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버/스토리 [diary edition]

쥐 잡는 날

2018. 3. 14. 06:58

쥐 잡는 날이 있었다(고 한다). 쥐 잡는 날을 정해 약을 놓았고, 그날 쥐약 먹고 죽은 쥐를 확인하기 위해 쥐꼬리를 가져가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해보려 해도 난 쥐꼬리에 얽힌 기억이 없다. 다들 죽은 쥐의 꼬리를 어떻게 잘라냈던 걸까. 아무튼 분명한 사실은 쥐 잡는 날이 있었다는 거고, 그게 새마을운동처럼 '운동'의 하나였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쥐약 놓는 날 쥐잡기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올려놓은 글을 읽어보면 되겠다. 클릭]



Aragon [Mouse] (SI Music, 1995)


Y&Co. [No No No Limits 2 Dance] (Exit Tunes, 2018)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가 접한 쥐들은 친근한 편이다. '미키마우스'나 '톰과 제리' 같은 애니메이션이 있었고,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유지되고 있는 12간지에 쥐가 있다. 12년에 한번 쥐의 해가 온다. 그래서인지 페스트 같은 전염병을 옮기는 악의 화신 같은 쥐는 하는 짓에 비해 덜 미움을 받는다. 음반 커버아트에서도 가끔 위와 같은 익살스러운 쥐를 만날 수 있다.




Lock [The Cycle] (Iron Lung Records, 2016)

하지만 쥐새끼는 잡아야 한다. 인간의 삶을 위해 배양한 실험실 속 쥐새끼가 아니라면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 커버 속 쥐들은 곧 죽음을 맞이할 게다. 긴박해보이지 않는다고? 두 쥐새끼 꼬리를 배배 꼬아놓았다. 곧 땅바닥에 내동댕이칠 것 같지 않은가. 그렇게 되길 바란다.




Megadeth [Risk] (Capitol, 1999)

그러면 쥐새끼를 어떻게 잡을까. 쥐약을 놓는 전통적인 방식이 있다. 끈끈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이 앨범 커버아트처럼, 덫을 놓는 방법이 있다. "덫이라니? 이게 무슨 덫인가?" 실제 음반을 본 적 없다면 이 그림이 쥐덫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아채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물이라면 간단히 음반 뒷면을 보면 된다. 더 확실한 내용은 북릿에 있다. 쥐덫과 쥐를 등장시켜 디자인한 북릿은 이 앨범 커버 속 장식이 쥐덫의 일부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 친절링크서비스! 음반 북릿을 모두 스캔해 올려놓은 음반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음. 클릭클릭]


Megadeth [Risk: Remixed & Remastered] (Capitol, 2004)

15주년 리마스터 버전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하기도 하는 메가데스의 [Risk]를 리믹스/리마스터한 2004년 버전에서는 오리지널 앨범 커버가 가진 모호함을 지워버린 커버아트를 채택했다. 리마스터 버전 커버아트가 주는 이야기는 단순명확하다. 저 쥐새끼는 곧 잡힌다. 오늘은 쥐 잡는 날이다.




Thirsty Merc [Mousetrap Heart] (Warner Music Austrailia, 2010)

오스트레일리아 록 밴드 서스티 머스의 앨범 커버도 쥐덫이다.

이 쥐덫도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던 돈에 환장한 쥐새끼를 잡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오늘은 쥐 잡는 날이니까.






쥐 잡는 날 기념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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