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포티파이가 드디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특별히 떠오른 어떤 느낌 따위는 없다).
이 서비스가 처음 시작되었을 무렵, 전 세계 음악을 이렇게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다니, 에 놀랐다. 음악 주변에 있던 시절이라 음악, 음악, 하는 게 지겨웠을 법한데도 결코 지루할 틈이 없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듣는 즐거움을 누리며 산다.
이젠 좀 오래 전, 냅스터가 등장했고, 이어 여러 서비스가 등장했다. 합법보다 불법에 가까운 서비스들. 그중에서 냅스터 이후 좋아했던 건 오디오갤럭시 AudioGalaxy 였다. 거의 모든 음원 서비스가 저작권에 철퇴를 맞고 사라지거나 변형되고 있을 때 그 공백을 메운 게 스포티파이(였다고 생각한다). 뭐, 이 서비스들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차 같은 걸 정교하고 정확하게 따질 생각은 없다. 내 마음속 음원 서비스의 역사는 냅스터-오디오갤럭시-스포티파이라는 게 핵심이다.
수많은 음악 감상자가 스포티파이에 몰려들자 당연하게 저작권 문제가 떠올랐다. 폐쇄 대신 선택한 건 저작권 관련 논의를 진행하면서 몇몇 제한을 만들어내기. 가장 강력한 건 "너희 나라에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라는 IP 밴 형태의 접속 차단이었다. 불확실한 기억인데... "너희 나라에서 서비스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알려줄 테니 이메일 등록할래?"라는 가장 낮은 단계의 회유책도 있었다.
그때 심정으로는, 그게 되겠어? 였는데...
그게 되었다.
오늘.
일단 축하한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이가 한국에서 스포티파이를 듣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 방법대로 스포티파이를 즐기고 있던 터라 갑작스레 서비스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흔들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환호보다는 '논란'에 집중해 아이유가 서비스가 된다느니 안된다느니, 저작권 계약이 부실하다느니, 프리미엄 요금제가 어떻다느니, 논란이라고 이름 붙이면 조회수 올리기 딱 좋은 내용들만 떠다닌다. 개시일에 그 많은 단점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줄기만 잡은 거라 생각해주기로 했다.
어쨌든, 이미 적당히 이용중인 내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하면,
그런 논란은 관심 없다.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에 찬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플레이리스트에서 건진 아티스트는 단 한 명(엄격히 따지면 '듀오')이다. 이 장르 저 장르 날아다니는 내 음악 감상 패턴과 제시해주는 플레이리스트의 갭은 꽤 크다. 앨범 단위로 음악 감상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싱글 지향 아티스트 믹스형 플레이리스트에 관심이 없는 탓도 크다.
그렇다는 이야기.
이어지는 잡담 1
앱을 열자 나타난 홈 화면을 캡처할 수밖에 없었다. 앨범 커버들이 왜 이래? 혹시 음악이나 아티스트가 아니라 앨범 커버가 음악 추천 기준인 거야, 싶었던, 어느 날, 내 스포티파이 모바일 홈 화면.
이어지는 잡담 2
그리고... 2020년 한 해 동안 스포티파이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
게임 '웨스트 오브 데드'의 주제가 <Run>이다.
게임은 해보다 내 손가락을 탓하며 멈췄지만 주제가는 여전히 듣고 있다. 오늘도 몇 번을 들었나.
Cat & The Stoic <Run> from the album [West Of Dead OST] (GOG,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