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머리카락을 잘랐다. 곱슬머리인 데다 지나치게 머리카락이 가늘어 퍼머는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새로운 기술이 생겼는지 가능하다고 해 처음으로 퍼머를 해봤다. 설에 집에 내려갔더니 어머니는 으흐흐는 아니지만 무슨 퍼머냐 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셨다. 뭐, 내 결정에는 반대하는 법이 없으셨으니 명절에 이 무슨 머리카락이냐 타박할 생각은 아니셨을 게다. 그 머리카락이 자라 치렁치렁해졌다. 날도 덥고, 무엇보다 가뜩이나 각진 얼굴인데 스트레이트 퍼머 하니 외모와 성격이 더 뾰족해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에 점점 소심해지던 터라 자르기로 했다. 덕분에 오늘은 좀 시원하다. 머리카락 때문이 아니라 비가 왔기 때문이지만, 잘려나간 머리카락들을 위해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커트도 7천원에서 9천원으로 올랐으니... 물가인상이란 놈이 몸에 턱턱 와 붙는다.)
(포기하고) 만들다
DSLR 카메라를 사겠다고 1년 동안 적금을 부었다. 사려는 카메라 회사 렌즈를 공짜로 하나 얻어온 터라 1년 전에는 꼭 사고 말리라! 굳게 결심하고 시작했다. 오늘 만기가 된 통장을 해지하면 번들 렌즈 포함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사려니 무슨 DSLR...이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대신 이자 몇 만원을 위해 1년동안 다시 묵혀두기로 했다. 카메라는 다시 1년 뒤를 기약하기로 했다. 지금 쓰는 카메라는 셔터막이 나가 (카메라에 비해) 꽤 비싼 비용을 들여 수리한 것을 제외하면 너무 튼튼해 고장 나질 않는다. 부팅시간과 저장시간이 최악이지만 이미 익숙해져 새 카메라가 오히려 부담스러울 것 같다. 지금 카메라? 2001년 제품인데, 2003년에 중고로 구입했다. 벌써 몇 년을 쓰는 건가. (짧은 부팅 시간을 자랑하는 똑딱이도 하나 있으니, 카메라는, 아쉽지 않다.)
(멋지게) 터지다
4년동안 고생한, 그러나 이제는 쓰레기급인 300W 파워서플라이
천둥 번개가 심하게 치는 날이면 모니터 보기가 두렵다. 모니터가 펑 하고 터지는 상상 때문이다. 우르르 꽝! 소리가 나면 바로 컴퓨터를 종료시키고 흐릿한 TV를 보곤 한다.
그런데 정말 터졌다. 모니터가 아니라 파워. (천둥 번개가 치지 않은 날이어서 그런가?) 머리카락 자르고, 통장 만들고, 택배 보내고, 할 일 리스트 완료하고 돌아와 기분좋게 파워 스위치를 넣는데 멀티탭 파워 온을 누르다 미끄려져 오프가 되는 순간 뻐어~억! 하면서 멋진 불빛과 함께 터져버렸다. 헉!!
바쁜 시기가 또 와버렸는데.... CPU와 하드는 괜찮겠지... 걱정하며 자전거 끌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고등학교 앞 컴퓨터 수리점이 문을 열어 3만원짜리 파워를 사다 교체했다. 그런데 아무리 시도해봐도 하드디스크 하나와 CD-ROM이 잡히질 않는다. 이거이거 큰일이다. 작업할 자료는 그 하드디스크에 있는데... 연결 안되면 어쩌나... 끙끙거리다 알아버렸다. 터진 파워 해체하다 빼놓은 HDD 케이블과 시디롬 케이블을 연결하지도 않고 왜 인식을 못하나 고민했다. 바보다.
이렇게 번잡한 이틀이 끝났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더 멋지게) 터지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마지막 문장을 쓰고 흥에 겨워 시인과촌장의 <풍경>을 흥얼거렸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그러나 글을 발행한 00:40분에서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01:25분. 번쩍 하는 번개와 함께 컴퓨터 부근에서 빠악~! 소리가 나며 또다시 컴퓨터 사망... 파워 교체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작업파일을 다 날렸다. 어이없다. 배터리 떨어진 노트북 챙겨 와 일 하려다 어차피 터진 거 설마 또 터지겠어? 하며 파워를 넣었는데 잘 돌아간다. 대신 인터넷 불가능.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오전 11시 시간이 있다고, 수리기사를 보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