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떤 기타든지 피크만 잡으면...
잉베이 맘스틴
Yngwie Malmsteen의 불꽃 튀는 바로크 기타 속주가 자동으로 연주되거나,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처럼 구구절절한 블루스 음계가 마구 쏟아져나오거나, 아니면 메탈리카
Metallica처럼 딱 흔들기 좋은 속도로 <Enter Sandman>을 연주하거나, 이정선 기타교실에 실린 곡 정도는 초급부터 고급을 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다거나,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
초보일 경우 자존심을 세우기 딱 좋은 말이 있다.
"내가 뭐 위대한 기타리스트가 되려는 건가? 그냥 분위기만 맞출 수 있으면 되지."
정말 그럴까. 전혀.
아이에게 악기를 연주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가 읽어야 할 책이라는 내용을 담은 번역서를 읽다가 기타와 피아노가 아주 쓸쓸한 솔로 악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 책에서는 인간관계에 따라 악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타와 피아노는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권장할만한 악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언급은 내가 이 책의 큰 흐름을 아주 위험하게 요악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악기를 배웠다 하면 기타 아니면 피아노니까. 그 책에서는 캐스터네츠까지 아주 훌륭한 악기로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용 악기 이상은 아니다.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기타와 피아노는 아주 쓸쓸하고 고독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악기라는 그 책의 내용이다.)
지인과 트레이드(말이 트레이드지, 실제로는, 내게 너무너무 유리할 정도로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나의 dvd+divx 플레이어와 교환했다. 그마저도 TV에 단자가 없어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로 구한 앰프.
기타 앰프가 아니라 베이스 앰프지만, 기타 앰프로 쓰면 어떤가. 간신히 코드만 잡을 줄 아는데. 앰프로 내 기타소리가 나온다는 사실로도 나는 항상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데,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기타는 방에 처박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으며, 이 앰프 역시 같은 조건에서 같은 양의 먼지를 함께 뒤집어쓰고 있는 중이다. 언제쯤 둘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전기를 공급해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외로움에 단련된 내게도, 기타는 너무 고독한 길인 것 같다.
둘 다
이러다가 장식용 소품이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이미 장식용 소품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기타와 앰프를 보고 한번 쳐보라고 하면,
"이 시간에 무슨 기타야. 기타는 한밤중에 고독을 씹으면서 혼자 있을 때 치는 거라구!"라고 핑계를 대며 비싼 체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