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reophonics 「Language.Sex.Violence.Other?」(V2, 2005)라르크앙시엘을 다룬 지난 포스트에 이어 오늘은 part 2다. 커버부터 보자.
라르크와 스테레오포닉스
Stereophonics를 연관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둘의 스타일이 워낙 비슷해서다. 게다가 국내에 공개된 시기도 거의 비슷해서 잠시 착각했던 기억이 난다. 라르크의 두 앨범 색을 혼합해 스테레오포닉스의 커버를 만들고, 거기에 타이포그래피만 추가한 것 같다.
앨범의 공개 시기만 놓고 보면 당연히 라르크가 앞서지만, 그때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스타일은 워낙 많았으니 중요한 것은 얼마나 디자이너의 감각이 제대로 발휘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스테레오포닉스의 앨범 커버도 인상적이다.
물론, 밴드의 이름과 앨범 타이틀이 들어가는 자리가 눈에 잘 띄도록 하늘색과 노랑색 근처라 나같은 초보도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쉽다. 누구나 커버아트와 아티스트 정보를 동시에 보게 하려는 것이 의도였고, 디자인 역시 내가 보는 방식대로 보길 원한 것도 이해하지만, 너무 뻔한 건 아니었을까?
여기서 잠깐!
앨범 커버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라르크에서 테스트한 나의 아트(!)를 다시한번 시도해보자.
소스는 같은 앨범을 이용했고, 패턴 만드는 방식도 똑같다. 다만 글자만 추가했을 뿐. (같은 폰트 찾다가 눈 아파서 포기하고 그냥 있는 걸로 썼다. 어차피 테스트인데.)
라르크의 앨범 커버와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색에 대한 감각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작품인 셈이다. 이건 폰트 적용하다가 2분 걸렸다.
스테레오포닉스의 앨범 커버는 Graham Rounthwaite - 그레이엄 라운드웨이트라고 읽어야 하나? - 가 작업했다. 검색해서 훔쳐온 그의 이력을 잠깐 보자. [원문으로 보기]
"1970년 영국 태생.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 석사과정을 마친후 1996년부터 1998년까지 'Trace'지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 이후 The Face, Details, Elle, Raygun, the Guardian, Telegraph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메이저 레이블의 음반 디자인도 다수 담당.
이중 음악지 'The Face' 디자인 경력은 그레이엄이 뿌듯해하는[그의 오피셜 웹사이트에는 거의 페이스의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다] 주요 이력이다. 그렇지만 가장 호평받은 작업은 뉴욕의 리바이스 광고. 그가 찍은 사진을 엄청나게 크게 확대해서 초대형 건물에 붙였다. 그레이엄도 이 작업보다 더 멋진 걸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디자인은 패션보다는 길거리 청춘들한테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가 그린 캐릭터는 당당하고 어두운 뒷골목에서도 밝게 빛난다.
매킨토시로 작업한 후 페인트브러시로 덧입힌다. 디테일과 배경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다."
바로 이런 그의 이력이 고스란히 들어간 것이 바로 스테레오포닉스의 앨범 커버다.
커버는 가장 쉽고 간단한 포토샵 테크닉을 사용했다고 쳐도, 부클릿을 펼치면 멋진 일러스트가 등장한다.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그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스캐너의 한계로 요기밖에 스캔하지 못했으니, 나중에 오피셜 웹사이트에서 그의 작업을 살펴보시길.)
결국 앨범의 진짜 묘미는 커버가 아니라 부클릿인 셈이다.
화려한 색감은 감히 따라가기 힘든 매력을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흑백으로 가사만 처리한 라르크의 부클릿 디자인은 이 앨범 커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레이엄이 작업한 다른 앨범 커버에서는 스테레오포닉스 같은 디자인보다는 훨씬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 이것이 오피셜 웹사이트에서 훔쳐온 이미지로, 그가 지금까지 디자인한 앨범 커버의 일부분이다.
커버에서 시작해 여기저기 왔다갔다 한 느낌은 나는데, 어쨌든 스테레오포닉스의 앨범 커버는 간단한 작업으로도 뛰어난 디자인을 선사했다는 것과, 부클릿의 디자인을 통해서 그의 스타일을 한꺼번에 보여준 작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만하다.
뭔가 빼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쯤에 그걸 알았다.
그런데, 스테레오포닉스가 누구야?
스테레오포닉스는 언제 등장해도 똑같은 소리를 듣겠지만 "영국 음악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영국의 롹계를 한번 발칵 뒤집어놓더니 지금까지 계속 뒤집은 상태를 유지하는 밴드다.
1996년에 발표한 데뷔앨범이 영국 차트 6위까지 올라가 화제가 된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1위를 기록했고, 이번 앨범 「Language. Sex. Violence. Other?」 역시 보란 듯이 1위를 기록하며 밴드의 네번째 연속 1위 앨범이 되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이 앨범의 첫번째 싱글 <Dakota>는 밴드에게 싱글 차트 1위라는 즐거움까지 주었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엄청난 반응인데, 미국에서는... 조용하다. 원래 밴드의 소속 레이블 V2는 미국에서 힘을 쓸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뭐, 에이미 만 Aimee Mann처럼 배급대행을 해줬더니 알아서 성공하는 경우를 빼면. 아... 한국도 미국 못지않게 조용하다. 앨범은 거의 다 나왔고 듣는 사람들은 분명 있는데, '대박' 소리를 들은 바 없는 걸로 봐서는 미국인들처럼 성공을 하거나 말거나인 듯하다. 영국음악의 미래를 짊어질 밴드가 워낙 많아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