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CD 가격, LP 가격

2023. 1. 14. 21:11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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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볼 일이 있어 홍대 근처에 들렀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정해진 코스처럼 근처 엘피샵 '김○레코드'로 간다. 쫄래쫄래 따라간다. 진열된 LP들을 보면서 보는 맛은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인쇄가 예전 LP들만큼 생생해보이진 않는다. 4K UHD 텔레비전으로 720P 영상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 한때 CD만 발매했던 음반을 LP로 제작하는 붐이 일었을 때 원본 소스가 CD라 이미지를 확대하면서 뭉개진 경우가 가끔 있었다. 지금은 원본 이미지가 커서 그럴 일이 없을 텐데 재킷 종이를 잘못 선택한 모양이다. 이러니 저러니 말해 봐도 큰 LP로 보니 눈이 시원한 건 맞다.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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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집에 처박아둔 LP들 말고 현재 살고 있는) 집에 꽂아둔 LP만 따지면 4백장 쯤 되려나?

최근에 산 엘피는 없고 모두 옛날 LP들이다.

하지만 듣지는 않는다. 장식이다.

 

그동안 난 "LP는 듣지 않아"라거나 "LP는 비싸서 안 사"라고 말하곤 했다.

싼 값에 장난 삼아 사던 알○딘 수입LP 가격은 장당 2만원 선이었다. 조금 싼 경우는 1만8천원 정도? 하지만 LP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더니 지금은 4만원에서 5만원 쯤 하는 모양이다. 비싸서 안 산다는 내 핑계는 그럭저럭 적당했다. (사실, 돈이 있었으면 LP 사러 다닌다고 여기 인증 찍고, 저기 인증 찍고, 해외 인증 찍고, 지방 소도시 폐업 LP샵 인증 찍고 왔을텐데... 그래서 음악에 애정이 있단 말조차 하지 않았다. 못 산 게 LP만이라면 개소리 bullshit였을 텐데 좋아하는 CD도 못샀다. 아... 돈... 남들 벌어 모을 동안 난 한우물 판다며 고집 부리다 있는 돈을 까먹었다. 거지 되기 직전에야 못 버니까 안 쓰기로 전략을 바꿔 지금도 버티고 있다.)

 

돈 없는 건 내 사정이고.

LP 가격이 오른 건 그쪽 회사 사정이고.

 

내가 생각하는 LP 가격의 심리 저항선은 20000원이다.
내가 생각하는 CD 가격의 심리 저항선은 19900원이다.

 

별 이유는 없다. 나도 모르게 2만원이 기준이 되어 있다.

2만원 넘는다고 꼭 사야할 음반을 건너뛰진 않았다. 비싸군, 이라는 말을 한번 한다는 거지.

장난 삼아 샀다는 LP 가운데 루신다 윌리엄스의 [Blessed] [LP+CD] (2011)가 좋은 예가 되겠다. 당시 가격은 2만원도 아닌 19800원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당시 가격을 살펴보려 했는데 2LP+2CD 박스셋으로 내용이 교체되어 있어 확인하지 못했다. 게다가 알○딘에서 샀다고 생각해 주문내역을 검색했는데... 없다. 교○문고였나? 그때 엘피를 사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엘피를 보너스로 주는데 2만원을 넘지 않네. CD를 샀더니 LP 한장을 주네. 이건 횡재.'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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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심리 저항선 이야기.

LP 구경했으니, 이제 CD를 구경해야지, 하며 매대를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20800원.

국내 아티스트 음반이 2만원을 넘었다. CD 한 장에?

알○딘을 가봤다. 여기도 가격이 같다.

 

16%나 할인을 했는데도 20800. 최초 가격은 24900원.

이 가격이면... 웬만한 음악 팬은 선뜻 사기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 음악은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들어버리고.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라면 4만, 5만짜리 LP를 한 장 사고. 이렇게 구입 계획을 짜는 게 더 즐거울 수 있겠다. 아이고... LP가 너무 비싸서 안 산다고 했는데, 이제 CD를 두고 그런 소리를 해야할 때가 온 건가.

 

 

 

 

 

예람 [세상의 끝에서] (미러볼, 2022)

그나저나, 예람, 두 번째 앨범.

이번에는 쓸 데 없는 글이라도 한번 써야 할 텐데.

이번 앨범도 혼자 몰래몰래 듣기만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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