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70년대 그룹들 재결합 러시가 끝나니 이제 90년대 록 밴드들의 재결합이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과 스매싱 펌킨스 Smashing Pumpkins. 그런데...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 두 밴드의 재결합 이후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RATM은 뻔하게 정치적인 노래를 불러줄 것이고 뻔하게 테크닉으로 승화된 기타 장난이 이어질 게다. (이제 그건 식상하다고...) 스매싱 펌킨스는 절반만 오리지널 멤버이니 이름만 재결합이지 실제는 노래 하나 기억나지 않는 즈완 Zwan의 '2기' 같다. (다아시 D'Arcy를 불러오라는 것은 아니다. 해산 투어만 돌고 떠나버린 멜리사 아우프 데어 마우어 Mellisa Auf Der Mauer로도 만족하겠다. 거기다 제임스 이하 James Iha도 없고... 그게 무슨 스매싱 펌킨스... 뉴 즈완이지. 그냥 멋진 기억속의 록밴드로 남아있으면 안되려나? 뭐, 상관없지. 음악이 좋다면 다시 또 좋아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니까. 무엇보다, 스매싱 펌킨스가 나를 위해 재결합하는 건 아닐테니까.


The Smashing Pumpkins 「Zeitgeist」(Reprise 2007)

그런데...「Zeitgeist」라는 앨범 타이틀도 너무 거창해보인다. (멤버에 불만이 많으니 별게 다 불만이다...) 왠 뜬금없는 '시대정신'? 보노처럼 뭔가 이야기할 것이 많은 모양이다.
이봐 빌리, 그런 건 보노로 충분해. 보노가 노벨평화상 받지 않은 게 다행이야. 상이라도 탔으면 뮤지션들이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다들 평화만 노래할지도 모르거든.... 보노가 계속 노벨평화상 후보로만 올랐으면 좋겠다, 이 말이지.
새 앨범 커버는 보다시피 자유의여신상이다. 빨간 바다는 석양이 아니라 영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처럼 불길하게 변해버린 미래의 지구를 뜻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의여신상을 좀 찾아보았다.


Supertramp 「Breakfast In America」(A&M, 1979)

이 커버를 오랫동안 보고 있었으면서도 단순하게 자유의 여신상 패러디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건물로 생각했던 것들이 상에 차려놓은 음식이라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참 빨리도 알아챈다...... 프로그레시브 록 성향의 음악을 들려주긴 했지만, 상상한 만큼 거창한 프로그레시브 록은 아니다. 이 앨범 수록곡이자 최대 히트곡 <The Logical Song>은 영화 '매그놀리아'에서 들을 때 더 멋있다.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커버는 인물의 웃음 때문에 그런 듯한데, 즐겁다. 아트 디렉션 & 커버 컨셉트는 마이크 다우드 Mike Doud, 아트 디렉션과 디자인은 믹 해거티 Mick Haggerty가 담당했다. 커버 사진은 애런 래포포트 Aaron Rapoport가 찍었다. 북릿 귀퉁이에 "[앨범을 녹음한 로스앤젤레스의] 빌리지 스튜디오 사람들의 멋진 유머와 환대로 스튜디오에서 보낸 시간은 아주 즐거웠다"고 적어놓을 정도로 앨범 녹음부터 커버 아트까지 즐거움이 철철 넘친다.


Al Cooper 「Act Like Nothing's Wrong」(One Way, 1976)

그런데, 알 쿠퍼 Al Kooper는 수퍼트램프 만큼 재미있는 커버인데, 왜 이리 심각해보일까?
하긴... 수퍼 세션 Super Session 이후 솔로 시절의 알 쿠퍼는 대부분 심각했다. 프린스보다 10년이나 앞서 완전히 벗은 자신의 모습으로 「Act Like Nothing's Wrong」(1976, One Way) 커버를 찍을 때조차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으니, 솔로 데뷔작인 1968년의 「I Stand Alone」(1968, Sony) 커버가 하나도 웃기지 않아도 이상하지는 않다.
아, 맞다. 앨범 타이틀 때문이다.
난 혼자 서있는 거라고!!
음... 그렇다면 심각해도 유효!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으니... 웃는 것이라고 인정!


Dream Theater 「Live Scenes From New York」(Elektra, 2001)
미국인들에게는 비운의 앨범 「Live Scenes from New York」(Elektra, 2001) 커버다. 드림 시어터 Dream Theater가 이 앨범을 발표하기 일주일 전에 벌어진 9.11 사건으로 앨범 커버를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앨범 발표일은 2001년 9월 18일.
드림 시어터의 이 앨범은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불타는 월드 트레이드센터가 당시 충격에 빠진 미국인들을 자극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려 삭제한 버전으로 공개되었다. 생각해보면 철망에 묶인 심장은 "심장이 아프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드림 시어터의 상징인데... 거기다 뉴욕 라이브인데... 덕분에 한국 팬들은 삭제되지 않은 오리지널 커버로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이 앨범 커버 속 자유의 여신상은, 단순히 뉴욕 라이브였기 때문에 들어간 것이지만... 그래도 틀림없는 자유의 여신상이 맞으니 오늘 커버/스토리에 넣었다.


Scissor Sisters 「Scissor Sisters」(Polydor, 2004)

또 하나의 보일락말락한 자유의 여신상이 담긴 앨범 커버는 시저 시스터스 Scissor Sisters의 데뷔 앨범 「Scissor Sisters」(Polydor, 2004)의 수록곡이자 영국에서만 발표한 <Mary>의 싱글 커버. <Comfortably Numb>에 이어지는 곡이라 생뚱맞기도 하고, 밴드의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 발라드라 어색하지만 "숨가쁘게 웃을 때 당신의 그 목소리를 사랑해요"로 시작해 "난 항상 당신의 남자로 살고 싶어요"로 끝나는 가사와 연관짓는다면... 음, 심야의 국제전화를 하는 중인지도 모르겟다.
그런데... 여담이지만, 저 자유의 여신상은 왼손으로 횃불을 들고 있단 말이지. 실수였을까? 그러고 보면 자유의 여신상이 뭔가를 상징하는 것은 분명한데... 오늘 커버/스토리에 등장하는 앨범 커버로만 본다면 뭐 하나 제대로 알려주는 게 없다. 그저 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것일 뿐?



추가

Ugly Kid Joe 「America's Least Wanted」(Mercury, 1992)


맞아요. 이 앨범이 빠졌네요. 겟롹님과 clotho님의 댓글로 추가합니다^^

개그인지 패러디인지 모를 만큼 아주 유쾌한 음악을 했던 밴드 어글리 키드 조 Ugly Kid Joe의 앨범 「America's Least Wanted」(Mercury, 1992)입니다.
예전에 미국 국기에 대한 커버/스토리를 구상할 때 빼놓았는데 오히려 이번 커버/스토리에 더 잘 어울리는 커버입니다.

그저 미국을 상징하는 것일 뿐?이라고 끝난 본문처럼, 이 앨범 커버도 미국에게 f**k을 날리는 자유의 여신상입니다. 결국 미국을 상징하는 것일 뿐이죠. 사실 노래는 아주 흥미진진했죠. 침 뱉는 소리로 시작하는 <Everything About You>에 이어 뜬금없이 진지하게 해리 채핀 Harry Chapin의 곡을 커버한 <Cats In Cradle>이 차트에 오르면서 인기를 얻었는데... 그 이후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지금 이 앨범이 CD로 없습니다. 앨범 커버 디자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정보를 드릴 수가 없단 뜻이죠. 시완레코드에서 나온 비슷한 이름의 밴드 제트 블랙 조 Jet Black Joe를 처분할 때 같이 처분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앨범을 테이프로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집에 두고온 LP장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추석 때 내려가서 확인해봐야겠어요.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