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Sara Ott <3 Gymnopédies: 1. Lent et douloureux> from the album [Nightfall] (Deutsche Grammophon, 2018)
Alice Sara Ott [Nightfall] (Deutsche Grammophon, 2018)
마치, 몇 장의 히트 앨범을 발표한 뒤 이제는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할 것 같은 이 앨범. 클래식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의 최신 앨범이다.
이번 앨범 홍보를 위해 뛰어난 메이크업, 헤어 디자이너를 고용한 모양이다. 클래식 음반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대중성을 갖췄다. 쉽게 말하면, 음악을 몰라도 음반 커버로 상당한 포인트를 땄다는 말이다.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다 해도 달짝지근한 피아노 때문에 귀를 쫑긋 귀을일 게 틀림없다. 또 이야기하지만 음반 커버아트가 한 몫 했다.
차가운 듯 따뜻한 얼굴, 그리고 바람을 세기로 나눴을 때 가장 약한 바람인 실바람이 불어 흩날리는 머리카락.
처음 이 앨범 커버를 봤을 때 김정호의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를 떠올렸다. "헝클어진 머리 바람에 주고 걸어가는 여자 쓸쓸한 여자 / 샘물처럼 솟아나는 사랑의 기쁨 알면서도 외로운 여자 / 실바람 바람 바람 바람 바람만 불어도 설레이는 여자 / 고독한 여자 / 쓸쓸한 여자 외로운 여자 고독한 여자 미소는 슬퍼 / 지금이라도 나를 부르면 나는 달려가 안아줄 텐데" 라는 가사.
(그런데 '실바람'이라는 단어를 쓴 바로 그 순간,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에 "실바람도 불어와 부푸는 내 마음"이라는 가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실바람은 아름다운 강산의 파워에 어울리지 않는 바람이다.)
여기서 잠깐 !
Alice Sara Ott [Pictures] (Deutsche Grammophon, 2013)
그런데, 아무리 봐도 [Nightfall]의 알리스 사라 오트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알리스 사라 오트가 아니다. 2013년 앨범 [Pictures]와 비교해보라. 음, 내가 눈썰미 부족한 건 맞는데, 분명 다르다... 5년 전 사진이라 그런가?
Alice Sara Ott [Wonderland] (Deutsche Grammophon, 2016) 가장 자주 보는 알리스 사라 오트의 모습으로 채운 앨범 커버. 2년 전인데 확연히 다르다. 비슷하지 않게 메이크업을 할 수도 있겠지. 오묘한 화장의 세계.
Maria Mena [Viktoria] (Sony, 2011)
노르웨이 팝 뮤지션 마리아 메나의 다섯 번째 앨범 [Viktoria]의 커버도 실바람 불어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담았다. 알리스 마리아 오트의 앨범 커버를 보자마자 떠올린 앨범 커버.
한 번 더, 여기서 잠깐 !
Maria Mena [Weapon In Mind] (Sony, 2013)
마리아 메나는 [Viktoria]에 이은 2013년 앨범에서 또다시 실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커버아트에 사용했다. 실바람은 맞다. 그렇지만 얼굴을 가리는 게 아니라 얼굴을 드러내려고 노력한 커버.
... 어? 실바람보다는 얼마 전에 썼던 [이렇게 더운 날, 모처럼 토리 에이모스] 이야기와 더 가까운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토리 에이모스의 앨범 한 장도 바람에 흩날렸던 것 같다.
Tori Amos [Scarlet's Walk] (Sony, 2002)
바람 불고, 머리카락 흩날리긴 하는데 얼굴을 슬쩍 가려주는 바람이 아니라 맞바람 느낌으로 얼굴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다른 앨범인가?
Tori Amos [To Venus And Back] (Atlantic, 1999)
이 앨범도 아니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아니라 전체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실바람보다 더 센 바람이다.
어쨌든, 모두 바람 부는 날 사진을 찍었다.
미소 짓지 않았으니 고독한 여자가 아니다. 음, 조금 이상하다. 감당할 수 없는 논리 전개다. 곧 주제에 맞는 앨범 커버만 꺼내놓아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서둘러 이 글을 마무리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