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택시

2009. 1. 7. 06:33

가끔 1분이라도 줄여보겠다고 택시를 타는 경우가 있다.
1분을 먼저 나오면 되는 일인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게으른 탓이기도 하지만...이라고 시작하며 다른 이유로 변명을 해보려고 했는데, 게으른 게 맞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를 시도하려고 했는데 지금도 여전한 걸 보면

난, 정말, 게으르다.

사실 이런 고백은 연초라 가능하다.
지난해 꽤 많은 택시를 탔으니 올해에는 택시 타는 빈도를 좀 줄여볼까?




이 할아버지처럼.

뉴욕이다. 택시가 다니는 길인 모양인데, 이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 할아버지(이브라힘 페레르 Ibrahim Ferrer가 맞나?)는 택시를 탈래야 탈 수가 없다. 걷는 방향과 택시의 운행 방향이 반대다. 앨범 커버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미국에서 벌인 세 번의 라이브 가운데 마지막날 치른 공연을 CD로 공개한 「Buena Vista Social Club: At Carnegie Hall」(World Circuit, 2008)이다.

여기서 잠깐!!



라이브 앨범의 커버는 최근에 발매된 작품이기 때문에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로 공개되었다. 그런데... 1998년에 처음 나온 「Buena Vista Social Club Soundtrack」(World Circuit, 1998) 커버를 보라.

여기서 잠깐 하며 멈춰 선 이유...는 바로 할아버지의 모습 때문이다. 화질 탓이기도 하고 배경 탓이기도 한데,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 할아버지는 뉴욕을 걷는 할아버지와 100% 일치한다. 담배를 문 것은 물론이고, 의상, 심지어 그림자까지 일치한다.
오리지널 아트웍의 기막힌 재활용이다.




2009년 그래미 'Best Electronic/Dance Album' 후보에 오른 브라질리언 걸스 Brazilian Girls의 앨범 「New York City」(Verve Forecast, 2008) 역시 뉴욕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할아버지와 달리 브라질리언 걸스 멤버들은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택시를 잡아탈 수 있다. 같은 방향이다.

뉴욕 택시는 전부 노란색이었던가?


Bryan Ferry / Taxi
록시 뮤직 Roxy Music의 멤버이자 송라이터 브라이언 페리 Bryan Ferry는 자신의 솔로 앨범 타이틀을 아예 택시라고 지었다. 1993년에 발표한 「Taxi」(EMI, 1993).

이 앨범 커버를 보면, 택시가 보이지 않아 앨범 타이틀만 택시인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브라이언 페리가 기대고 있는 것이 택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택시에 기대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택시 기사는 답답할 것 같다. 이렇게 기대서 있으면 운행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행선지를 속시원하게 밝히고 있는 것도 아니니. 이봐요, 브라이언 페리씨...... 어딜 가고 싶은지 이야기를 해봐요.



여기서 잠깐?
Bryan Ferry / Taxi [inside cover]


어렴풋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프론트 커버와 맞닿은 인사이드 커버가 아니었으면 브라이언 페리가 기대고 선 것이 택시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브라이언 페리는 한참 폼 잡고 있는데, 운전기사는 무표정이다. 그는 운행을 포기하고 브라이언 페리가 떠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Taxi Driver Soundtrack
앞서 이야기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사운드트랙으로 공개된 것이니 이야기 꺼낸 김에 사운드트랙 하나 더 이야기해도 되겠다.

택시... 하면 생각나는 영화.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감독, 로버트 드니로 Robert De Niro, 그리고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는 배역으로 등장하는 조디 포스터 Jodie Foster 주연, 무엇보다 사운드트랙의 거장 버나드 허먼 Bernard Herrmann이 영화음악을 담당한 '택시 드라이버'다.

이 영화와 '레옹'이 자꾸 겹쳐 줄거리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데, 택시 드라이버가 주인공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뻔한 이야기는 나도 하겠다!!라고 항의할 수도 있겠다...... 역시 난 영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로버트 드니로를 한창 좋아할 때 본 영화라 다시 기억하기 위해 최근 할인으로 풀린 DVD를 예약 구매했다. 배송완료되면 그때 보고 다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다.
이 커버/스토리는 영화가 주제가 아니라 '택시'가 주제 아닌가.
어쨌든 오래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영화를 다시 감상하기로 했다.
뉴욕의 옐로캡 드라이버를 만나봐야지.
아... 이런 결심이 아니라...... 약속시간에 늦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심이 먼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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