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이제 에어로스미스 Aerosmith 관련 커버 스토리 두번째 파트.
오늘은 논란이 되었던 에어로스미스의 커버/스토리.

 

[혹시 궁금해 먼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려나 싶어 링크해놓는, 에어로스미스 커버/스토리 part. 1 [클릭]]

 

 

에어로스미스의 앨범 커버 가운데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앨범 커버라면 단연 1997년에 발표한 「Nine Lives」(Columbia, 1997)를 꼽아야 한다. 대부분 이 앨범 커버가 왜 논란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 경우에도 에어로스미스가 모처럼 멋진 커버를 발표했구나 싶었는데...

논란은 종교 문제에서 시작했다.
힌두교의 시각에서 앨범 커버를 보면 고양이는 힌두교에서는 신성함 그 자체인 크리슈나 Krishna와 그에 맞서는 뱀의 형상을 한 아가수라 Aghasura라 싸우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크리슈나가 고작 고양이로 표현되었다는 것 자체에서 힌두교 쪽에서 반발했던 것. 결국 음반사는 사과하고 앨범 커버를 수정해 아래 ↓ 커버로 수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판은 오리지널 커버로 공개되었다가 지금은 수정된 커버로 유통되고 있다.
이 앨범의 진가는 커버에서 시작해 부클릿을 한장 넘길 때마다 반전이 생기는 기막힌 스토리 라인에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문으로 그리는 디자인 그룹 헝그리 독 스튜디오 Hungry Dog Studio가 제작한 이 앨범 커버는 커버 아트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다. 가지고 있다면 꼭 다시 한번 한장 한장 넘겨가며 살펴보길.

그런데 힌두교의 반발로 논란이 되었다는 이 앨범 커버는 가장 거대한 힌두교 국가 인도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위키 참조]

이렇게 앨범 커버는 종교,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논란이 되면 커버를 수정(당)하곤 하는데...
LP 시절부터 음악을 들었던 경우라면 우리나라 앨범 커버의 웃긴 변형의 역사를 줄줄이 꿰차고 있을 것 같다. 물론 CD 시대에도 그런 경우는 종종 있었다.


예전에 썼던 "십자가 또는 가시관"이라는 글에서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 디어사이드 Deicide의 앨범 「Serpents Of The Light」(Roadrunnder, 1997)의 경우.

오리지널 커버

 

라이선스 커버



엄밀히 따지면 국내 심의 문제 때문이지만, 심의에서 종교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앨범 커버를 자진해서 바꾼 경우다.
에어로스미스의 경우도 비슷하다.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앨범 커버가 수정되는 일은 많다.
드림 시어터 Dream Theater의 경우를 보자.



현재 전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드림 시어터의 2001년 라이브 앨범 「Live Scenes From New York」(Elektra, 2001)은 9.11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앨범 커버다.
드림 시어터는 「Metropolis Pt. 2: Scenes From A Memory」(Elektra, 1999)를 발표한 후 앨범 수록곡 전체를 2000년 8월 30일 뉴욕 로즈랜드 볼룸에서 라이브로 소화해냈고, 그 공연은 이 세 장짜리 라이브 CD로 공개되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앨범 발표일은 2001년 9월 11일. 오리지널 앨범 커버에는 실제 상황과 똑같이 불에 휩싸인 쌍둥이 빌딩이 묘사되어 있었다. 놀란 음반사에서는 앨범 커버에 스티커를 붙여 가려보려 했는데, 드림 시어터 측에서 그러지 말고 커버를 바꾸자고 이야기해서 이 커버가 정식 커버가 되었다.

Dream Theater / Live Scenes From New York

마이크 포트노이 Mike Potnoy는 왜 음반 커버를 바꾸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음, 오리지널 커버는 불타고 있는 거대한 사과와 쌍둥이 빌딩을 담고 있었다. 앨범은 9월 11일 아침에 발표되었다. ... 우린 이 앨범으로 9월 11일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려는 게 아니라 2000년 8월 30일의 공연을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 레이블에서는 커버에 스티커를 붙이자고 했지만 우리가 커버를 바꾸자고 이야기했다." [원문 읽기]

말하자면, 괜한 논란에 흽싸이기 싫었다는 뜻이다. 이게 정말 인간의 연주일까, 스튜디오에서 조작한 것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살벌한 테크닉을 과시한 앨범이었으니, 그걸 라이브에서 그대로 재현하면서 속임수는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는데, 커버 때문에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싫다는 뜻이다.
결국 밴드의 의도대로 앨범 커버는 바뀌어 공개되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미 오리지널 커버로 제작이 끝났고, 예정대로 불타고 있는 쌍둥이 빌딩의 모습을 담은 커버로 공개되었다. (덕분에 이베이에서는 오리지널 커버를 담은 코리아 발매반이 대단한 인기를 모으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단지 미국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전심의 제도가 있었을 때에는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앨범을 공개하곤 했다. [저 위의 디어사이드 앨범 역시 사전심의 제도 때문에 음반사에서 수정해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심의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 뻔한데도 괜한 논란거리를 제공하기 싫었던 음반사에서는 교묘하게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을 사용해 일단 피하고 본 앨범도 있다.

이 앨범 커버가 단적인 예다.

(핫*랙스 사이트에서 훔쳐온 거라 사진 상태가 말이 아니지만, 그때 그 시절의 커버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이미지라 어쩔 수 없이 사용했으니 감안해주시길.)

일단 폴라 콜 Paula Cole이라는 이름과 'This Fire'라는 앨범 타이틀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앨범의 절반이나 되는 대형 스티커를 붙였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폴라 콜의 두번째 앨범 「This Fire」(Imago, 1997)의 첫 싱글 <Where All The Cowboys Gone?>이 갑자기 차트에 등장하더니 대단한 기세로 치고 올라갔다.
결국 국내에서도 이 앨범이 공개되기에 이르렀는데......
문제는 오리지널 커버가 지금도 뜨끔해지게 만들만한 누드 커버였다는 점.
뭐, 생각해보면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도는 것을 걱정한 한국 제작사 쪽에서는 무지막지한 크기로 대형 스티커를 척!! 붙였다.
일단 숨기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오리지널 커버 ↓ 를 보면 호들갑스럽게 처리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좀 그런가?

이렇듯, 에어로스미스 같은 대형 밴드도 커버를 바꿔야 할 만큼 앨범 커버의 수난사는 이어졌다.
그런 커버만 모으면 책 한권이 되지만(정말이다, 이미 그런 책이 나왔다) 일단 에어로스미스 이야기를 거론한 것에서 끝내기로 한다.
마이크 포트노이처럼 이야기하면, 굳이 그런 소재를 구구절절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에어로스미스의 커버 이야기를 하려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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