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커버/스토리

피사체를 어느 위치에서 찍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진다는 내용은 사진의 ABC에 있다. 키 작은 사람을 거인으로 만들 수도 있고, 엄청 거대한 인물을 짜리몽땅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짧은 다리를 포토샵으로 길게 늘일 수도 있지만 처음 사진을 찍을 때부터 위치와 렌즈를 조합해 롱다리(와! 이거 엄청 오래 전에 유행한 말이다! 그런데 바로 위에 쓴 "짜리몽땅"은 더 오래 전 유행어다.)로 만들 수 있다.

 

그럼 수퍼 울트라 로우 앵글로 사진을 찍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음. 이거 예술사진 촬영이 아니라면 좀 위험한 각도다. 찍을 수 있는 내용이 뻔하지 않은가. 팝 뮤지션 로드 Lorde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세 번째 앨범 [Solar Power] 커버에 수퍼 울트라 로우 앵글로 찍은 사진을 사용했다.

 

Lorde [Solar Power] (UMG, 2021)

앨범 타이틀 트랙이자 첫 싱글 <Solar Power>를 들으며, 듣는 나는 시큰둥한테 노래 부르는 로드는 즐겁구나 싶어져 앨범 전체를 아직 듣지 않았다. 로드의 새 앨범을 따뜻하게 바라본 리뷰 한 편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은 집중해서 들을지도 모르겠다. 앨범 커버 사진은 로드의 친구 오필리아 Ophelia Mikkelson Jones가 찍었다. 광각 렌즈에 로우 앵글이라 롱롱롱다리가 되었다.

친구가 찍은 사진을 커버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2021년 6월 CBS의 TV쇼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에서 밝혔다. [* 빌보드가 인터뷰 내용과 관련 영상을 잘 모아놓았으니 '꼭, 반드시' 참고하길.) 순수하고 장난스럽고 야성적이면서 섹시(!)한 이미지라서 커버 사진으로 썼다고 한다. [ 이 이미지가 뜨자마자 가장 큰 사이즈를 찾아본 사람? 제가 이미 확인했습니다. 입었습니다.] 콜버트는 TV쇼에서 앨범 커버를 차마 보여드리기가.. 좀... 그래서... 패스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도 패스할까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여기서 시작했는데 보여주지도 않고 시작하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작은 이미지를 쓰는 걸로 타협했다.

 

 

Free [Free] (Island, 1969)

초강력 로우 앵글의 표본으로 삼아도 좋을 영국 록 밴드 프리 Free의 1969년 앨범 커버.

포토그래퍼 론 라파엘리 Ron Raffaelli가 촬영했다. 모델을 촬영한 다음 실루엣만 남긴 뒤 별 사진을 합성해 완성했다. 대낮 하늘과 한밤중 별의 대조, 그리고 45도 사선을 이뤄 커버를 양분한 모델의 두 다리, 하늘을 떠 있는 구름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나만). 밴드명도 그렇고 앨범 명도 그렇고 자유로워보인다. 이 앨범 커버는 음반 커버아트에서 꽤 유명하니 기억해두면 좋다.

 

 

■ 이쯤 해서 뒤늦은 듯 늦지 않은 오늘의 배경음악


Rod Stewart <Sailing> from the album [Atlantic Crossing] (Warner, 1975)

 

Rod Stewart [Atlantic Crossing] (Warner, 1975)

오늘의 배경음악 <Sailing>을 수록한 로드 스튜어트의 1975년 앨범.

<Sailing>이 무려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인데도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로드 스튜어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곡 취급을 받는다. 게다가 싱글 커트도 하지 않은 앨범 수록곡 <I Don't Want To Talk About It>을 더 유명한 곡이라고 소개한다. 나 역시 <Sailing>을 우리나라 음악다방에서나 틀어주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인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무려 영국 싱글 차트 1위 곡이었다니!

앨범 커버는 이 무렵 겁나게 잘 나가던 로드 스튜어트가 영국은 이미 정복했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미국 정복하러 가는 모습을 그려놓은 게 아닐까 싶다. 비록 이건 그림이긴 하지만, 울트라 로우 앵글이란 게 조그만 사람도 엄청 거대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준다는 사진의 ABC를 멋지게 구현해놓았다. 아트웍은 피터 로이드 Peter Lloyd가 담당했다.

로우 앵글 커버의 시작은 이 앨범이었다. 한 이십년 전 쯤? 다른 커버 한 장만 나와라, 그때가 오면 로드 스튜어트의 앨범에서 시작하마, 라고 생각했는데 로드 덕분에 수퍼 로우 앵글 커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로드 스튜어트에서 시작하려 했는데 로드에서 시작했다. (어? 영문은 다르지만, 한글로 보면 어쨌든 로드네?)

 

 

Various Artists [Nylon's Showcase #2] (Nylon Discographics, 2001)

그냥 끝내기는 아쉬원 한 장 더 추가. 포르투갈 일렉트로닉 레이블 나일론 디스코그래픽스 소속 뮤지션들의 노래 모음집 커버다. 커버 일러스트의 강렬한 색 배치도 좋고 캐릭터의 동작 배치도 좋아 넣었다. 혹시라도 로우 앵글로 촬영할 기회가 생기면 프리의 앨범 커버보다는 이 편이 훨씬 예술에 가까울 테니까 참고용으로 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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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21.09.14 10:51
    • 그런 반응 나올 땐 옆에서 듣고 있기가 민망해지긴 해요 ㅋ 왜 나만 좋아하는 거냐, 싶어져서.
      사실 전 첫 앨범부터 언플이 너무 심한데?!라고 생각해서 들으면서도 깊이 듣지는 못했어요 >.< 뭔가 대량으로 지출하고 밀어내는 듯한 그런 느낌. 보위 님이 거기에 넘어가셨을지도 모르겠어요^^
      2021.09.14 11:16 신고