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커버/스토리를 위해 앨범을 찾고 스캔을 하는 동안 마돈나 Madonna가 기막힌 타이밍으로 뉴스에 올랐다.
핵심은 "마돈나가 공연 도중 선보인 크루서픽션 crucifixion은 종교모독"이라는 것.
(원문보기 [클릭] / 새창으로 보기 [클릭])
물론 마돈나는 이 무시무시한 '종교모독'이란 사실을 해명하기 위해 다시한번 인터뷰로 매스컴을 탄다. 'Confession' 투어의 첫 날, 첫번째 공연으로 최상의 홍보효과를 노렸는데, 그것으로 다시한번 공연 홍보를 겸하니. 일석이조다.
이럴 때마다 마돈나를 한번 더 보게 되는데, 역시 미디어를 장악하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이제 예정된 순서대로 투어를 벌이고 돈을 긁어모으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오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 하듯 "일본 투어 스케줄이 잡혔고 SS석 공연관람료는 5만엔이며 한국돈으로는 44만원"이라는 친절한 주석까지 덧붙인 한국의 어느 신문기사도 있으니, 마돈나가 돈을 긁어가는 건 당연하겠다. 일본에 가서 보고 오라 이거지? 흠...)
어쨌든 새로운 커버/스토리를 쓰기 위해 앨범을 고르고 사진을 스캔하는 동안 마돈나가 시기도 적절하게 터져주어서 고맙긴 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카벨리 Makaveli의 이름으로 발표한 투팍 2Pac의 유작 「The Don Killuminati: The 7 Day Theory」(Death Row, 1996)다.
마키아벨리의 발음을 살짝 비틀어 마카벨리라는 이름으로 이 앨범을 발표한 투팍은 앨범 발표 직전에 동부와 서부 랩의 갈등으로 살해당했다. 그것을 예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사건 이후 앨범의 커버를 의도적으로 이렇게 제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경우 모두 투팍을 순교자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사망하기 전에 앨범 제작이 끝났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커버에 적어놓은 문장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In no way is this portrait an expression of disrespect for Jesus Christ"라는 문장을 CD 커버에 적었다. 그러고 보면, 투팍은 종교적인 갈등까지 겪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하드롹에서 시작해 헤비메틀로, 그리고 최근에는 점점 과격한 인더스트리얼 밴드로 변해가는 W.A.S.P의 프론트맨 블래키 로리스 Blackie Lawless의 아이디어가 빛났던 1990년의 컨셉트 앨범 「The Crimson Idol」(Capitol, 1993)이다.
이 앨범 커버가 예수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인지 아닌지 아리송할 것 같다. 사실 주인공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모습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앨범 전체가 신처럼 팬들 위에 군림한 한 뮤지션이 결국은 몰락하고 마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그 이미지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W.A.S.P는 인더스트리얼을 거쳐 다시한번 「The Crimson Idol」의 이야기와 비슷한 두 장의 앨범 「The Neon God Part 1/2」를 발표했다. 이 두 장의 앨범 커버가 오히려 더 (사이비)종교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지만, 십자가나 가시관이 없기 때문에 「The Crimson Idol」로 선택했다.
이제 신성모독이 분명한, 신성모독을 넘은 반기독교적인 음악과 행동으로 잔혹한 음악성을 선보인 디어사이드 Deicide의 앨범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디어사이드의 리더 글렌 벤튼 Glen Benton은 음악계에서도 유명한 안티크라이스트 성향이자 노골적으로 악마숭배를 주장하는 인물이다.
디어사이드의 「Once Upon The Cross」(Roadrunner, 1995)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죽음이 어떻게 표현하든 숭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그의 죽음을 더욱 잔혹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앨범 커버는 일본 여인과 결혼해 일본에서 살고 있는 유명한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트레버 브라운 Trevor Brown이 그렸다. 트레버 브라운은 최근에는 'Baby Doll' 시리즈를 그려고 있는데 이 베이비 돌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트레버 브라운의 오피셜 웹사이트에 적힌 바이오그래피에서도 이 앨범 커버의 높은 악명에 대해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작업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최근의 그는 어린 여자아이와 S&M이 결합된 섬뜩하고 잔혹한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이 앨범 커버는 트레버 브라운의 독특한 감각을 드러낸 커버아트이자 디어사이드라는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과 그들의 철학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디어사이드는 「Once Upon The Cross」에 이은 앨범 「Serpents Of The Light」(Roadrunner, 1997)의 커버에서 다시한번 예수의 이미지를 쓰고 있는데, 이 커버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반기독교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니진 로페즈 Nizin R. Lopex의 일러스트를 담은 이 커버는 워낙 파격적인 탓에 밴드의 악명을 더욱 증폭시켰다.
국내에 이 앨범이 라이선스로 발매될 때는 종교적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아니 그보다 심의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자체 판단으로 커버를 수정해 발매했다. 그동안 변형된 수많은 커버와 달리 담당자가 직접 수정을 했으니, 논란거리는 확실했다.
디어사이드는 데뷔부터 줄곧 로드러너 레이블에서 앨범을 발표했지만 2004년에 발표한 「Scars Of The Crucifix」부터 레이블을 이어에이크 Earache로 옮겼다. 이 앨범 역시 타이틀과 커버에서 밴드와 글렌 벤튼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잔혹함과 반기독교, 그리고 악마숭배에 대한 이미지를 커버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
처음 이 커버/스토리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CD Journal' 2006년 5월호를 보면서였다.
이런 저런 앨범 리뷰를 보는('읽는'이 아니다. 난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다만, 한문들을 조합하고 추정해서 알아듣는 문장이 서너 줄 된다...) 도중 「Roentgen」(2002)과 「666」(2003)을 발표한 하이도 Hyde의 새 앨범 「Faith」(2006)을 발견했다. 가시 면류관을 쓴 그림... 첫번째 트랙이 <Jesus Christ>인 걸 보니, 이미지만 가져온 것은 아닌 듯하다. <Made In Heaven>이나 <Mission>이란 곡도 있다.
이런 이미지의 커버가 또 있었는데...라고 생각한 후 몇 장의 관련 앨범을 꺼냈다. (하이도의 음반은 「Roentgen」이 있긴 하지만 거의 듣지 않는 앨범이라, 음악이 기억나질 않는다.)
십자가를 소재로 한 앨범 커버는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오늘은 범위를 축소해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과 가시 면류관 이미지를 사용한 커버만 살펴보았다.
기독교가 워낙 서양의 정신세계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어서 조금만 모독의 분위기가 난다면 신성모독의 혐의를 벗을 수 없다. 최근 개봉된 영화 '다빈치코드'가 논란 속에서 개봉한 것도 종교모독이라는 혐의가 개입되면 상업적인 예술이건 예술을 위한 예술이건 쉽게 허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돈나는 그런 종교의 약점을 항상 붙들고 늘어졌고, 그것은 확실히 성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음악과 투어를 홍보하고 있으니, 항상 보면 볼수록 놀랍다. 뭐, 마돈나의 크루서픽션 스턴트 crucifixion stunt 때문에 이런 글을 쓴 건 아니지만 한번쯤 외쳐주면 나중에 떡고물이라도 좀 나눠줄지 모르니 나도 덩달아 선거판의 누구처럼 흉내 좀 내보자.
"마돈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