조이스의 가장 최근 앨범. 구성이나 색감이 앞서 소개한 SRSQ의 앨범 커버아트와 닮았다. 혹시 표절?! 이런 의심을 제기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늘어놓은 커버처럼 정말 흔한 구성이니까.
커런트 조이스의 커버아트에서 무릎까지 젖은 자국을 보여준 건 어떤 의도일까. 저 뒤에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 또 다시 저 바지는 물에 젖겠다. 이왕 빠진 거 더 들어갈까 말까...
jacket art by 三上唯 miyakami Y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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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호수일까 바다일까. 헷갈린 만큼 바다로 단정 짓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두 발을 물속에 퐁당 담갔다는 점, 그리고 달(!)이 저렇게 휘황찬란하게 떠있다는 점에서 선택했다. 이런 경우 자주 하는 말 있지 않은가. "바다라고 치자고!"
자메이칸 뮤지션 프로토제의 앨범. 아마 작은 커버에 노안으로는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을 저 사람. (프로토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나도 이제 눈이 침침하다...) 내가 처음에 말한 폴짝 뛰었다는 곳이 바로 저 지점이다. 얼마 전 커버/스토리에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커버아트 하나를 소개한 적 있었는데, 찾아내서 한번 묶어 소개하기로 해야겠다. 한 장 더 찾으면 바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