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장마가 길다.
말이 장마지 비 한방울 내리지 않던 여느 장마 때와 달리 올해 장마는 장마답다. 지루하게 비가 내렸는데, 거의 끝나가는 모양이다. 이제 태풍만 조심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3년을 처박아둔 자전거 점검을 마쳤다. 이제 타기만 하면 되는데, 자전거를 타려면 날이 맑아야지. 비 오고 눈 내리는 날은 위험하다. 자빠지면 나만 손해다.

그래서 오늘은, 장마가 끝나가는 걸 기념해 양산 커버 퍼레이드.
(우산이 먼저인 거 같은데...... 우산 커버도 준비는 해놓았는데 스토리가 없어서 다음으로 미뤄두었다. 게다가, 글을 적고 있는데, 장마랑 양산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 싶다. 말이 안되는 커버/스토리 아닌가....... 그래도 스토리 라인은 준비해둔 거라 그대로 고!)



Sick Puppies 「Connect」(Capitol, 2013)

이 밴드, 평론가들한테 밉보일 일을 저질렀나? 어느 곳에서는 싫다고 해도 어느 곳에서는 좋다 하는 게 앨범 평의 기본인데, 만장일치로 별 두개 쯤 받고 있다. 여성 베이시스트가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록 트리오 식 퍼피스의 네 번째 앨범. 음악은, 음, 적당한 편이다.

대개 사막을 커버아트에 등장시킬 때는 크게 세 가지 경향이 있다. 1. 황량한 사막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무미건조한 심성을 드러내거나, 2. 흑백사진으로 사막의 황량함을 예술로 승화시키거나 3. 이 앨범처럼 사막은 사막인데 사막답지 않은 물체나 사람을 통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아트로 만들어내기. (나중에 사막 커버/스토리 소재로......)
식 퍼피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갖다붙여도 될 만큼 커버는 상상하게 자극한다. 설마 양산 하나로 사막 탈출하는 법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래도 음악과 별개로, 새 글이 올라오면 항상 읽는 커버 관련 사이트에서 이 앨범 커버는 이번주 가장 멋진 커버아트로 선정되었다. [원래 요기에 커버 관련 사이트 링크를 첨부했는데, 확인차 다시 가봤더니 링크가 죽어 있어 삭제했음.]




Gabrielle Aplin 「English Rain」(Parlophone, 2013)

영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가브리엘 애플린의 첫 앨범. 영국 앨범차트 2위까지 올랐다. 앨범에서도 들을 수 있는 공식 첫 싱글 <The Power Of Love>는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다. <The Power Of Love>는 80년대 유명 그룹 프랭키 고즈 투 할리우드 Frankie Goes To Hollywood 의 오리지널 곡이다. 원곡이 워낙 잘 만든 곡이라 가브리엘 애플린은 원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보컬을 강조한 커버버전으로 만들어냈다. 커버 아트는 앨범 타이틀에 따른 설정샷. 만약 내가 이 커버아트를 담당했다면 가브리엘 애플린을 더 크게 집어넣었거나, 식 퍼피스처럼 더 작게 만들었을 게다. 혹시 이 커버아트 디자이너는 LP 매니아였을까? LP 크기라면 지금 이 비율도 꽤 멋지겠다.




Mindy Gledhill 「Anchor」(self-released, 2010. 한국 발매는 FarGo Music)

패션과 빈티지에 관심 많은 오스트레일리아 인디 포크 뮤지션 민디 글레드힐의 세 번째 앨범. 1981년생이라고 하니까, 서른 살 무렵에 찍은 사진치고는 어려 보이게 찍었다. 감당하기 벅찬 패션 감각을 선보였던 신디 로퍼 Cyhndi Lauper 만큼은 아니다.
무슨 신나는 일이 있을까? 무척 기분 좋아보이는 점프다. 민디 글레드힐이 들고 있는 양산은 빨간색. 디지팩에 다이컷 die cut 처리를 해서 빨간 우산으로 보인다. 파란 색을 깔아두었으면 파란 우산이 되었을 것이다.




이상하게 글도 안 써지고 집중도 안되는 날 이 글을 적다보니, 도대체 음반 리뷰를 하는 건지, 앨범 커버아트 이야기를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차라리 조용히 커버만 보여주고 끝내는 게 나았는데...... 그래도 이미 쓴 글이니 그냥 두기로 한다. 비 온다. 습도가 높아서 막 화가 나려고 한다...... 제습기를 샀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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