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말 조각(들)

2010. 7. 18. 09:59
[1]
일요일 새벽에 자전거를 타는 버릇이 생겨버린 건가. 오늘도 하늘이 밝아오자 컴퓨터를 끄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오래 전부터 예정한 일인양 스트라이다를 끌고 한강으로 나갔다 돌아왔다. 새벽에는 사람도 적고, 햇볕도 따갑지 않고, 등등의 여러 이유를 대보려 하지만, 사실은 자전거를 타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그 땀을 씻어내는 과정이 즐거워서 그런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는 일반적인 습관에 대한 반항이라고 해도 되겠다. 새벽에 나갈 때는 세수하지 않고 나가도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슴팍을 향해 꽃잎 하나가 달려든다. 부딪쳐봐야 별 거 아니라 생각해 계속 달렸다. 툭. 그런데, 꽃잎이 아니다. 하얀 나비다. 내가 알고 있는 하얀 나비는 배추흰나비. 녀석은 왜 나를 향해 달려들었나. 아니, 내가 속도를 줄이지 않아 충돌한 건가. 녀석이 비틀거렸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계속 달렸으니까. 잘 날아갔을 거라 믿는다.

[2]
몸이 둔해진 듯해 몸무게를 확인하려 체중계를 주문했다. 잡히지 않던 뱃살도 잡히고, 얼마전에 주문한 바지는 평소보다 1인치나 컸는데도 맞는다. 예상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4kg이 늘었다. (그냥 불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불어난 게 틀림없다.) 이걸 확인했으니까 쓸데없는 지출은 아니다. 한번 재보고 말 걸 굳이 산 이유는 고양이 몸무게도 체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이 몸무게를 재는 건 실패다. 디지털 방식이라 고양이를 체중계 위에 올려놓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내 몸무게를 잰 다음 고양이를 안고 다시 재서 뺄셈을 적당히 하면 고양이 몸무게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고양이들은 안기는 걸 싫어한다. 바둥바둥거리는 그 몸부림이 불편하다. 안거나 안기는 건 자연스러워야 한다. 몸무게를 이야기하다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3]
트위터로 떠나버린 사람들을 찾아나설 생각은 없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말이 더 줄어들었다.

[4]


알고 지낸 지 15년이 된 그의 블로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관계가 불편해진 탓에 이미 연락은 끊어진 상태다. 불편한 관계란 별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A와 그가 생각하는 A가 다를 뿐이다. 어쨌든 그는 즉흥적으로 블로그를 폐쇄해버릴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늘 위태로웠다.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온 것 같다. 그의 동생이 블로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희망의 댓글을 종종 달았던 것을 떠올리면, 동생이 개입했을 것 같다. 이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다. 사실 맞거나 틀리거나 내가 끼어들 문제는 아니다.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단지 예상이 틀렸으면, 하고 바라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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