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깐이었지만 꽤 강한 비가 내렸다.
먹구름이 강하게 몰려와 뚜렷하게 보이던 산 능선을 뒤덮어버렸다. 이럴 때 천둥과 번개가 치면 화들짝 놀란다. 혹시 컴퓨터가 터지기라도 하면 어쩔까 싶어 서둘러 컴퓨터를 끄고...... 더 심각하다고 느끼면 전원케이블 마저 뽑아놓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번개.
George Winston 「Night Divides The Day: The Music Of The Doors」(Windham Hill, 2002)
조지 윈스턴의 이 앨범이 며칠 동안 계속 생각났다. 도어스 The Doors의 음악을 조지 윈스턴이 피아노로 연주한 앨범이다. 가끔 내리는 소나기에 도어스의 <Riders On The Strom>이 생각났고, 너무 많이 들어서 도어스의 연주로 들으면 흥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다른 음악을 떠올렸고, 한정 기간동안만 판매하겠다던 조지 윈스턴의 이 앨범 속 <Riders On The Storm>이 생각난 걸까? 설마, 이렇게 치밀했을 리가...... '그냥'일 게다. 다른 이유 없이, 그냥. 아주 적절하게 번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마울 따름.
곧 밤이 오려는데 천둥이 치는 걸 보면 <Riders On The Storm>의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 타당하기는 하지만 저 거친 들판을 달리는 말들과 한 사람을 보면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목장의 저녁'에 더 가깝다. 결국 앨범 커버는 도어스의 형상화에 실패했고, 위대한 자연의 조화 같은 그런 류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번개가 번쩍번쩍.
아, 참, 뜬금없이 조지 윈스턴이 왜 도어스의 음악을 연주했을까 싶겠지만, 조지 윈스턴은 1967년에 도어스의 음악을 듣고나서 오르간을 연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트리뷰트 앨범 제작의 시작 지점이 바로 거기다. 그 시절에 들었던 블루스 역시 조지 윈스턴의 후기 앨범 속에 자주 등장한다.
Dire Straits 「Love Over Gold」(Vertigo, 1982)
밴드 이름 다이어 스트레이츠 Dire Straits는 '찢어질 정도로 가난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구글 번역으로 해보면 "무서운 해협"이다. 얼마나 무섭길래......) 밴드 이름으로는 최악이다. 이렇게 성공하리라고 예상하기 못하고 어렸을 때 치기로 지은 이름일 텐데 어쨌든 성공했으니 밴드명 정도야 뭐가 되었던 상관 없겠다.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마크 노플러 Mark Knopfler 아저씨.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발표한 네 번째 앨범 「Love Over Gold」는 최소 8곡에서 10, 12곡 정도를 담는 일반적인 경향과 다르게 모두 다섯 곡을 담고 있다. 3분짜리 팝송만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팝의 황금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던 상황과 달리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오히려 편한 음악 속에 프로그레시브 록 성향을 강하게 집어넣었다.
앨범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번개는 앨범 마지막 곡 <It Never Rains>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건 결코 [차분하게, 잔잔하게 내리는] 비가 아냐. 마구 퍼붓는 거지"라는 가사도 있다. 이 노래가 비에 관한 노래가 아니라는 건 다른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심오한 비유를 어찌 해석할 수 있으려나.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이 번개 앨범은 가끔 꺼내 듣는다. 훌륭하다. 앨범 타이틀 곡 <Love Over Gold>는 마크 노플러가 작곡해 티나 터너 Tina Turner에게 준 거대한 히트곡 <Private Dancer>의 프로토 타입 송이(라고 할만하)다. 지나친 추측성 정보 같아 검색해봤는데, 「Love Over Gold」를 제작할 때 <Private Dancer>도 썼는데,, 앨범에 싣지 않은 건 여성 보컬이 불러야 할 것 같아서(가사 수정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가사를 보면 여성이 불러야 맞다) 티나 터너에게 주었다고 한다. 곡 분위기가 비슷한 이유.
Metallica 「Ride The Lightning」(Megaforce, 1984)
그리고, 음악 좀 들었다는 팬이라면 "번개!"라고 했을 때 당장 이 앨범을 생각했을 게다. 워낙 유명한 밴드의 유명한 앨범인데다 앨범 제목도 "번개를 타고"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사실은...... 더 말할 거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하는 핑계다.) 앨범 이미지는 앨범 타이틀 곡 <Ride The Lightning>을 형상화했을 테지만, <Fade To Black>도 한몫했다고 우겨볼 수도 있다.
천둥도 싫고, 번개도 싫고, 그저 잔잔하게 내리는 비 정도면 좋겠네. 폭우도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