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저 굵거나 얇은 원형 점들이 의미하는 게 뭘까? 혹시 은밀한? 내 가늘고 얇은 상상력은 이 커버아트가 무얼 묘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확대.
아무리 봐도 그저 원형 점일 뿐,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사장님 자세, 그러니까, 의자 등받이를 한껏 뒤로 젖히고 반쯤 눈을 감은 그윽한 시선으로 화면을 바라보는데, 알 수 없던 모습이 보인다. 아!
대개 이미지가 너무 작아 뜻을 알 수 없을 때는 확대 해야 비로소 보이는데, 이건 반대다. 뭔가 확인하기 위해 이미지를 줄일 필요는 없다. 내가 멀리 떨어지면 된다. 눈은 게슴츠레 할수록 선명해진다.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너무 가까워 볼 수 없었구나.
제대로 못 본 건 순전히 내 탓이지만, 사실, 후아네스는 몇 년 전 앨범 커버아트로 이미 확대/축소 장난을 친 적 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확대!
무슨 사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동그란 점들은 각각 누군가 얼굴 사진이라는 사실을 확대하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사진 장난을 쳤던, 그리고 그 사진 장난에 넘어가버린 기억 때문에 최신 앨범 커버도 그런 줄 알았다.
가까워야 볼 수 있기도 하고, 떨어져 있어야 볼 수 있기도 하다. 나와 당신의 사이도 그랬다. 다시 볼 가능성이 있으면 모를까, 무소식이 희소식은 아니다. 무소식은 무소식, 희소식은 희소식. 가끔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며 커버/스토리 속에 내 소식을 슬쩍 집어넣는 이유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너무 가까우면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거리를 두자는 말은 아니다, (자꾸 달라붙으려는 이 살들을 어떻게 떼어놓아야 할까. 이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끝내기 전에 한 장 더.
모자이크 프로그램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어 다양한 사진 모자이크 이미지가 등장한다. 그 발전을 틈타 슬쩍 불순하거나 불온한 이미지를 넣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래서 확대해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확대!!
* sleeve design and layout by NATHAN McGRORY | artwork concept by NATHAN McGRORY and Emb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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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불온한 음악을 한 적 없는 영국 록 밴드 임브레이스 Embrace인지라 이미지에 문제가 있으리란 생각을 하진 않았다. 확대해 확인해본 결과, 불순한 이미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