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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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니벌 콥스 Cannibal Corpse의 2006년작 「Kill」(Metal Blade, 2006)이다.
이 밴드의 악명을 들었던 경우라면 이 앨범 커버가 정말 캐니벌 콥스의 새 앨범 커버인지 의심할 만하다. 지금까지 음악보다 먼저 눈을 사로잡았던 밴드가, 'Parental Advisory Explicit Content' 딱지를 붙일 필요도 없는 이런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혹시 그동안 앨범 커버를 담당한 빈스 락 Vince Locke이 손을 떼고 다른 사람이 디자인을 담당한 것일까? (빈스 락의 오피셜 홈페이지 보기 / 새창으로 보기)

아이언 메이든의 Eddie

롹/메틀 계에서는, 밴드 로고를 제외하고, 특정한 이미지로 지속적인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언 메이든 Iron Maiden의 '에디'는 밴드 만큼 유명한 최고의 캐릭터다. 어릿광대를 줄곧 커버에 등장시킨 독일 밴드 라크리모사 Lacrimosa도 빼놓을 수 없다.
캐니벌 콥스 역시 특정 캐릭터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잔혹한 고어영화를 보는 듯한 충격적인 빈스 락의 아트웍으로 밴드의 이미지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커버 디자인이 일품이었던 밴드 가운데 하나다. (물론, 캐니벌 콥스에 비해 훨씬 지명도도 떨어지고 음악성도 떨어지는 마이너 밴드의 경우 그동안 보여준 이 밴드의 커버 아트웍 쯤은 우습다는 듯이 훨씬 심각, 심란, 심오, 처절, 섬뜩, 끔찍, 잔혹, 불길한 커버를 만들어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번에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한가가 아니라 커버 아트웍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이다.)

캐니벌 콥스의 커버 디자인이 그동안 어땠길래?
궁금하다면 직접 밴드의 오피셜 웹사이트에서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된다.



혹시나 해서 부클릿을 살펴보니 이번 앨범도 분명히 빈스 락이 담당했다. 하지만 이들이 누군가 캐니벌 콥스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커버를 보면 꽤 섬뜩한 느낌도 준다.

피와 정액을 섞어 만들었다는 메탈리카의 「Load」(Vertigo, 1996)의 커버가 섬뜩하다고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사실 캐니벌 콥스의 앨범도 메탈리카와 비교하면 그저 빨간색으로 전체를 칠했을 뿐인 아주 평범한 커버다.

앞선 링크를 통해 보았을 테지만, 그의 자극적인 그림은 사실 커버가 아니라 케이스 안쪽의  그림에서 등장한다. 밴드가 동의하지 않았으면 이런 커버로 발표하진 않았을 테니, 일관성의 측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커버이긴 하지만, 동의했다고 믿자. 이번 앨범 커버는 오히려 밴드와 빈스 락이 보다 더 자극적이고 잔혹한 커버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먼저 한방 먹인 다음에, 음악으로 완전 넉아웃시키려고 작정한 것이 분명하다.

일요일 아침을 그리 길지않은 이 앨범으로 시작했더니 정신이 멍하다. 커버를 보면서 흠, 좀 시시하군, 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에 잔혹 데스메틀로 겁나게 폭격을 퍼붓고 떠나버렸다. 아주 깔끔하게.
혹시라도 커버를 보고 캐니벌 콥스의 새 앨범이 시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바로 그 생각을 접는 것이 좋다.

2002년 부산국제롹페스티벌에서 캐니벌 콥스의 공연을 본 것은 정말 다행이다. 아직도 이들에게 열광할 팬은 남아있겠지만, 어느 누가 돈과 시간과 애정을 쏟으면서 이 밴드의 내한 공연을 유치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나 같아도 추진하기 전에 포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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