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고장

2011. 8. 19. 15:32

이 사진은 본문과 상관없는, 그러니까 뜬금없이 올라간, 2011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첫날 헤드라이너 케미컬 브러더스 공연 일부입니다. 터지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는 케미컬 브러더스가 가져온 영상이며, 따라서 그들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이 사진 한 장이 심각하게 저작권 운운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저작권 회피가 가능하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맛이 나려나?)



익숙한 무언가가 고장나면 주변에 고장난 채 숨어 있던 것들이 하나둘, 그러다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2010/02/12 - [> 말하다] - 시시콜콜한
2008/07/20 - [> 말하다] - 자르다, 만들다, 터지다 같은 현상들.
그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고, 똑같은 결론으로 끝났다.

2011 펜타포트록페스티벌 마지막 날 아침, 그러니까, 7일 일요일 아침에 컴퓨터 파워가 터졌다.
일주일 동안 급 낮은 대체용 컴퓨터를 세팅하느라 시간을 날렸고, 고장난 파워는 수리하기 위해 택배를 보냈는데, 일주일이 지나서야 연락이 왔고, 퓨즈를 포함해 내부 부품이 터져 수리를 해야 하는데 오래된 제품이라 수리용 부품이 없어 외주를 줘야 하고 수리비가 5만원쯤 나올 테니 살 때는 무척 비싸게 줬겠지만 같은 효율의 새 제품을 사는 게 더 낫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니까 수리불가 판정을 받기 위해 2주일을 보낸 게다. 자사 제품이었으면 입고 즉시 고갱님~ 부르며 전화했을 테지만 타사제품을 유통만 하는 거라 일주일 뒤에야, 그렇지만 고맙게도, 연락을 해준 그의 말을 고분고분 듣기로 하고 오늘 새벽에 새 제품을 주문했다. 불행중 다행인 건, 고장난 파워를 그가 버려준다는 사실. 그러니까 난 4천원의 택배비용을 들여 고장난 파워를 버린 셈이다. 윈윈인가.

컴퓨터 파워 주문하려던 차에, 한쪽만 살아 있는 이어폰도 함께 주문했다. 이녀석,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반항이다.

컴퓨터 파워와 이어폰 주문하던 차에, 세탁중에 드럼세탁기 드럼 통 아래에 빨래가 끼어버려 통이 돌지 않는 기이한 고장을 직접 고쳐보겠다며 세탁기 속의 모든 물을 빼내는 그런대로 힘들고 냄새나는 작업까지 했는데 통에 깔려버린 빨래를 빼내지 못한 현재 고장중인 세탁기가 생각났다. 고생만 했다. 수리기사 불러야겠다. 일단 부르는 비용이 든다고 했다. 얼마라고 했던가? (세탁물만 빼내면 되는데도 괜히 뭘 갈아야 하고, 뭘 손봐야 하고, 이런 소리만 해봐라.......)

세탁기 고친다고 푸덕거렸고, 컴퓨터 파워를 주문하려던 사이에, 고장난 핸드폰도 있다.
매너모드로 하면 진동이 되지 않고, 매너모드를 풀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전화기. 부재중 전화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뜬금없이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해야 했다. 정말 재수가 좋으면 그 시간을 맞춰 오는 전화를 바로 받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가끔 핸드폰을 열고 닫는 것도 귀찮은데, 지하철 타고 오가며 손가락 움직여가며 핸드폰 액정만 뚫어져라 노려보는 건 얼마나 중노동일까. 닫고 여는 걸 귀찮아할까봐 계속 열린 채 있도록 핸드폰 액정을 터치식으로 고정시켜버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도 문제였다. 5백만화소라고 좋아했는데 마지막 촬영일이 2월 14일. 6개월이나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핸드폰으로 찍을 수 있는 게 셀카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음식? 둘 다 찍지 않는 소재...... 그래서 고장이 났어도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원님 덕에 나팔분다가 맞나.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가 맞나? 아무튼 비슷한 뉘앙스. 수리센터도 멀지 않으니 한번 가보자 했다. 그런데..................................................... 6개월이나 고장나 있던 카메라가 수리센터에 간 나를 보고는 자기가 폐기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정신을 번쩍 차려 언제 고장났냐는 듯 잘 된다. 이건 또 무슨 일이냐...... 나만 바보? 그렇지만 진동과 벨 문제가 있어서 카메라는 일단 무시해주기로 했다.

고장이라도 나야 이렇게 블로그에 재잘재잘 수다도 떤다.
하루에 한가지씩 고장내(거나 고장나)면 블로그에 글을 계속 쓰게 될까?

자, 그럼, 오늘은 무엇을 고장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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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고장이라는게 .. 마음대로만 되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2011.08.20 15:03
    • 예고편이 있으면 그나마 나을 듯한데
      예고편도 없고,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그러네요^^
      컴퓨터는 고치다가 포기했어요. 다른 부품들 모두 새걸로 사서 하나 조립해야겠어요. 세탁기도 수리하는 분 불러서 고치고...... 딱 이맘때가 뭔가 다시 정리해보고 싶어지는 시간인가봐요.
      2011.08.20 21:07 신고
    • 그런가요? 전 이맘때가 되면 - 보름달 사진이 생각납니다.
      가끔은 정말로 다시 태어나고도 싶은 생각도 든다죠.
      2011.08.24 00:58
    • 요즘 정말 달 바라본 적이 거의 없네요. 비가 자주 와서 해를 본 적도 별로 없는 거 같고......
      지난해 이맘때 수술 같지 않은 수술 하루 해놓고는 자전거 방치한 지 일년이 지났어요. 사실 타려고 하긴 했는데 멀쩡했던 바뀌가 펑크가 나버려서 더 처박혀버렸어요.
      달도 보고, 해도 보고, 자전거도 타고, 그렇게 좀 밖으로 나돌아야 할텐데. 요즘은 그래서 더 재미가 없어졌어요.
      2011.08.25 00:54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