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아크로바틱

2014. 10. 25. 09:00

Damien Rice <I Don't Want To Change You> (frotm the forthcoming album 「My Favourite Faded Fantasy」(Warner, 2014)


무려 8년을 침묵한 뒤 발표하겠다는 데미언 라이스의 세 번째 정규 앨범에서 선공개 형식으로 공개한 곡. 

분위기는 비슷한데...... 스케일은 커졌지만 찌질함(데미언 라이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찌질함 때문이다. 허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데미언 스타일 찌질함)은 줄었다. 8년의 침묵을 채워주기에는 뭔가 아쉽지만, 이거야 내 생각이고.


일러스트를 앨범 커버로 사용했던 데미언 라이스는 이번 선공개 커버를 비롯해 앨범 커버에 이번에도 일러스트를 썼다. 앨범 커버아트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선공개 곡 커버아트가 소재다.


흥미로운 건 데미언 라이스의 앨범 커버아트에 사용한 일러스트가 비슷비슷한데, 모두 작가가 다르다. 이 일러스트 역시 스타일이 예전과 약간 다른 걸 보면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같다. 앨범을 확인해봐야 누가 그렸는지 확인할 수 있겠다.


업데이트:

데미언 라이스의 앨범에서 이 커버아트를 포함한 앨범 전체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Graphic design, sketches & font by ANNA ANTONSSON



앨범 커버아트로만 보면, 무척 안타까운 상황이다. 남과 여의 두 조각이 만나면 완벽한 하나의 벽이 될 텐데, 둘은 각자 자기의 자리만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여기는 그런 걸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다. 주제는 아크로바틱 자세를 취한 여성의 몸이다. 이 일러스트 속 여성은 힘겨워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괴해보이기는 하다. (데미언 라이스의 찌질함을 위해서라면, 힘겨워보이는 게 더 나았는데......)


그래서, 이미 이 포스트의 제목으로 썼듯, 오늘은 아크로바틱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Altar Of Plagues 「Teethed Glory And lnjury」(Profound Lore Records, 2013)


아일랜드 블랙메틀 밴드라는 얼터 오브 플레이그스 Altar Of Plagues의 2013년 앨범 커버는 밴드의 음악과 비교했을 때 잘 어울리지 않는다. 마치 꽤 잘 만든 인디 록 밴드의 앨범 같은 인상을 풍긴다. 그렇지만 커버아트에 쓴 이 사진은 이 앨범 수록곡 <God Alon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흑백이었기 때문에 붉게 보이지 않은 게 분명한 피가 뿌려지는 장면은 밴드의 음악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하겠다.


어쨌든 이 앨범 커버를 떠올린 건 데미언 라이스가 쓴 커버 속 여인과 자세가 같다는, 단지 그 이유 때문이다. 사진 속 여인은 현대무용수다.





Elsiane 「Hybrid」(Elsiane, Inc./Vega Music, 2007)


페루 출신으로 캐나다에 정착한 엘시앤 캐플릿 Elsieanne Caplette이 결성한 일렉트로니카 듀오 엘시엔 Elsiane의 첫 앨범. 트립합, 다운템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시간 날 때 한번 들어보길.


이 앨범 커버를 처음 봤을 때 저 자세는 어떻게 해야 나올까 고민했다. 뼈가 단단히 굳어버린 나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자세였고,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이 글을 쓰면서 사진을 시계반대방향으로 90도 틀었더니 얼터 오브 플레이그스나 데미언 라이스 속의 여인과 같은 포즈가 나왔다. 아, 그런 자세였구나.......


복장을 보면 이 커버 속 여인(소녀?)은 체조선수가 맞겠다.




Oh Land 「Wish Bone」(Tusk or Tooth, 2013)


오 랜드 Oh Land는 덴마크의 팝 뮤지션 나나 외란 파브리셔스 Nanna Øland Fabricius의 예명이다. 이 앨범은 그녀의 세 번째 정규 앨범.


이 커버/스토리를 위해 오 랜드의 음악도 들어보고 자료도 뒤적거려봤다. 앨범 커버아트 속 여인은 그녀 자신이다. 현대무용 복장일까 서커스 복일까 따져봤는데, 뮤직비디오 몇 편을 봤더니 정말 많은 의상을 입고 출연해 의상에 대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 어떤 복장이면 어때?

게다가, 공중에 뜬 저 발바닥이 머리를 지나 바닥에 닿아야 앞선 커버아트들처럼 아크로바틱 자세라고 하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꽤 많이 구부렸다고 생각해 넣었다. 추측이지만, 조금 더 유연했다면 아크로바틱 자세를 취했을 게다. (이런 태도가 바로 질러놓고 아니면 말고 자세인데...... 그리 좋은 언어태도는 아니다.)




내 몸은 무척 뻣뻣하다. 어렸을 때 식초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는데...... 지금도 식초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전히 내 몸은 무척 뻣뻣하다. 내게 아크로바틱 라이프가 없을 거라는 뜻이다.







업데이트


Nick Sanders Trio 「You Are A Creature」(Sunnyside Record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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