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자전거>인지 <따르릉>인지 기억나지도 않는 동요가 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이라는 동요 말이다. 어렸을 때는 이 노래를 정말 즐겁게 불렀는데 세상에 대해 좀 알게 되면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무슨 권세라도 되나, 어르신에게 비키라고 하다니... 했던 게다.
그런데 이 노래 가사가 바뀐 모양이다. 가사를 좀 찾아보려 검색하다
한 포럼에 올라온 질문과 진지한 답변들을 읽었더니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부른다고 했다. 내 기억 속의 동요 가사는 "저기 가는 저 노인 꼬부랑노인 /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납니다"라고 끝나며, 내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여기였다. 가사가 바뀌었다면 잘 된 일이다.
오늘은 바로 그 자전거 이야기.
처음에 이야기한 자전거 동요를 빼면 퀸
Queen의 <Bicycle Race>가 지금도 기억하는 자전거 노래다. 이 곡이 실린 오리지널 앨범은 「Jazz」(EMI, 1978)인데, 재즈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는 앨범이다. 어딘가에 이 앨범 타이틀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법한데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퀸은 <Bicycle Race>와 <Fat Bottomed Girls>를 더블 A-사이드 싱글
double A-Side single로 발표했는데, 재미있게도 두 곡은 가사가 서로 교차되어 연작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사에서 자전거의 의미는 동성애다, LSD다,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그 대신에 가사는 별로지만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의 곡이라는 데에서는 만족하는 것으로 끝났다.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이 머물고 있던 프랑스의 한 호텔 옆을 지나가는 뚜르 드 프랑스
Tour De France 경기자들을 보고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아주 뜬금없이 시작한 노래는 아닌 모양이다. 앨범 커버는 (크게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검열을 거쳐 빨간 옷을 입혔다. 또다른 버전의 싱글 커버는 이 앨범을 위해 찍은 65명의 누드 모델들이 자전거와 함께 있는 사진을 실었다. 두 싱글 모두 가진 게 없으니 확인은 불가. (게이트 폴드 LP를 열면 안쪽에 65명의 모델들이 있었던가?)
주케로
Zucchero와 함께 유럽과 영어권에서도 인정받는 이탈리아의 팝 스타 에로스 라마조티
Eros Ramazzotti는 1996년에 발표한 「Dove C'E Musica」(BMG, 1996)에서 자전거를 탄 자신의 모습을 앨범 커버에 실었다. 바퀴 쪽은 튼튼해 보이는데 핸들이 좀 이상해보인다. 어떤 자전거일까. 잘 굴러갈까?
프로그레시브 록 팬보다는 클래식 팬에게 더 가까울 것 같기도 하고, 클래식 팬조차 현대음악의 아방가르드에 쉽게 몰입할 수 없기 때문에 클래식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장르가 프로그레시브 록의 서브 장르인 체임버 록
Chamber Rock인데... 쥘베른느
Julverne는 바로 그 체임버 록을 구사했던 70년대말 - 80년대초의 벨기에 밴드다.
이게 어째서 프로그레시브 록의 서브 장르야 싶겠지만, 클래식에 기초를 두고 있긴 하지만 분명 프로그레시브 록이 가진 특징이 체임버 록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야겠다.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느
Jules Verne의 이름에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들은 별로 보이질 않는다. 바이오그래피가 필요하다면 국내에 발매된 라이선스반 해설지를 참고하거나 [
여기]를 방문해보시길.)
이 앨범은 쥘베른느가 1983년에 발표한 세번째 앨범 「Emballade...」(Sowarex-Igloo, 1983)인데, 바퀴와 핸들이 제대로 달린 자전거다. 음악만큼 옛날 복장에 옛날 자전거다.
너무나 유명한 커버인데 혹시나 기억하지 못했을까 해서 아마존 검색창에 bicycle을 집어넣었더니 나온 커버.
미국 인디록 밴드 Boud Deun의 「The Stolen Bicycle」(EHP, 1998)의 커버 속 자전거는 귀여운데, 앨범 타이틀을 생각해보면, 저 녀석이 자전거를 훔쳐간 모양이다. (이 추측이 틀렸어도 어쩔 수 없음. 앨범을 본 적이 없으니......)
앨범 커버를 그린 인물은 행크 학먼 Hank Hockman이라고 하는데, 구글을 뒤져도 위키를 뒤져도 나오지 않는 걸 보면, 밴드 주변인물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도 있지 않을까 해서 검색해봤는데,
이런......
나무자전거라는 그룹(듀오?)이 있었다. 음악은 들어보질 못해서...... 커버만.
영화 포스터나 스틸컷을 보면 자전거가 가끔 등장한다. 대개 티 없이 맑은 '무엇'을 위해 등장시키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자전거는 참 재미있는 이동수단이다. 짐을 실을 수도 있고, 누군가를 태우고 함께 달릴 수도 있고, 집을 떠나 조금 멀리 갈 수도 있고, 옛 기억 몇 개를 떠올릴 수도 있고...... 9월은 틀렸고 10월쯤 조금 무모해보이는 자전거 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그래봐야 고양이들 때문에 2, 3일의 짧은 길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