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에 인색하다. 그래도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몇 개는 있다. 의리로 구독버튼만 눌러놓은 채널도 있고 매일 매주 체크하는 채널도 있다. 예전처럼 "오! 유튜브"라며 영화 '플래툰' 포스터처럼 하늘을 향해 팔 벌리지는 않아 조금 보다 말지만, 금요일 저녁은 무척 바쁘다. 좋아하는 채널 세 개가 영상을 올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라오스 반나마을 한국인.
이쯤 해서... 이상하네, 서두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네... 라며 백버튼을 누르거나 창닫음 X표를 누를까 고민했을지 모르겠다. 잠깐잠깐. 오늘 글 제목에 있는 똥파리는 곧 나온다. 라오스 영상을 보는데 파리 한 마리가 휙 지나가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추운 날이겠지만 낮에는 따뜻해 파리가 종종 보인다. 그런데 이번 파리는 좀 달랐다. 그런 거 있지 않나. 남들은 관심 가지지도 않는 사물, 사건, 사람, 사실, 사고, 그러니까, 말할 필요도 없이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 꽂혀 혼자 쩔쩔매는 경우. 바로 그런 경우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저 파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이번 커버스토리 주제는 파리로 삼겠다 생각했다는 이야기.
* artwork : Damien Hirst | cover photo : Prudence Cuming Assoc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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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까?
음반 커버 아트 by 데미언 허스트라는 글에서 이야기했던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의 앨범 [I'm With You]다. 이 파리가 똥파리가 아니라서 아쉽다고 썼는데, 만약 똥파리였으면 멋지다 생각하면서도 곧바로 파리채로 한 대 후려지고 싶어졌을 게다. 싹싹 빌어도 소용없다.
* art direction by Mary Maurer | photography by Rocky Schen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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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도, 앨범 커버 제작 스토리는 위키를 참조해주길. 정리를 잘해놔서 따로 할 말이 없다. 밴드가 앨범 타이틀을 생각하고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해 커버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그걸 적절히 반영한 커버가 이 결과물이라는 이야기. 한쪽은 먹을 게 풍족한 병, 한쪽은 먹을 게 부족한 병, 그 속에 각각 파리들을 넣었는데 먹이 풍부한 쪽 파리들이 번식도 빨리 하더니 죽기도 빨리 죽더라는 초등학교 실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먹이가 부족한 병 속 파리는 1년을 살았다고 하는데... 이 실험이 뭘 보여주려는 건지 한참 생각해봤다. 정치적이기도 하고, 사회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결국, 내가 병 속 파리가 아니라서 대답을 못하겠다로 끝났다. 어쨌든, 파리 인생이란... 참...
그건 그렇고 난 이 앨범을 참 좋아한다. 시작 곡 <Rotten Apple>의 "hey ah na na" 코러스와 베이스 인트로에서 글자 그대로 '사로잡힌다'. 그래서 파리 생각은 조금 덜하지만, 파리를 소재로 쓸 땐 언제든 꺼내놓으려고 했던 커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앨범 [Jars Of Flies](1994) 단독 발매가 아니라 이전 발표한 [SAP](1992)를 묶은 합본으로 공개했다. 재미있게도, CD와 LP 모두 <Am I Inside>가 <I Am Inside>로 인쇄되었다. [*여기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음]
보통 라이선스 음반을 제작할 때 본사에서 원본을 받을 텐데 유럽 지역 합본 버전은 수록곡이 제대로다. 그렇다면 한국반 제목이 달라진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
인쇄 미스는 이렇게 추정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Jars Of Flies] 러닝 타임이 30분이 넘어가서 한 면에 다 집어넣을 수 없게 되자 Side A/B의 양면 LP로 제작한 [Jars Of Flies]와 또 한 장의 LP [SAP]를 묶은 더블 LP로 발매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해왔던 전례에 따라 트랙리스트 재배치로 해결해버렸다. [Jars Of Flies]의 마지막 트랙 <Swing On This>를 Side A에서 빼 Side B 한 면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던 [SAP]의 뒤에 갖다 붙여 버렸다. (수록곡이 엉망이면 어때, 한 장으로 발매해줬으니 고마워해야 할 걸? 설마 정말 ←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겠지?)
Q.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두 장을 순서대로 다 집어넣고도 시간 여유가 있는 CD도 트랙리스트에 오타라고? (사진 참조.)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A. 아, 이 사람아... CD 디자이너 따로, LP 디자이너 따로 고용했겠나. 디자이너가 같겠지.
아. 똥파리!
갑자기 파리 이야기가 사라져 버렸다. 다시 파리로 돌아가자.
아, 미안해서 어쩌지... 글 쓰려고 자료 모으다 우연히 얻어걸린 음반 커버라 설명할 내용이 없네... 혹시 음반 데이터베이스나 밴드캠프에 있을까 찾아봤는데 없다. 스포티*이에 이 앨범이 있어 음악 듣기는 가능한데 아티스트 페이지에 사진 하나 달랑... 그래서, 쏘리쏘리.
하지만 이 앨범 커버를 보는 순간 파리채를 찾아 나서고 싶은 생각이 불끈 들 게 분명하다.
한 대 후려쳐서 잡아버리자!
아... 익숙한 아티스트의 익숙한 커버아트를 거론하는 게 편한 이유를 오늘 또 실감하게 된다. 오스트리아(!) 뮤지션 알렉스 믹슈. 미안하게도, 이 앨범 커버도 우연히 얻어걸린 거라... 바로 위의 Cid처럼 검색했으나 역시 사진 하나 달랑 있고 설명은 빈칸인 스포티*이 아티스트 페이지만 발견했다. 그래도 음악 듣는 건 가능하다. 오스트리아 레너드 코헨이라고 하면 될까? 이 앨범 커버 속 파리는 한 대 때리면 고개 빳빳이 들고 벌처럼 달려들 것 같다. 그래도 파리니까 잡아야지.
* artwork : Haze X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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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바나 Nirvana의 주변 밴드로 항상 거론되는데, 멜빈스의 드러머가 너바나의 드러머로 잠깐 활동했던 이력 때문이기도 하고, 음악 스타일이 그런지 grunge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슬러지 메틀 sludge metal이라고 하는데 90년대 음악 좀 들었다면 느낌이 팍 온다. EP 타이틀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과 같은데, 책과 연관된 부분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내 무지를 용서해주길.) 사운드가든 Soundgarden의 <Spoon Man> 커버곡, 레드 제플린 Led Zeppenlin <Misty Mountain Hop>과 <Misty Mountain Hop>을 가져다 쓴 디보 Devo의 <Uncontrollable Urge>를 뒤섞은 커버곡 <Misty Mountain Urge>도 있다.
음악은 잘 찾아 들으면 될 테고, 앨범 커버! 이 앨범 커버 속 파리가 시사하는 건?
똥파리, 나대면 더 빨리 맞아 죽는다
를 묘사한 게 아닐까? 아니아니, 농담이 아니라 저 파리... 죽어 지옥 간 게 맞지 않나???
한겨울 모기에 이어 한겨울 똥파리까지 창궐하는 거 보고 있기 짜증 납니다,
라며 파리채 찾을 분을 위한
★ 곤충 앨범 커버만 800장 정도 모았습니다.
(나비, 나방, 딱정벌레는 따로 있어서 제외했다는군요.)
https://rateyourmusic.com/list/lethrus/insect_cover_art_and_identification_guide__general_insects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